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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통신비 논의에도 단말기 100만원 '훌쩍' 지원금 '쥐꼬리'



IT/과학

    100일간 통신비 논의에도 단말기 100만원 '훌쩍' 지원금 '쥐꼬리'

    보편요금제 어디가고, 고가요금제 '반격'…'반쪽' 자급제 갤S9 나서지만 실효성 '글쎄'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의 100여 일간 논의가 끝난 직후, 삼성전자의 갤럭시S9과 LG전자의 V30S 씽큐 시리즈가 출시됐다.

    갤럭시S9 가격은 모델에 따라 95만 7000원부터 115만 5000원. V30S 씽큐 시리즈는 104만 8300원에서 109만 7800원이다. 지난해 10월 33만원으로 제한된 지원금 상한제도 폐지됐지만 갤럭시S9 공시지원금은 최고가 요금제를 택해야만 최대 24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25% 요금할인이 유리하다지만 '2년' 약정을 채워야만 할인율이 더 크다.

    단말기 가격은 더 올랐고, 보편요금제 도입은 멀어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논의 도중 '무제한 데이터'를 내세운 고가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이동통신사의 반격이 예고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던 협의회 설립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면피용 회의체'로 끝났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 시작부터 삐걱댄 가계통신비 협의회 "예견된 실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가계통신비 인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 대신 현행 3만원대 요금제에서 1만원 정도 낮춘 '보편요금제'가 골자인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LTE 요금제에는 기본료가 없고 기본료가 포함된 요금제 가입자는 제한적이다. 논의 기준도 모호하고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이통사는 협의회 구성 이전부터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통사의 고유권한이던 요금설계권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데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 3사의 연간 매출이 약 2조 2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과 취약계층 등 월 1만 1000원 통신요금 감면을 시행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당근책도 없이 보편요금제 방침을 무조건 따르라는 식에 무슨 논의가 됐겠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조율이 될 리 만무했다. 강공모드로만 일관한 정부와 시민단체, "투자 여력이 없다"면서 어떻게든 발 빼려는 이통사 모두 '빈손' 협의체의 공범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실패"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비난의 화살은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정부'에 쏠리고 있다. 여당 관계자조차 "정부는 수십 년간 고착된 시장구조를 바꾸려는데 근본적인 고민도 없었고 처음부터 정책 추진 의지조차 없었다"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통신비인하국민연대의 조찬영 사무국장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일단 모아두고 조급하게 결과를 도출하라고 압박한 셈"이라면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협의회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의회 활동이 종료된 지난달 22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100일간 논의에도 핵심 쟁점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방향도 제시하지 못한 면피용 회의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은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 보편요금제 어디 가고, 고가요금제 경쟁 예고…정부 압박에 통신사 자구책?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속도 제한 없는 월 8만 8000원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고가요금제 가입자 유치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방침과 180도 상반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기조에 부담을 느낀 LG유플러스가 수익성 악화에 앞서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보편요금제 대신, 무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가 요금제 고객을 확보하는 '특효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SK텔레콤도 파격적인 요금제 출시를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뛰어넘는 새 요금제를 3월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LG유플러스가 새로 출시한 요금제와 같은 구간에서 가족 결합을 통한 데이터 공유 등으로 이미 실질적인 데이터 무제한 혜택(80GB+3Mbps)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에 이어 업계 1위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선다면, 이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통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제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가 요금제 혜택을 늘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분석이다. 이는 보편요금제를 통해 가계통신비를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으로 이통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편요금제만 강행한다면 요금 할인이 아닌 고가 요금제 혜택 강화로 경쟁이 치달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반쪽' 자급제 갤럭시S9 구원투수로 나서지만…실효성 '글쎄'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이 국내에선 프리미엄폰으로는 처음으로 자급제 폰으로 판매되면서 자급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기계를 사서 원하는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하는 제도다.

    통신비 협의회는 자급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법으로 강제하기보단 자율적인 방향이 좋다고 의견을 모으면서 이마저도 '반쪽짜리'에 그쳤다.

    기대는 있다. 갤럭시S9의 자급제 단말기 출시를 계기로 자급제가 확산되면 어디서 폰을 사든 가격이 같다. 제조사는 단말기 경쟁에, 이통사는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에 매진하면서 통신비 인하 효과도 따라올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크다. 실제 자급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급제 단말기라고 이통사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특별할 게 없는 데다, 이통사를 통해 살 경우, 다른 부가 혜택도 있는데 소비자들이 제조사 판매점과 이통사 대리점을 굳이 오가는 불편을 감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반쪽짜리 자급제로는 유통시장의 과점 구조를 허물기는 힘들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보편요금제 논의 역시 느닷없는 고가요금제 출시 경쟁만 예고하면서, 통신비 인하 공약은 멀어만 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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