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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귀농 꿈꿨다 금세 접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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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귀농 꿈꿨다 금세 접은 사연

    [노컷 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혜원 역 김태리 ①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는 언뜻 보면 무척 심심한 영화다.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잊고 있던 고향에 문득 돌아와, 닭과 개를 키우고 식물을 돌보며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체 상영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리틀 포레스트'만이 가진 차별점이다. 많은 영화에서 인물을 압도하는 복잡한 사건이 나오는 것과 달리, 여기선 이렇다 할 일이 없기에 인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이 정도로 아름답게 포착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올 만큼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자신의 힘으로 103분짜리 영화를 끌고 나가는 배우 김태리가 있다. 2016년 '아가씨'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데뷔한 그는 자신이 선택한 두 번째 상업영화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어떻게 보여야지, 하는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들기에 아주 마음 편히 영화를 볼 수 있다. 나만 신경 쓰이는 자그마한 부분들에 꽁하고, 옛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깔깔대고, 떠나가버린 엄마를 떠올리며 음식을 만들어내는 극중 혜원이 매력적이라면, 그건 오롯이 김태리의 공일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태리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언론 시사회 바로 다음 날 다시 본 김태리는 특유의 활달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와 영화 원작이 있는 영화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다고 보나.

    저희 영화의 되게 좋은 부분이, 일본 영화는 일본 영화라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라서 좋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제 생각에는 각색을 굉장히 똑똑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서에 맞춰서. 요리 바꾸는 건 당연하고, 호흡과 속도에도 많이 신경 썼다. 너무 여백을 주기보다는 인물을 조금 더 강조하는 식으로 각색된 게 대중적이어서, (관객이) 훨씬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 있는데 의외로 졸리지도 않고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어떤 면에 끌려 작품을 고르게 됐는지.

    영화를 보거나, 책이든 드라마든 어떤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행위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영화 안에서) '이걸 볼 거야'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아무런 부담과 긴장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그게 되게 매력적인 것 같다. 좋게 보든, 좋지 않게 보든 적어도 기분 나쁘게 (이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는 거다. 전체 관람가니까. (웃음)

    ▶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회사에서 '시나리오 읽어볼래?' 그래서 '넹' 그러고, 시나리오 읽기 전에 '원작 있으니까 만화책 봐 볼래?' 해서 만화책 사 주셨다. 시나리오 읽고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 만나볼래?' 해서 만나 뵀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이 할래?' 하셔서 '네~' 그랬다. (웃음) 혜원이랑 저랑 닮아있는 지점이 있다고 했는데, (감독님과) 처음 만나서 얘기하는데 제 신상을 많이 얘기했다. (웃음) 그런 데서 힌트를 얻지 않으셨을까.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의 사계절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붉고, 푸르고, 노란 색감이 잘 살아있으며 도시에서는 쉽게 놓쳤을 소리들도 들을 수 있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영화 전 회차(47회)를 다 찍었다고 들었다. 그만큼 본인의 분량이 압도적인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아, 좀 중압감이 생기는 것 같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책임감도 다른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누가 되지 않아야지, 하는 것도 있고. '영화가 잘 돼야 하는데' (웃음) 그런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긴다. 홍보 많이 하고 있다. 열심히! (웃음)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손익분기점을 향해? (웃음)

    ▶ 최근에 이렇게 젊은 여성 배우가 앞장서 나오는 작품이 별로 없는데.

    '리틀 포레스트'가 흥행을 해서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그런 포부를 갖고 있다.

    ▶ '리틀 포레스트'에는 한국의 사계절이 다 나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언제가 가장 즐거웠는지 궁금하다.

    봄이다. 봄이 가장 생기 넘쳤다. 가을을 꼽는 스태프도 많을 것 같은데, 그땐 헤어져야 하니까 섭섭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한창 에너지가 피어오르고 스태프들도 현장이 즐거워진 때가 봄이었다.

    ▶ 여러 가지 풍경과 소리가 가득한 영화다. 시각, 청각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튀김 먹는, 바사삭거리는 소리가 되게 좋았다. (웃음) 아카시아 튀김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쌉쌀하다. 단맛은 튀김의 단맛 정도고 그리 달지 않다. 쑥갓 튀김이 되게 맛있었다. 아카시아는 보기가 참 예뻤다.

    자연 소리도 좋은 것 같다. 매미 소리 같은. 매미가 가득했을 때 촬영했는데 조감독님이 '울지마!' 이랬던 기억이 난다. 우린 죽이지 못했다. 쫓아내려고 때리지도 못하고. 동동거리며 빌고만 있는 거다. '저리 가서 울어!' 하고. (웃음) 그런 것들이 재밌었다.

    ▶ 모든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퍽 높은 현장이었다고 들었다. 경험해 보니 어떻던가.

    (촬영) 끝날 때쯤 가서는 저도 (그런 게) 되게 풍부해졌다. 자연스럽게 터득된 무언가가 있었다. 착한 마음이 생겼달까. (저희 작품에) 나오는 동물과 벌레는 다 이름이 있다. (웃음) 제가 휙 던져버리는 땅속에 걔는 벌구다. 실제로 키우는 하우스가 다 있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혜원과 혜원의 어릴 적 친구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이 나온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벌레를 무서워하면 그런 촬영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얘가 날 공격한다 싶으면 무서워한다. 벌구가 깨무는 애였다. 가만히 있으면 흙으로 숨고 싶어서, 손이 흙인 줄 알고 물기도 하는. (영화를) 잘 보시면 벌구가 물까 봐 움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작품을 찍으면서 전원생활이나 귀농에 관해 관심이 새롭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네, 너무 생겼다. '어, 여기 너무 좋다~' 하면서 '음, 꿈을 정했다! 답은 귀농이다' 했는데 바로 다음 계절에 안 되겠다 하고 접었다. 이건 안 된다,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웃음) 더위라는 걸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끔찍하더라. 정말 허리가 안 펴져서 골골골골 거렸다. 죽겠더라. 옥수수밭 촬영이 진짜 더웠다. 기자간담회 때도 말했었다. 옥수수밭 촬영 장면이 제가 더웠던 만큼 더워 보이지 않게 나와서 그게 너무 서운하다고. (웃음)

    ▶ 요리하는 장면도 다 직접 찍었다고. 만들었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추 된장국! 수제비! 떡볶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막걸리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실제로 담가봤는데, 감독님이 잘 담그신다. 저는 좀 실패했는데 (웃음) 어쨌거나 집에서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 자체가 약간 재밌었다.

    ▶ 술 마시는 씬도 나오는데, 평소에 술을 즐기는 편인가.

    잘 못 마신다. 한 모금 정도? (웃음) 급하게 들이키면 되게 짧다. (취하면) 전 잔다. 예전에는 잠을 많이 잤는데, 지금은 정신 나갈 때까지는 절대 안 마신다.

    ▶ 그런데 취한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저희 셋(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다 술을 못 한다. (웃음)

    ▶ 세 사람의 어우러짐이 좋았는데 현장에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궁금하다.

    수다 떨고 장난치며 놀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되게 재밌다. 같은 관심사와 직업을 갖고 있으니까. 무슨 얘기 했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을 주제들로 얘기했던 것 같다.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 뭐가 재밌는지, 영화 얘기도 하고. 본인이 찍는 다른 거 얘기도 하고. 보통 서로를 응원해 주니까.

    배우 김태리 (사진=황진환 기자)

     

    ▶ 실제로 재하(류준열 분)나 은숙(진기주 분) 같은 친구가 있나.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아서 딱 그런 친구라고 규정하긴 좀 그렇다. (그 캐릭터의) 조금조금씩을 가진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되게 공감했던 게 '야, 그만둬. 그렇게 힘들면. 너 그렇게 스트레스받아서 뭐해. 그만두고, 딴 것 찾아. 그래도 돼'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게 되게 예의 없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 사람 고민의 크기를 내가 함부로 재단해버리는 거라서. 그런 행동을 저도 되게 많이 했고, 요즘은 많이 조심하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가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자기 삶을 못 가는 것처럼 보여서 함부로 내뱉었던 게 기억이 났다. 은숙이가 그러지 않나. '그만두는 게 그렇게 쉽냐?'고. 맞다. 쉽지 않아서 시골에서 이렇게 있는 건데. (웃음)

    ▶ 재하, 은숙과는 묘하게 삼각관계도 형성됐었는데, 재하는 혜원에게 정말 친구였을까.

    모르죠, 뭐. 잘 드러나지 않게끔 서로 연기했던 것 같다.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 기분 좋게 촬영했던 한 장면을 꼽는다면.

    친구들이랑 했던 장면들은 대부분 슬며시 웃음이 났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장면은 엄마랑 토마토 먹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러브러브한다. 저는 혼자 하는 장면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함께 대화하고 호흡하고 리액션하는 게 좀 더 즐겁지, 아무래도 혼자 하는 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니까. 이게 맞나? 이렇게 맞나? 하고. 그러다 보니 선배님, 친구들하고 하는 장면이 편했다.

    ▶ 그런 연기 고민이 생길 때는 혼자 알아가는 편인가.

    결국엔 스스로 해야 하는데, 영 모르겠을 때는 가끔 (감독님께) 물어봤다.

    (노컷 인터뷰 ② 영화·드라마 말고 김태리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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