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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상할 얘기도 솔직하게" 김정은, '정상국가화' 큰그림 그렸나



통일/북한

    "자존심 상할 얘기도 솔직하게" 김정은, '정상국가화' 큰그림 그렸나

    정의용 특사 만나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청와대 제공)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

    대북 특사단을 이끌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 "김정은 위원장, 자존심 상할 수 있는 메시지도 솔직하게"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접견한 남측 당국자들 앞에서, 특히 북핵 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정의용 실장이 전한 이 한마디는 대북 전문가들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관료나 공식 매체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우리를 진지한 대화 대상으로 인정해달라'고 했는데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냐"며 "그만큼 솔직한 자세로 특사단을 대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또 "김 위원장의 이 메시지는 남측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의 시진핑은 그동안 김정은을 어린아이 취급해왔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리틀 로켓맨이라고 비꼬아 왔는데 정상국가로 대접해달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특사단 접견과 만찬에서 "우리 언론이나 해외 언론에서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후일담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리틀 로켓맨' 등의 평가를 직접 언급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받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 김정은, 특사단에 대한 세심한 배려 눈길

    (사진=청와대 제공)

     

    이와함께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보여줬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접견 당시 정의용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친서를 가져왔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은 위원장쪽으로 다가가려 했는데, 김 위원장도 같이 일어서 테이블 가운데로 돌아나와 친서를 주고 받았다. 특사단은 이에 대해 "배려심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특사단 접견과 만찬 장면은 영상과 사진으로 상세하게 공개됐고, 북한 퍼스트레이디의 등장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할만큼 이례적이었다.

    이어진 만찬장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는 문 밖에서 기다리며 입장하는 특사단 5명의 손을 차례로 잡아주면서 따뜻하게 환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만찬 메뉴로 나온 '평양 온면'도 화제가 됐다. 이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이번 특사단 중의 한명이 '평양식 온반이 어떤 음식이냐'고 물었던 것을 기억했다가 내놓은 메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특사단은 "극진한 환대라기보다는 굉장히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의사와 비핵화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핵과 미사일 장막 뒤에 숨어 자신의 혈육까지도 잔인하게 짓밟는 비정한 독재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 2012년 집권 이후 내내 금기시해왔던 비핵화를 직접 언급한 김정은. 여기에 숨어있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제 그 프로세스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며 "정상국가화에 대한 열망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입장에서 '정상국가'로 가는 필수 코스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한반도 냉전의 상징인 정전협정 체제를 종언하고 전쟁 당사자간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미국과의 수교를 이끌어 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집권 6년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체제 안정이 최대의 관심사인데 핵 무력은 스스로 완성했다고 선언한 이상 남은 것은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건설"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 대화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고 타결과 파기를 반복했던 여러 차례의 핵 협상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에는 어느때보다 북미관계 개선 이후 평화협정 체결, 미국과의 수교로까지 가야된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 개발과 경제 강국 건설이라는 '병진 노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상국가로의 진입이 절실하고, 이는 북미 관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생존형 체제유지 너머 핵 보유를 수단으로 한 정상국가화 로드맵 설정했을 수도"

    (사진=청와대 제공)

     

    이와함께 북한의 핵 전력과 정상국가화 전략의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은 일단 정치적 군사적 안정성과 자신감의 토대위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주민들 생활 향상과 경제 강국 건설"이라고 못박았다.

    양 교수는 "북한도 핵과 미사일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단계까지 가는데 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설사 폐기하더라도 관련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마당에 다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이미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미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가 잘되고 체제에 더 자신감이 붙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체제 안정을 보장받고 핵무기를 폐기한 것처럼 실제로 핵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때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민 실장도 "'핵 보유' 자체에 목적을 두고 생존형 체제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보던 방식에서 '핵 보유를 수단으로 한 정상국가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뒤 한미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려는 '장기적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면 향후 한반도 정세가 평화체제 수립으로 획기적인 방향 전환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4월말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김정은 위원장이 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선택한 것도 정전체제를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이 때문에 나온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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