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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왕은 몰락한 왕족 출신…부인은 선화공주 포함 3명"



문화재/정책

    "백제 무왕은 몰락한 왕족 출신…부인은 선화공주 포함 3명"

    • 2018-03-09 14:31

    노중국 교수, 백제학회서 발표…"미륵사지석탑은 무왕 장수 기원 목적"

    (사진=연합뉴스)

     

    백제 제30대 임금으로 40여 년간 재위한 무왕(?∼641)은 서동설화의 주인공이자 의자왕의 아버지다.

    삼국시대 다른 왕과 비교해 무왕에 관한 문헌 자료와 고고학 자료는 풍부하나, 그의 삶은 여전히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향가 '서동요'에 나오는 신라 선화공주와의 혼인이 사실인지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백제사를 전공한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백제학회 학술회의에서 백제 무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학술회의에 앞서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노 교수는 논쟁거리인 무왕의 부친에 대해 선왕인 법왕(재위 599∼600)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노 교수는 "삼국유사 파른본 '왕력'(王曆)편에는 전왕과 현왕의 관계를 아들이나 동생으로 모두 표기하고 있는데, 무왕은 아버지 표기가 없으므로 법왕이 부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융(615∼682)의 묘지명(墓誌銘·죽은 사람의 행적을 돌이나 도자기에 새긴 유물)에도 할아버지 '장'(璋·무왕의 이름), 아버지 '의자'(義慈)만 있고 증조부에 대한 표기가 없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백제 유민의 묘지명 11건 중 8건에 증 조부가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무왕은 법왕의 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무왕의 어린 시절 이름이 마를 캐는 아이를 뜻하는 '서동'(薯童)이었으니 그는 비천한 집안 출신이었을까.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왕족이 아니면 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왕은 조선 철종처럼 몰락한 왕족의 후손이었다"며 "무왕은 본래 왕의 성인 '부여'씨에서 갈라져 나온 '귀실'씨였으나, 왕위에 오른 뒤 부여씨로 환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2009년 부여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봉안기가 나오면서 촉발된 무왕의 부인 논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미륵사지는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창건했다고 알려졌으나, 사리봉안기에는 백제 왕후가 선화공주가 아니라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는 "의자왕이 595년을 전후해 태어났다고 가정하면, 당시 무왕은 왕이 아니었기에 공주나 귀족과 결혼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익산 지역의 유명하지 않은 가문 출신 여성과 혼인해 의자왕을 낳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결혼과 관련해서는 백제와 신라가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혼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론을 인정하지 않고 왕권강화책의 하나로 혼사가 성사됐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면서 고구려 안원왕이 세 명의 부인을 둔 사례를 근거로 의자왕의 모친, 선화공주, 사택적덕의 딸이 모두 무왕의 부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629년 미륵사 중앙에 목탑을 짓고 10년 뒤 동쪽과 서쪽에 석탑을 조성했다고 설명한 뒤 "목탑이 화재에 취약하다거나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석탑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사택씨 왕후가 무왕의 장수를 간절히 바라며 썩어 없어지는 목탑 대신 영구한 석탑을 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최근 백제사 연구의 제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인천도시공사 윤용구 박사가 마한의 소국들이 노령산맥 북쪽의 금강 유역에서 한강 하류에 걸쳐 있었다고 주장하고, 한지선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백제 제철기술의 전모'에 대해 발표한다.

    또 최근 중앙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를 마친 충북 진천 송두리 제철유적의 결과도 공개된다. 이 유적에서는 건물지 36기, 주거지 240기, 제련로 등 제철유적 56기, 토기 가마 16기 등 삼국시대 유구(遺構·건물의 자취) 900여 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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