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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서 벌어지는 '하우스 오브 카드'…그 결말은



책/학술

    트럼프 백악관서 벌어지는 '하우스 오브 카드'…그 결말은

    • 2018-03-15 08:00

    화제작 마이클 울프 '화염과 분노' 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경질했다. 틸러슨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협의하려던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이 술렁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수용,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지 닷새 만이었다. 두 사건을 지켜본 언론이 공통으로 입에 올린 단어가 '리얼리티쇼'였다.

    '리얼리티쇼'는 TV 리얼리티쇼 출연으로 유명해졌고 취임 420일을 막 넘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주 사용된 표현 중 하나다. 지난 1년여간 대중은 그가 정말 이상한 사람인지, 아니면 뛰어난 전략가인지를 계속 질문해왔다. 잡음이 잇따르는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를 파헤친 책 '화염과 분노'(은행나무 펴냄)가 국내에 출간됐다. 트럼프 측 판매금지 추진에 '힘입어' 출간 1주일 만에 14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올해 초 미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책이다.

    울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 서관 소파를 점거했다. '벽에 붙은 파리'와 같은 침입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고위급 참모진 대부분, 이들과 교류하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트럼프 취임 1년을 담아냈다.

    책은 트럼프를 포함해 캠프의 누구도 2016년 11월 8일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간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기대한 것은 당선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대중에게는 '힐러리에게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부르짖을 작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작은 전사 집단은 화염과 분노를 내뿜으며 패배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들은 승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저자는 월계관 대신 '화염과 분노'를 준비했던 이들이 백악관에 입성한 뒤 1년간 벌어진 일은 '난맥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참모들은 정치 경험이 전무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서로 권력을 움켜쥐고자 분투했다. 셋 중 하나가 무엇인가를 추진하면, 다른 둘이 막아섰다. 참모들은 서로 밀고자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뒤로는 정보를 흘렸다. 초유의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비롯한 중대 사안의 결정에는 관료들과의 조율도, 예고도 없었다.

    그 혼란의 중심에는 아는 게 별로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힘을 과신하며, 직감과 충동에 기반한 즉흥적인 판단을 선호하는 최고 지도자가 있다. 그가 지난해 8월 북한을 향해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매섭게 경고한 배경도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

    언론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질문에 쫓기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만족해하면서 평소 사석 발언을 즉흥적으로 내뱉었다는 설명이다.

    "한 바보가 어릿광대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중략) 트럼프는 한 명의 사람이라기보다는 끔찍한 특성들의 집합체지. (중략) 나는 끊임없이 충격을 받고 공포를 느껴. " 저자는 지난해 4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이 '백악관의 많은 사람이 느끼는 끔찍함'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물론 저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 이상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니다. "마시멜로처럼 약하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한다"는 인물이라는 것이 종합적인 평가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줄기는 양쪽 모두 대권의 꿈을 꿨던 배넌과 '재방카'(재러드+이방카)의 갈등이다. 등장인물들의 세련됨은 떨어질지 모르나, 사생결단이었던 이들의 암투는 미국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떠올리게 한다.

    책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미국의 시리아 공습, 트럼프 캠프-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조사 등 중요한 순간마다 이들이 어떻게 물고 뜯는지를 보여준다. 배넌의 '반역적'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러시아 스캔들을 두고, 저자는 "트럼프가 하필 푸틴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쓴 건 의심할 나위 없이 엄청난 정치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불안한 말과 행동의 자취를 남겼다"고 비판한다.

    가장 은밀한 공간의 풍경을 전하는 만큼, 책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속도가 난다. 책에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어리둥절하던 트럼프가 믿기지 않는 트럼프로, 다시 매우 겁에 질린 트럼프로, 그러다 갑자기 자신이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믿는 트럼프로 바뀌는" 모습이 나온다.

    이방카와 배넌 사이 온갖 막말이 오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에게 건넨 '위로'도 걸작이다. "이곳은 험한 동네라고 말했잖니, 아가야." 그렇다고 트럼프-이방카가 전통적인 따뜻한 부녀 사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대선 운동을 함께하며 이제 백악관에 입성한 것, 그 모든 것은 비즈니스였다"고 지적한다.

    취재원들의 입을 빌리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을 향한 저자의 적나라한 평가 또한 인상적이다. 일례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펜스 부통령은 '쓸모없는 바지저고리'에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책은 배넌의 백악관 퇴장으로 끝난다. 책에 등장했던 참모진 상당수는 이제 백악관에 없다. 힉스의 사임, 쿠슈너의 기밀접근권 강등 등 백악관 이슈는 여전히 분출 중이다. 트럼프 백악관을 무대로 한 이 리얼리티쇼의 결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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