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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길'의 저자인 유명 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63.본명 임종주)가 강의 도중에 미투 운동을 조롱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공식 비판 성명을 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에 따르면 하 교수는 지난 14일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설명하던 중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거야.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김지은(33)씨가 폭로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며 "작가는 글을 진실되게 써야 하며 꾸미지 말아야 한다"고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강생이 올린 글에 따르면 '왜 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했다고 생각하냐'는 학생의 질문에 하 교수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강의 도중에 한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자 하 교수는 "방금 나간 학생은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 분노해서 나간 거겠지.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손이 벌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복도로 나오는데 눈에 눈물이 고이고 숨 쉬기가 힘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말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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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하 교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밝힌 첫 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여성의 성적 욕망'을 근거하여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이용해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소설 동백꽃 속 마지막 장면을 들어,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바와 다름없으니 그 역시도 미투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둥 해당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학생회는 "하 교수가 미투 운동의 의도를 우롱했을 뿐 아니라 본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2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본인은 표현의 자유, 예술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무한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회는 "하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해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다. 또한, 소속 학과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며 공개 규탄했다.
아울러 "미투 운동 피해자와 연대하고,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우들의 편에 설 것"이라며 "학우들이 추후 어떤 노선을 취하든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씨는 대구 태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모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0년 <경마장 가는="" 길="">을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경마장 연작이라고 불리는 소설을 잇따라 출간하며 유명세를 탔다. {RELNEWS:right}경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