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한 때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18일 총리직에 재선임됐다. 중국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6차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시 주석이 지명한 리커창 현 총리의 연임을 승인했다.
하지만 ‘황제’에 비견될 만한 막대한 권한이 시 주석에게 집중되면서 지난 18대 당대회와 비교해 명실상부 2인자였던 리 총리의 위상은 초라해져 버린 모습이다. 시 주석이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고 집권 2기에도 ‘삼위일체’로 당군정을 장악한데다 시 주석의 ‘경제브레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의 급부상은
총리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제분야에서 마저 리 총리의 영향력을 위축시켰다.
중국의 당군정이 모두 시 주석의 최측근들javascript:;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지고 있음에도 리 총리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시 주석의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가 뒷받침 된 것으로 보인다.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당)의 주요 인사가 상당수 낙마한 상황에서 공청단의 상징적 인물인 리 총리마저 배제시킬 경우 공청단을 뿌리로 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강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리 총리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골자로 한 개헌안 통과에 적극 나서면서 충성을 맹세한 점 등은 무리해 총리를 교체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리 총리를 제외하고 이날 이뤄진 국가감찰위원회 주임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인사는 예상대로 시 주석의 최측근들이 들어섰다.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겸 감찰부장은 전인대가 표결로 승인함에 따라 국가감찰위 주임을 맡게 됐다. 한 때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국가감찰위까지 겸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양샤오두가 당·정을 모두 감찰하는 감찰위 주임에 올라섬에 따라 오히려 자오러지 서기를 앞서는 모양새가 됐다.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시 서기로 재직할 당시 상하이시 통전부장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양샤오두가 이번에 부주석에 오른 왕치산(王岐山)이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재임할 당시 부주석을 역임하며 손발을 맞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시진핑 집권1기 때와 마찬가지로 왕치산-양샤오두 체제가 초법적 권한을 지니게 된 국가감찰위원회를 앞세워 더욱 강력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국가감찰위는 중국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행정부인 국무원의 감찰 조직 등을 통합한 거대조직으로 중국 내부 공적 영역에 있는 인사들을 당원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감찰할 수 있고, 혐의만으로도 개인을 최대 6개월까지 구금·조사할 수 있는 등 초법적인 권한들이 주어졌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고 지휘부인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는 쉬치량(許其亮) 현 부주석과 장유샤(張又俠) 장비발전부 부장이 역시 전인대 표결을 통해 임명됐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위원회 주석인 시진핑에 이어 인민해방군 서열 2위의 최고위직이다.
장유사의 부친인 장중쉰(張宗遜) 상장은 국공내전 때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과 서북 야전군에서 함께 싸운 전우로 이대에 걸친 교분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이 2015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 전날 중국 지도부 호위 조직인 중앙경위국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때, 38집단군 특수부대를 이끌고 이를 엄호하기도 했다.
4명의 중앙군사위 위원에는 웨이펑허(魏鳳和) 전략지원부대 사령원(사령관), 리쭤청(李作成) 연합참모부 참모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부장, 장셩민(張昇民) 중앙군사위 기율위원회 서기가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