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가 입학전형료 관련 교육부의 지적사항을 무시, 시정조치도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버젓이 똑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예대 출입구. (사진=신병근 기자)
성(城)이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학교의 장들은 말그대로 '영주'였다. 학교구성원들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신과 족벌로 일컬어지는 몇몇만이 존재했다. 국가지원금은 물론 등록금까지 온갖 조작과 편법을 통해 '쌈짓돈'으로 둔갑됐다. CBS 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학비리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계속>
서울예대가 입학전형료 관련 교육부의 지적사항을 무시, 시정조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똑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예대 학생들이 교정을 거닐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서울예술대가 응시생들에게 돌려줘야 할 '입학전형료'를 자기들 마음대로 나눠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예대의 이같은 불법 행위는 교육부의 지적 직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교육부와 서울예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16년 3월 서울예대에 대한 감사를 벌여 입학전형료가 부적절하게 집행된 사실을 적발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응시생들로부터 거둬들인 입학전형료 중 2억1,383만원이 입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총장을 비롯한 부총장 등 보직자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당연히 응시생들에게 돌려줬어야 할 돈을 학교 관계자들이 '꿀꺽'한 셈이다.
당시 교육부는 부적절하게 챙긴 수당을 모두 회수해 응시생들에게 반환하도록 했으며, 학교측 관계자 6명을 경고 처분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해에도 모든 입시 전형이 끝난 2월, 학교측은 입학전형료에서 총장을 비롯해 부총장 등 핵심 보직자들에게 또다시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예대 한 핵심 관계자는 "올해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는 입학전형료로 수당을 지급한 게 사실"이라며 "원래는 수시 끝나면 수당이 바로 나왔었는데, (교육부 감사 이후) 눈치를 보다 정시까지 끝난 뒤에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직자들의 지위에 따라 적게는 수 백만원이 지급됐고, 총장에게 지급된 수당은 적어도 1천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조치도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버젓이 똑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서울예대의 입학전형료 관련 불법행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6일 찾은 서울예대 본관 앞에 이 학교 설립자인 故유치진의 흉상. (사진=신병근 기자)
◇ "소모품비 지출 늘려…" 전형료 유용 의혹도서울예대측이 입학전형료를 학교가 챙기기 위해 갖가지 편법들을 동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7년도 보직자 회의록'을 보면 2월8일 회의에서 입학전형료 집행과 관련 지출항목을 조작하려 부적절한 논의를 한 흔적이 나타난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응시생들이 줄어 들 경우를 대비해 수당 등 인건비는 감소하는 추세로 가야 할 것"이라는 총장의 지시에 대해, 보직자들은 "입학전형료로 지출이 가능한 소모품비 등은 최대한 많이 쓰도록 할 예정"이라고 결론 내린다.
소모품비를 최대한 늘려 응시생들에게 반환해야 할 전형료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10월12일자 회의록에는 보직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총장의 지시에 보직자들은 '보직자 입시특별초과근무수당 지급 기준' 마련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총장 등 보직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학교규정까지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 관계자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합법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변호사 자문 결과 불가능하다고 해서 실행되진 않았다"고 귀뜸했다.
서울예대의 입학전형료 관련 불법행위가 또 다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예대 본관의 모습. (사진=신병근 기자)
◇ 취재 시작되자 수당 환수해 놓고…"교육부가 모순?" '적반하장'CBS노컷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예대측은 곧바로 지난해 지급한 수당에 대한 환수 조치에 나서는 등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서울예대측은 최근 자체 점검 결과 보직자 수당 지급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환수 절차를 밟던 중에 취재가 시작된 것이라며 '증거 인멸'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서울예대 관계자는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절대 (교육부로부터) 전화받고 움직인 게 아니다"며 "이달 초에 전략기획실에서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그런 사례가 있다면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며칠 전에 부서에 다 돌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예대측의 해명은 두 가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첫 번째로 자체 점검결과 보직자 수당 지급에 문제가 있었음을 파악했다면 처장급까지가 아닌 보직수당이 지급된 부처장급까지 환수 지시를 했어야 옳다. 학교측은 앞선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던 처장급 이상 보직자들에 한해서만 환수 조치를 한 상태다.
두 번째는 CBS노컷뉴스가 교육부를 상대로 취재에 들어간 지난 14일,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가 서울예대측에 수당 지급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이날 오후 늦게 학교측은 처장급 보직자들에게 수당을 환수하겠다는 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이 해당 메일 내용중에는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로부터 보직자 입시수당 지급에 대한 확인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보면, 학교측의 자체 환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예대측은 자신들이 수당을 지급한 것은 교육부의 전형료 가이드라인의 모순 때문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초과근무에 대한 해석이 교육부와 학교가 다르다. 입학전형료의 수당 지급과 관련해서 교육부 규정 자체에 모순이 너무 많다"며 "문제 소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싸우겠다. 행정소송까지 하겠다. 모든 예대와 연대해서 교육부를 정면돌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감독 당국의 눈을 속여 또다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서울예대의 초법적 행태가 계속되는 데는 교육부의 허술한 감독 책임도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전형료는 수입대체 경비 성격이라서 대통령령으로 응시생들에게 반환하도록 돼 있으며, 초과근무수당을 제외하고 교직원이나 결재권자에게 수당을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학교측이) 환수 조치를 하더라도 비위 사실이 인지된 만큼 감사부서에 내용을 전달해 정확히 감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도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사학이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기여를 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일부 사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한 행태들이나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할 문제"라며 "사학 비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정부도 긴장해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것이고, 국회도 비리 사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NEWS:right}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