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공연예술인들이 내부에서 벌어진 성폭력 문제에 대해 자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18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현재 공연예술계, 특히 연극계의 성폭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하루하루 믿기 힘든 이야기들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한 것은 다만 글 몇 줄로 이 엄중한 사태를 책임질 수 없다는 고심이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 연극계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함께 방관하고 묵인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동안 그땐 모두가 그랬다는 변명으로, 잘못된 언행이라는 생각도 못 하고 가해졌던 언어를 포함한 여러 폭력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바뀌고 바꾸어 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노조는 "그 첫 번째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명백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촉구하며 함께 연대하는 것"이라며 '공연예술계에 만연한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위계를 바꿔내고 평등한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언어를 비롯한 일체의 폭력을 절대 행하지 않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 대해 묵과하지 않기 △폭력적 상황을 마주쳤을 때 잘못을 지적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 요구 △ 동료가 처한 부당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연대 △이미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향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피해자 구제와 법적 처벌까지 끝까지 연대 △우리 모두를 위한 건전한 공연예술계로의 환경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동참 6가지를 약속했다.
또한 노조는 △문체부가 추진하는 분야별 성폭력신고센터 설립과 운영에 당사자인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 △공연예술계의 건강하고 평등한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계약 시 내용을 명시하고 쌍방간 서명할 것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예술계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의식개선 캠페인을 분야별로 지원할 것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보다 심도 깊은 의식개선을 위한 교육, 간담회, 워크샵을 연례행사로 추진·개최할 것 △공연예술계의 불평등 행태, 폭력 상황을 주시, 피해자를 지지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적극적 지원으로 협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 참석자들은 발언 위주로 구성된 1부 이후, 2부에서는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번 대회는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를 지지하고 내부 자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부터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연극계에서는 연출가 이윤택·오태석·김영수, 음악감독 변희석, 배우 한재영·이명행·오달수 등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윤택 씨는 어제(17일)에 이어 이틀 동안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