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부터 사흘간 대통령 개헌 발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국회 송부, 공고 등의 절차로 대통령 개헌안을 26일 발의하겠다고 못박은 청와대는 이날부터 국민들에게 대통령 개헌안이 어떤 정신을 담고 있는지 소상히 알린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를 정면 돌파하고,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원칙론도 감지된다.
◇ 기본권 분야…5·18, 6·10등 민주화 운동 반영청와대는 20일 개정된 헌법 전문(前文)과 새로운 기본권에 관한 사항, 21일 지방분권과 국민주권에 관한 사항, 22일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권력구조에 관한 사항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받은 자문안을 토대로 19일까지 복수로 올라온 세부 사안을 조정하고 법률안 문구 등을 세심히 살피는 독회(讀會)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처음으로 발표되는 헌법 전문과 기본권 분야의 핵심 사항에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화 항쟁 등이 1960년 4·19혁명 정신과 함께 명시될 전망이다.
자문위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 정신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5·18, 부마항쟁, 6·10 등 3가지 민주화 운동을 헌법전문에 담는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철 자문특위 부위원장 역시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전문에 역사적 사실로 5·18, 부마항쟁, 6·10 항쟁을 4·19 혁명과 더불어 명기하는 데 대해 자문위원의 의견이 일치됐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기본권에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정리한 '토지공개념'도 주목된다.
현행 헌법은 토지공개념이 자본주의 경제질서와 배치된다는 측면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토지의 유한성 등으로 분배 정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데 자문위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도 토지공개념으로 보이는 조항이 있지만 이를 더 구체화해 국가가 토지 재산권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의 제한을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공무원 노동 삼권 확대'와 '헌법 조문 내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 '동일가치 동일임금' 등 노동권 강화와 관련된 조항들도 주목된다.
◇ 지방분권·국민주권 분야…수도(首都) 조항, 국민소환제21일 발표될 지방분권·국민주권과 관련한 사항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수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수도(首都) 조항이다.
현행 헌법에는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지정을 둘러싼 헌법재판 과정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완성됐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에는 헌법에 수도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수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정해구 자문특위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수도 조항은 자문안 헌법총강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헌법에 수도조항이 신설되면 그간 관습헌법에 발목이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 확대 조항도 포함됐다.
다만 지방분권 강화라는 큰 방향에는 자문위원들의 뜻이 일치됐지만,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 범위를 두고 복수의 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민의(民意)가 제대로 전달돼 국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도입하되는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도 강화됐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견제장치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 원칙도 반영됐다.
이는 정치권에서 제기된 '권역별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헌법적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형태·헌법기관의 권한 분야…대통령 4년 연임제22일 공개하는 정부 형태(권력구조) 관련 사항으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뜨거운 감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4년 연임제를 소신으로 강조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맞물려 청와대와 한국당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지점이다.
헌법 개정안 전문이 공개되고 이날 청와대 추가 설명이 나오면 여야는 또다시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 발의안에는 정당 책임 정치와 일관성 강화를 위한 4년 연임제를 제외하고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조항이 반영됐다.
전체 부처에 대한 강력한 감사권을 갖는 감사원을 현재의 대통령 소속에서 떼내 독립기구화하는 방안이 자문위에서 보고됐다.
당초 독립된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점에서 독립 기관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과 재벌 경제인에게 남발된 대통령 특별사면권도 헌법으로 제한해 특정 정치.경제세력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부추키는 폐단도 사전에 제거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해 불필요한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대폭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