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75억 명, 지구 역사상 어떤 종도 이만큼의 생물 양 가진 적 없어
- 1950년대, 여섯 번째 ‘대멸종기’의 시작
- 지구 평균 기온 ‘2도’ 까진 서서히 오르지만.. ‘5-6도’ 순식간에 올라
-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셈’
- “인간만 변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을 수 있는 거죠”
- 자연사박물관, 자연 훼손 않으면서 애정 가질 기회 제공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20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 정관용>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대중에게 아주 재미있고 익숙하게 들려주시는 분으로 유명하죠. 지금 서울시립과학관장을 맡고 있는 이정모 관장. 이번에 250만분의 1 이런 제목의 책을 펴냈네요. 그래서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좀 초대했습니다. 이정모 관장 어서 오십시오.
◆ 이정모> 안녕하세요. 서울시립과학관의 이정모입니다.
◇ 정관용> 250만분의 1? 이게 무슨 뜻이에요?
◆ 이정모> 그러니까 숫자가 약간 특이한 숫자이기는 한데요. 그러니까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합니다. 지구상에는 몇 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하면 일단 많이 대답하는 게 답에 가깝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과학이 밝혀낸 뭐가 있을 거 아니에요?
◆ 이정모> 저는 그래서 때로는 과감히 1억 종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250만 종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국제종 다양성을 연구하는 기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구에서 자기가 이름을 붙였든 이름을 붙이지 않았든 어떤 연구하고 있는 종수가 총 250만 종이에요. 물론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훨씬 많지만 몇 종이 있는지 그걸 따지지 말고 일단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250만 종이 되는데.
◇ 정관용> 그만큼이나 된다.
◆ 이정모> 그중에 250만분의 1이라는 건 바로 인류를 말하는 거겠죠. 그런데 인류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250만 종 중에서 인류는 한 종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한 종의 인류의 양을 75억 명이거든요. 75억 명을 다 모아두면 가로, 세로 높이 2km의 상자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작은 것 같지만, 가로, 세로 2km면 작은 것 같잖아요. 그런데 높이 2km까지 치면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지구 역사상 그 어떤 생명체도 이만큼의, 한 개의 종이 이만큼의 생물 양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 정관용> 그래요?
◆ 이정모> 생물양이라는 걸 kg으로 쳐야 되는 거니까요.
◇ 정관용> 몸무게까지 다 합했을 때?
◆ 이정모> 75억 명의 몸무게만큼을 갖고 있는 생명체는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지구의 가장 많은 생명체를 고른다면 개미를 고를 수 있습니다. 개미를 다 모아도 그만큼 돼요. 가로, 세로 높이 2km 상자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미는 최소한 1만 2000종이나 돼요.
◇ 정관용> 그 안에도.
◆ 이정모> 네, 1만 2000종이나 되는 거고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종이 2000종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개미는 1만 2000종, 1만 4000종이 되는 양 만큼을 인류 하나가 그만큼 양을 갖고 있는 거죠. 이건 어떻게 보면 되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류가 그만큼 지구 역사상 아주 성공적인 생물종이었다는 것도 말해 주는 겁니다.
◇ 정관용> 서문을 제가 보니까 인류만큼 성공한 생물종은 없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 그런데 그만큼 우리는 위해하다라고 쓰셨더라고요. 무슨 뜻이에요?
◆ 이정모> 너무나 강한 거예요. 개미 무섭지 않잖아요. 지렁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지렁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어떤 생명체도 없어요. 지렁이는 땅을 기름지게 해 주죠. 그리고 많은 새들의 먹이가 기꺼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는 곳은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정모>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는 생명체도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딸내미하고 같이 스킨스쿠버를 하는데요. 가서 가장 보고 싶은 게 상어예요. 사람들이 상어를 보러 간다 그러면 상당히 겁을 내요. 위험한 거 아니야,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1년에 전 세계에서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많으면 10명, 적으면 6명 정도예요.
그런데 사람에게 붙잡혀 죽는 상어의 수는 최소한 1억 마리예요. 많은 해는 3억 마리까지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상어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상어가 사람을 무서워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어는 4억 년 전부터 지구의 바다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자기네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거죠.
◇ 정관용> 인류가 이렇게 많아진 게 언제부터입니까?
◆ 이정모>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만 2000년쯤 전이잖아요, 신석기 시대가. 책마다 주장은 다르지만 기껏해야 100만에서 300만을 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 1만 2000년 전 인류의.
◆ 이정모> 총 수가. 심지어 2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추정하는 것도 있어요. 평균을 쳐도 100만 명밖에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아주 서서히 증가합니다. 산업혁명기까지 오면 1820년대, 1830년대 오잖아요. 인구 수가 3억 명밖에 안 돼요.
◇ 정관용> 3억. 1만 2000년 전부터 서기 1820년까지 한 100만 명에서 3억으로.
◆ 이정모> 그렇죠. 그런데 그리고서는.
◇ 정관용> 그런데 그것도 빠른 거죠?
◆ 이정모> 서서히 올라왔는데요. 그다음부터 갑자기 불과 200년도 안 돼서 3억이 75억 명이 된 거예요. 그러니까 변곡점이 있거든요. 그 변곡점이 바로 산업혁명입니다. 그러니까 석탄과 석유를 사용한 다음부터는 인류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거죠. 제가 태어난 해의 지구의 인구 수가 35억 명이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 배웠어요. ‘정모 네가 살고 있는 동안 지구 인구 수가 2배가 될 거야’.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오십 몇 년 사이에 75억이 됐다.
◆ 이정모> 2배가 넘었죠. 그러니까 2배가 된다고 배웠지만 설마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실행돼버렸어요. 지금 70대 노인들은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인구 수가 3배가 되는 걸 목격한 세대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봐도 놀라운데 그 바깥에 있는 생명체들은. (웃음)
◇ 정관용> 지구가 보면.
◆ 이정모> 정말 끔찍한 거죠. 지구의 역사 46억 년 동안에 생명체가 한 38억 년 동안 존재했어요. 그러니까 지구 역사 46억 년 동안에 불과 1만 2000년 전까지만 해도 그 어떤 생명체도 지구 환경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았어요. 그런데 1만 2000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사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죠.
책 '250만 분의 1' (자료사진)
◇ 정관용> 농사가 환경을 바꾸는 건가요?
◆ 이정모> 그렇죠. 멀쩡한 벌판에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 불을 질러야 했으니까. 저 멀리 흐르던 물을 당겨와야 돼요. 농사를 짓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 되잖아요. 갑자기 마을을 만들고 문명이 생겨야 했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 이정모> 그러니까 지구의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한 시기인 거예요.
◇ 정관용> 농사가 결정적이었거든요, 일단 첫 번째는.
◆ 이정모> 그렇죠. 그러니까 농업혁명이라는 엄청난 큰 혁명이 있었던 거죠. 그다음에 산업 그 사이에 과학혁명 있었고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그러니까 지구는 인간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농사를 시작하는 그 시점의 지구는 표현하신 것처럼 ‘어? 이 지구에 존재했던 생명종 가운데 첫 번째로 나한테 도전하는 종이 생겼네?’ 이렇게 봤겠군요?
◆ 이정모> 그렇죠. 그 당시에만 해도 거대한 포유류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지구상에는. 그런데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아메리카대륙에 사람이 산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잖아요, 한 1만 년쯤 됩니다. 사람들이 베링해를 넘어갈 때, 어떻게 넘어갔어요. 그 순간부터 사람이 전진하는 속도에 맞춰서 거대 포유류들이 사라지는 거예요.
◇ 정관용> 잡아먹으니까?
◆ 이정모> 그렇죠. 잡아먹든지 없애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거대 포유류들은 많이 먹어야 되는데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 동물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당히 방해가 되는 거예요.
◇ 정관용> 농사 지은 걸 뺏어먹으니까.
◆ 이정모> 그렇죠. 또 우리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 그들을 내쫓아야 되는데 살 곳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숫자가 줄어들게 된 거죠. 그래서 왜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기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 정관용> 그런 말 하죠.
◆ 이정모> 그래서 초기에 과학자들이 여섯 번째 대멸종기가 언제 시작할까. 그걸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한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엄청나게 많이 멸종을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신석기 시대가 6번째 대멸종기의 시작이다라고 해버리면 왠지 현대인들의 책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거기다가 또 보니까 신석기 시대부터 산업혁명까지 멸종한 숫자보다 산업혁명 이후에 멸종한 숫자가 더 많습니다. 안 되겠다. 산업혁명부터 6번째 대멸종기로 하자라는 공감대가 생겼죠. 그런데 이런 걸 정하는 건 지질학자가 정합니다.
지질학자가 지층을 정해야 되는데 멸종만 됐다고 정할 수는 없는 거예요. 뭔가 지층의 특징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막 찾아낸 게 1950년입니다. 1950년부터 갑자기 지구의, 전 지구의 모든 지층에서 방사선이 검출되기 시작합니다, 엄청나게.
◇ 정관용> 그 이전에는 없었는데?
◆ 이정모> 아주 일부 있었죠. 자연방사선밖에 없었는데 핵실험을 많이 하잖아요. 핵실험을 하면서 방사선이 등장하고 또 플라스틱하고 콘크리트가 엄청나게 나와요. 모든 지층에 통일해서. 그러니까 외계인이 와서 보더라도 이때는 분명히 지층이 바뀌었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생물학자들도 동의를 해 줘야 되는데 그 사이 새로 생긴 생명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 1950년부터 전 지구의 모든 땅에 갑자기 치킨 뼈가 등장합니다.
◇ 정관용> 치킨?
◆ 이정모> 닭뼈. 그러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치킨을 먹기 시작한 거예요. 생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이 그렇다면 1950년도를 6번째 대멸종기의 시작이라고 하자 한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1950년대 이후에 태어났잖아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지구의 가장 큰 대멸종이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올 때 세 번째 대멸종이었어요.
◇ 정관용> 그게 공룡이 사라진 그때입니까?
◆ 이정모> 아니요. 공룡이 등장할 때죠. 그때 고생대에서 끝나고 중생대 때 공룡이 등장하거든요. 그때 지구상에서 95% 생명체가 멸종했는데요.
◇ 정관용> 그때는 원인이 뭐였죠?
◆ 이정모> 그때 커다랗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판게아가 만들어져요. 초대륙이거든요. 원래 대륙이 흩어져 있었는데 대륙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그런데 원래 생명체가 살기 좋은 건 바닷가예요. 바닷가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먹을 것도 많은 곳이었거든요.
대륙이 다 합쳐지니까 원래 해안선이었던 곳이 내륙 한가운데로 바뀌게 되죠. 그러니까 살 수 있는 곳이 줄어들었습니다. 갑자기 거기가 사막화돼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산소의 농도가 확 떨어집니다. 지금 대기의 산소농도가 21%예요. 그런데 고생대 말에는 30%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20%까지 떨어집니다.
◇ 정관용> 갑자기?
◆ 이정모> 산소 공급이 반으로 줄어드니까 숨을 쉴 수가 없는 거죠. 거기다 또 시베리아에서 엄청난 화산이 터져요. 제주도에 가면 현무암이 있잖아요, 까만 돌. 그 돌이 화산이 터져서 생긴 암석이잖아요. 그런데 시베리아에 있는 현무암 덩어리가 서유럽 크기 만 합니다. 그 두께가 400m에서 3km예요.
◇ 정관용> 어마어마한 용암이 솟구친 거군요?
◆ 이정모> 그렇죠. 용암이 나온 게 문제가 아니라 용암 속에서는 염소, 불소, 이산화황, 이산화탄소 이런 게 나오면서 지구를 산성화하고 지구 온도를 높이고 그러면서 식물들이 죽어나가고 식물 죽으니까 초식동물 죽고 초식동물이 죽으니까 육식동물도 죽어나가는 거죠. 그 덕분에 새로운 생명체가 등장을 했어요. 그러니까 멸종은 사실 나쁜 게 아니거든요.
멸종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66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꽝 부딪히면서 거대한 운석이 부딪치면서 지구의 기후가 바뀌고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싹 사라졌거든요. 그 덕분에 우리 같은 사람이 생길 수 있었죠. 그러니까 공룡하고 포유류는 원래 같이 등장했어요.
이정모 관장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그런데 포유류가 그 공룡을 이기지 못하니까 지배를 못하는군요.
◆ 이정모> 그렇죠. 포유류 입장에서는 괜히 몸집 키웠다가 잡아먹히니까 주먹만 한 크기로 숨어살았는데 무주공산이 되니까 자기들 몸집을 키워나갔던 거죠.
◇ 정관용> 그러면서 포유류 세상이 오면서 인간도 거기서.
◆ 이정모> 인간도 3000만 년쯤 전부터 서서히 영장류에서 분해되고 700만 년 전에 침팬지에서 분리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멸종은 나쁜 게 아니에요, 사실은. 멸종이 있어야 새로운 생명체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급격하게 한 종, 두 종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는 누군가 채워주게 되는데 갑자기 여러 종이 멸종해 버리면 생태계에 빈자리가 있잖아요.채울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심각하게, 그러니까 대멸종이 있은 다음에도 다시 생태계가 복원이 됐는데 6600만 년 전에 대멸종 이후에 지구는 그나마 잘 유지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보통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온도가 5도, 6도가 확 오른다든지 아니면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든지 또 대기의 산성도가 높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은 그게 없는 거예요.
◇ 정관용> 그냥 인간들이 자기 살기 위해서 다른 종들을 괴롭히는 것뿐이죠?
◆ 이정모> 그렇죠. 대기의 산성도는 우리나라는 1985년이 제일 높았어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기회로 급격하게 좋아졌거든요. 산성비 아니에요. 또 산성비하고 대머리는 상관도 없습니다. 또 산소농도는 변화가 없고요. 그런데 온도를 보면.
◇ 정관용> 조금씩 올라가고 있잖아요.
◆ 이정모> 그렇죠. 최근 150년 동안 0.85도가 올랐습니다. 이것은 다시 대멸종과는 상관이 없는 온도예요. 대멸종은 5도, 6도가 변해야 되거든요. 0.85도가 올랐다는 뜻은 대구에서 키우던 사과를 양구에서 키울 수 있다는 거예요. 북방한계선, 남방한계선 바뀐 정도죠.
◇ 정관용> 실제 그렇게 되고 있잖아요.
◆ 이정모>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는 문제가 아니냐.
◇ 정관용> 아니, 앞으로 더 진척되면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 이정모> 그렇죠. 그러니까 오죽하면 2015년 겨울에 전 세계의 정상들이 모여서 기후정상회의라는 걸 했잖아요. 그런데 그때 내용이 뭐였냐면 산업화 이후의 온도 기후 상승을 2도에서 막자는 거였어요. 왜 2도에서 막냐면 2도까지는 서서히 증가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관장님 책에 보면 맨 마지막에 1.5도에서 막자라고 하셨던데.
◆ 이정모> 그렇죠. 그러니까 왜 2도에서 막는 이유가 뭐냐 하면 2도까지 서서히 올라가는데 평균 기온이 2도가 되면 국지적으로 5도, 7도씩 올라가는 데가 엄청나게 많이 생겨요.
◇ 정관용> 지역별로.
◆ 이정모> 지금도 여름에 보면 캘리포니아, 그리스, 스페인 같은 데 국지적으로 온도가 올라서 한 달 동안 산불 났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지구 평균기온이 2도가 되면 사방에 산불이 날 텐데, 건조화되고. 그러면 산불 때문에 기온이 오르게 되고 또 산불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거예요.
그래서 2도까지는 서서히 오르는데 그다음부터 급격하게 5도, 6도까지는 순식간에 올라가버리는 거죠. 그런데 그나마, 그나마 우리가 좀 안심할 수 있는 게 뭐냐 하면 지금의 여섯 번째 대멸종의 문제는 인간이 너무 탐욕적이었고 또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에요.
◇ 정관용> 이제는 인간이 할 수 있다?
◆ 이정모> 그렇죠. 인간만 변화하면, 인간만 변하면 이건 막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변한다고 생각한다면 안심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 정관용> 그런데 가만히 말씀 듣고 있다 보니까 46년 지구 역사, 생명이 산 38억 년 역사. 그리고 이게 조금 아까 소개해 주신 대멸종과 그 멸종 이후의 생태계 복원이 하나하나마다 사실은 몇 천만 년, 몇 억 년이 걸린 것 아닙니까?
◆ 이정모> 그렇죠. 세 번째 대멸종은 최소한 100만 년이 걸린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우리 얘기하는 건 겨우 한 100년, 200년 사이에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걸 생각해 보니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이게 참 두려워지네요.
◆ 이정모> 그래서 자연사라는 교육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자연사박물관을 만들어야 되는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경험을 해야지 아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대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람이 갯벌을 사랑하냐면 갯벌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갯벌을 지키자라고 해서 사람들이 갯벌 체험을 갑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갯벌체험을 하면서 갯벌이 망가져요. 그러니까 거기에 살고 있던 것들은 평화롭게 사는데 아이들이 첨벙첨벙 놀면서 망가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게 딜레마인 거예요. 자연을 체험해야 되는데 자연을 체험하면서 망가지게 되니까. 그래서 나온 게 전 세계적으로 직접 체험하지 말고.
◇ 정관용> 자연사박물관 같은 데서.
◆ 이정모> 자연사박물관 같은 것을 하자고 하는 거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습니다.
◇ 정관용>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지내셨죠?
◆ 이정모> 네.
◇ 정관용> 국립은 없고 그렇게만 있는 거예요?
◆ 이정모> 서대문구가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21번째로 부자 구예요. 그러니까 상당히 어려운 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정관용> 21번째 부자구가 뭡니까? 가난한 구죠.
◆ 이정모> 그런데 훌륭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거기에 자그만치 박사급 연구원을 6명이나 고용하고 있는 곳이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국립시립도 안 만들고 있는 건 문제다?
◆ 이정모> 있어야 되는 거죠. 곳곳에 있어야 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래요. 250만분의 1이다, 우리가. 그리고 지구 역사 48억 년과 대화하면서 생각해 봐라. 이 미천한 것들아, 이 말씀이죠?
◆ 이정모>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사라진 생명들의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멸종된 생물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또 저 생물들은 왜 멸종했을까. 반면교사로 삼자는 거죠.
◇ 정관용> 오늘 들은 말씀 중에는 2도가 일단 평균기온 올라간 뒤부터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도 없다.
◆ 이정모> 그렇죠. 이미 늦은 겁니다.
◇ 정관용> 저절로 5~6도까지 막 치솟을 거다. 그럼 대멸종은 금방 온다?
◆ 이정모> 대멸종 때마다 그 당시의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지금은 인류가 딱 멸종할 때인 거죠.
◆ 이정모> 그렇죠. 우리가 방법이 없습니다.
◇ 정관용> 막아야 되겠습니다. ‘250만 분의 1’이라는 책 들고 오신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정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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