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양국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꽝 주석은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관련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유감 표명"이라며 "불행한 역사를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감표명을 공식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식 사과라고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그의 후속조처로서의 배상이 따르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유감 표명은 지난번에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진전된 게 아니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면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천 득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2004년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이 과거 고난을 극복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며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의 핵심 파트너이자 아세안의 중심 국가인 베트남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