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신혜선은 배우라는 꿈을 아주 일찍부터 품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 이미 뜻이 서 있었다니, 이른 편이다. 휴대폰 케이스로도 들고 다닐 만큼 '원피스'를 좋아하고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도 섭렵한다는 그의 원래 꿈은 만화가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배우가 된 자신의 모습도 곧잘 상상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장편 여자 우수연기상을 타고 나서 눈물을 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늘 그려왔던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벅참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연말 시상식에 가서 상을 받게 되면 '감독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지 하고 잠들었던 꼬마는 정말로 배우로 데뷔했다. 3년 전부터는 '내년을 기대할 유망주'로 여기저기서 꼽히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난 그는, 꿈꿔왔던 시상식에서 상도 탔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종영 기념 배우 신혜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에게서 '상상이 현실이 된' 사례를 좀 더 들어 보았다.
(노컷 인터뷰 ① 신혜선 "'황금빛' 재미 확신, 지안이 매력 터져서 좋았다")◇ "꿈이 이뤄지는 느낌에 울컥했다"연기대상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를 묻자, 신혜선은 "허무맹랑한 꿈이었지만 저한텐 꿈이었으니까 그런 게 이뤄지는 느낌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상을 받는 건 현장에서 고생한 분들이 어느 정도 보상받는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진짜 다들 고생을 너무 했다.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쳤다"고 덧붙였다.
신혜선은 최근에 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우연히 접하고 '가슴이 울렁거렸던' 작품에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SBS에서 방송 예정인 2부작 특집극 '사의 찬미'다. 소프라노 윤심덕이 발표한 곡 이름으로, 이미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진 바 있다.
신혜선은 "데뷔 전에 라디오에서 '사의 찬미'에 대해 짧은 얘기를 들었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러브 스토리라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중에 이런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면 참 재밌겠다, 하고 있었는데 대본이 딱 온 거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꿈을 계속 '허황된 생각'이라고만 여겼는데, 상을 받는다든지 하는 그런 우연 때문에 약간 울컥거릴 때가 있어요. 꿈이 이뤄진 느낌이랄까요. 미약하게든 제대로든, 이쪽 일을 꿈꾸면서 공상이라고 생각했던 게 현실에서 실제로 마주했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벅찬 게 있어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 것 같고요. 이 일은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요."
신혜선은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이날 눈물의 수상소감을 선보였다. (사진='연기대상' 캡처)
◇ 신혜선이 돌아본 지난 5년, 펼쳐갈 앞으로의 5년신혜선은 지난 2013년 KBS2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그는 본명 그대로 출연했다. 이후 '엔젤 아이즈', '고교 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그녀는 예뻤다' 등에 출연했다. 2016년 '아이가 다섯'에서 순수함과 정직함이 매력인 이연태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푸른 바다의 전설', '비밀의 숲', '황금빛 내 인생'까지 5년을 쉴 틈 없이 보냈다.
가장 최근작인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과 자신의 실제 커리어를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저는 지안이보다는 운이 있었던 케이스 같다. 더 환경이 좋은 것 같다.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좋은 분들도 많이 뵙고. 지안이는 오로지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고 답했다.
본인은 많은 공을 '운'과 '주변 환경'에 돌렸지만 앞서 나열한 수많은 작품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참 열심히 활동해 왔다. 신혜선 역시 과거 작품을 찾아보면 추억에 잠기기도 하지만 "잘했다 못 했다를 떠나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과거 작품을 잘 볼 수 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보면) 너무 부끄럽다"며 웃었다. '잘했다, 우리 혜선이!' 이런 게 아니라 너무 부끄럽기만 하다고. 그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부분이 있나 비교해 보기도 한다. (과거 작품을 보는 건) 진짜 정말 용기다"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상황에서 향후 5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신혜선은 "완전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죠"라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는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저는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고,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다. 50~60대 이후를 위한 발판을 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향후 5년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역' 해 보고 싶어
왼쪽부터 '오 나의 귀신님' 강은희, '아이가 다섯' 이연태, '비밀의 숲' 영은수, '푸른 바다의 전설' 차시아 (사진=각 방송 캡처)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신혜선의 주가도 자연히 높아졌다. 더구나 각 작품에서 보여줬던 캐릭터가 다 달랐다. 순진무구함과 얄미움, 세속적인 이미지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점은 분명 배우로서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신혜선은 이른바 '자기 자랑'에 매우 서툰 사람이었다. 그저 웃기만 했다. 배우로서 장점을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각도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긴 하다"며 "다양한 것까진 아니어도 상반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인기가 좀 높아진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기고, 팬들도 좀 더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런걸) 실감하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촬영도 얼마 전에야 끝났고…"라고 말했다.
신혜선은 캐릭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기에, 연기가 '늘 어렵다'면서도 하고 싶은 작품과 역할에는 '몸이 당긴다'고 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신을 상상했을 때 재밌는지를 중시한단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건 진짜 열심히 하는데 안 좋아하면 흐지부지하는 성격이다. 좋아해야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굴곡도 있고 우울한 면도 있는 서지안을 연기한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밝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작은 소망이다. 신혜선은 "장르를 따지진 않지만 로코(로맨틱코미디)도 하고 싶고 밝은 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
◇ '황금빛 내 인생'이 남긴 것
'황금빛 내 인생' 마지막 촬영 현장 사진 (사진=신혜선 인스타그램)
신혜선은 '황금빛 내 인생'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혹시 어떤 실마리를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행복해요' 이런 맥락의 대사가 있었는데 공감했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려도 마음이 불편하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신혜선은 "저는 아무것도 안 하면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집순이다. 짧게 쉴 때는 누워만 있는 게 제일 좋다"며 웃었다. 이어, "조금 길게 쉬면 보고 싶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거의 밤새우면서 본다. 그러다 잠들고, 눈 뜨면 다시 계속 본다"고 부연했다.
올해 서른이 된 그에게 연기 이외의 인생 계획도 물었다. 그는 결혼에 대해 "꼭 하고는 싶다. 운명 같은, 너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게 로망이다. 토끼 같은 자식들 낳아서 살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일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억지로 할 순 없으니까. 사실 아직도 너무 어린 느낌이다. 어느 순간 30대가 되어서. 시간이 제트기처럼 후딱 갔다"고 말했다. 신혜선의 이상형은 '매너 좋고 다정하고 스윗한' 사람이란다.
'황금빛 내 인생'으로 마련된 자리이니만큼 마지막 질문은 '황금빛 내 인생'에 관한 것이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인생작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한테도 그런 것 같고, 굉장히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또, 개인적으로는 다시 꺼내서 보고 싶은, 다시 한번 쭉 봐 보고 싶은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