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 4.3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4.3 유족인 할머니와 손녀가 추모하고 있다. (사진=박정섭 기자)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후 두번째로, 4.3 70주년을 맞는 유족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제68주기 위령제에 참석한 이후 12년만으로, 4.3 70주년을 통틀어 대통령의 참석은 딱 두번뿐이다.
4.3때 형을 잃은 양정기(84) 할아버지는 "대통령이 추념식에 오니까 너무 좋다. 지금까지 대통령 얼굴 보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는데 올해는 4.3 70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오니까 이보다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부민자((90) 할머니의 감회도 남다르다. 부 할머니는 4.3 당시 제주시 용강동에서 어머니와 오빠, 동생을 하루 아침에 모두 잃었다.
부 할머니는 "말도 못하게 억울한 세월을 살았다. 하루에 어머니와 오빠, 동생을 모두 잃은 그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그래도 대통령이 와서 위로해 주니까 가슴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부 할머니는 아흔이 넘은 나이를 한탄하며 "4.3의 완전한 해결이 언제 될지 모르겠다. 나 죽기전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70년 세월 대통령도 자주 오고 많은 일들이 해결됐으면 좋으련만 지나간 세월이 한스럽다"고 부 할머니는 읍소했다.
3일 제주 4.3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4.3 유족들. (사진=박정섭 기자)
고원경(81) 할아버지도 "대통령이 오니까 너무 좋다"면서도 "10살 위 형을 4.3때 잃었는데 행방불명돼서 시체도 못찾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도 왔으니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4.3때 아버지을 잃은 진모(74)씨 부부는 "4.3을 언급조차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제는 그 4.3을 말할 수 있고 오늘 대통령도 참석하니까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진씨 부부는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4.3 70주년을 맞는 마음이 오죽하겠느냐. 마음이 찡하고 가슴도 울컥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양윤경 제주 4.3 유족회장은 "보수정권 시절 그토록 대통령 참석을 바랐고 요청했는데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오늘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해 유족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언제까지 서로 반목하고 경계할거냐. 우리 모두의 손해다"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에서 4.3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인 4.3을 전국으로, 전 세계로 알리도록 유족과 제주도민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고 국민들도 4.3이 뭔지 관심 가져 주고 찾아와 주고 기억달라"고 당부했다.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내레이션하는 가수 이효리. (사진=박정섭 기자)
올해 4.3 70주년 추념식은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족 등 1만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와 유족 중심으로 치러졌다.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주제로 그동안 금지됐던 가수 안치환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제주 4․3 유족 합창단 50명의 합창으로 불려졌고 최초로 4.3 피해 조사를 한 장정언 전 제주도의회 의장과 고희순 초대 4.3 희생자 유족 부녀회장 등 제주 4․3의 역사를 기억하도록 헌신한 10명이 애국가를 선창했다.
또 가수 이효리씨가 주제를 전달하는 내레이션에 참여했고 국군 교향악단과 국방부 의장대가 4.3 생존 희생자 113명과 유족들을 예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날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했고 국회의원 50여 명도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4.3 영령들에 헌화하고 분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