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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적과의 동거'에 나선 경동시장 상인회

    전통시장 상권과 마트자본의 결합.. 서울시내 첫 사례

    (사진=이마트 제공)

     

    2010년대초만 해도 전통시장과 이른바 대형마트자본들은 서로 상권을 놓고 으르렁거렸다.

    '대형마트 자본'은 포화상태에 이른 상권 가운데서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 전통시장 상권을 기웃거렸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에 모든 걸 뺏길라 전전긍긍하며 머리띠를 두르고 입점저지투쟁을 벌였다.

    선진 유통 노하우와 자본으로 무장한 마트의 게걸스러운 식탐을 저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전통시장 상인들은 현 여당의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에 SOS를 쳤고 '유통산업발전법'을 만들기에 이른다.

    당시 마트규제의 핵심은 '영업시간 규제'와 '일요휴무', '추가 출점정지'였다. 양측 사이에 어렵사리 휴전선이 그어지자 국내 유통자본들은 더이상의 점포늘리기가 불가능해졌고 전통시장은 나름대로 자력갱생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갈수록 쇄락하는 시장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어 커다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고, 유통자본들은 해외진출이다 복합쇼핑몰 건립이다 편의점 출점경쟁이다 해서 혈로를 뚫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지만 2000년대초 같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전략적 동거일까, 견원지간이던 대형마트 자본과 전통시장이 슬그머니 손을 잡는 일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은 부족한 자본력을 얻게되고 대형마트자본은 추가출점에 숨통을 틔울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대형마트 자본의 전통시장 출점이 전면 금지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7월 출점이 재개될 계기가 마련된 것. 주식회사 경동시장이 신세계그룹에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하고 나온 것이다.

    양측은 협력적으로 시장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시장상권에서 나오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고 8개월동안 머리를 맞댔다. 잘 알려진 것 처럼 국내 대표적인 인삼약재시장인 경동시장은 시대변화에 걸맞게 상권 리뉴얼을 하지 못한 지 수십년을 맞으면서 60세이상 유동인구가 55%(열린데이터광장 조사)에 이를 정도로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게 됐다.

    (사진=이마트 제공)

     

    젊은층의 발길이 끊기니 자연히 상가들도 극장도 하나둘 빠져나가고 시장공동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같은 어려움이 상인들에게 적과의 동침에 나서도록 한 동력이 된 것일까

    경동시장상인회의 전폭적인 동의하에 진행된 이마트 노브랜드 출점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9개월만인 5일 이마트로서는 5번째 상생점포인 경동시장 상생스토어의 문을 열게됐다. 서울에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마트와 상인회의 약속은 ▲노브랜드에서 과일,수산물 판매금지 ▲영업시간 1시간 앞당기기(오전10시~오후8시) ▲29개 인삼패션매장 전면배치 등 3가지 사항이었다. 이마트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브랜드, 스타벅스 재능기부카페인 '카페숲’, 동대문구 작은도서관, 어린이희망놀이터, 고객쉼터를 설치했다.

    상생의 기치 아래 새단장한 경동시장. 서울시내 유통지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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