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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엘리엇 재등장, 삼성합병 반면교사 삼아야



칼럼

    [논평] 엘리엇 재등장, 삼성합병 반면교사 삼아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시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계획을 내놓은 다음이다.

    엘리엇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곳에 10억달러(약 1조605억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재등장에 대해 현대차를 포함한 재계에서는 엘리엇의 의도 파악에 나서며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엘리엇의 지분은 현대차 등 3곳 시가총액의 1.4%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50% 가까이 되는 현대모비스 외국인 지분과 엘리엇의 과거 이력으로 볼 때 결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시어 회장이 1977년에 세운, 세계 최대규모의 행동주의 투자 헤지펀드이다.

    총 운영자산이 현대차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350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른다.

    엘리엇은 주로 채무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국채나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고수익을 내는 전략을 써 '벌처(vulture, 대머리독수리) 투자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요주주가 된 뒤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려 팔고 나가는 식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현대차그룹을 타깃 삼아 수익극대화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유명해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7.12%)을 갖고 있다고 공개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 : 0.35)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조건도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삼성측은 이러한 엘리엇을 상대로 삼성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당장 눈 앞의 고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해외투기자본으로 몰아갔다.

    합병 반대를 통해 저평가된 보유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하여 고수익을 챙겨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자본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삼성의 '애국심 마케팅'은 주효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엘리엇에 돌을 던졌다.

    합병반대 목소리는 파묻히고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뒤이어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합병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됐고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돼있는데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엘리엇이 제대로 문제제기를 했던 셈이다.

    이로 볼 때 이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서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5일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주주와 경영진 간 적법절차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단기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펀드가 고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펀드가 갖고 있는 지분에 걸맞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투자자를 원하겠지만 공개된 시장에서 이를 선별해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헤지펀드가 기업의 지배구조개편과정에서 약한 고리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수익극대화를 꾀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것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헤지펀드가 문제삼는 것은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보듯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헤지펀드를 포함한 주주들의 문제제기는 귀찮을 수도 있지만 기업의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고 경쟁력있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기업가치와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개편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삼성의 합병과정을 반면교사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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