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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블릿PC 의인이요?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사회 일반

    "제가 태블릿PC 의인이요?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 진실 규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주려 협조
    - 우연치 않게 한 행동이 세상 바꿔 '행복'
    - 지금도 노출 두렵지만…후회는 안 해
    -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도 바로 선다"
    - 태블릿 PC가 가짜? '안하무인격 억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광일(태블릿PC 경비원)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이 오늘은 착잡합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오늘 2부 첫 순서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두 분의 소회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만나볼 분은 제가 앞서 소개해 드린 대로 이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서 각종 기밀문건을 봤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 태블릿PC. 이걸 세상에 드러나게 한 분입니다. 이분이 기자가 왔을 때 기자란 걸 확인하고 문을 따줬습니다. 이때 그냥 아무렇게나 따준 게 아니고 여러 가지를 다 생각하고 이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 일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이분이 문을 따준 겁니다. 그래서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태블릿PC 첫 보도가 가능했던 겁니다. 태블릿PC 의인이라고도 불리는 분이죠. 그런데 언론에 일절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굉장히 어렵게 소회를 사전 녹음을 했습니다. 음질이 좀 안 좋을 수도 있는데요, 여러분. 소회를 듣는 데 우리가 의의를 두고 더블루K 사무실의 건물 관리인 노광일 씨의 소감 지금부터 확인해 보시죠.

    ◇ 김현정> 이 선고까지 기간이 얼마나 길었습니까? 이 날을 맞는 소회, 소회 어떠신지요.

    ◆ 노광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고요. 제가 우연치 않게 한 어떤 행동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조그만 제 행동이 우리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데 대해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행복하고 그렇죠, 뭐.

    자료사진

     

    ◇ 김현정> 그 당시는 전혀 이렇게 큰 반향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던.

    ◆ 노광일> 그렇죠. 상상도 못 했고 어떻게 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데 조그마한 단서라도 돼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었는데 그러니까 제 어떤 그런 염원이 반영이 됐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런 염원이 우리 촛불시민들이나 우리 전체 국민들의 염원이 아닐까.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물론이죠. 상황들을 닥칠 때마다 겁나거나 하지는 않으셨어요?

    ◆ 노광일> 불안하죠.

    ◇ 김현정> 그렇죠.

    ◆ 노광일> 지금도 그래서 노출이 꺼려지고 어디 알려지는 게 싫어서 거의 안 나가죠.

    ◇ 김현정> 그렇죠. 지금도 그럼 어디 걸어다니고 이러실 때도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이렇게 불안하고 하실 때도 있으세요?

    ◆ 노광일> 그렇죠 혼자 가면요. 방어본능이랄까요. 이런 것 때문에 누가 와서 이렇게 말 걸고,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죠.

    ◇ 김현정> 그것도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건데.

     

    ◆ 노광일> 그렇죠. 트라우마.

    ◇ 김현정> 깜짝깜짝 놀라시고.

    ◆ 노광일> 놀랄 때도 있죠.

    ◇ 김현정> 이게 느낌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태극기부대가 쫓아온다든지 이런 걸 당하신 적은 없으세요?

    ◆ 노광일> 그런 것은 없어요. 초창기에만 누가 찾아와서... 제가 그랬죠. "(일하는 사람) 바뀌었다고. 그 사람 아니다. 그만 뒀다, 그 사람." 그렇게 말했죠.

    ◇ 김현정> 그렇구나.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작은 용기가 이렇게 큰 일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사실 세상이 바뀌고 역사가 새로 써지고 있습니다. 오늘 그리고 재판이 이렇게 열리게 됐는데... 이 재판, 오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결과를 받아드는 순간 어떤 기분이실 것 같으세요?

    ◆ 노광일>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지 않을까.

    ◇ 김현정> 정의는 살아 있다.

    ◆ 노광일> 사필귀정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사필귀정. 그런데 아직도 그 태블릿PC 조작된 거 아니냐. 조작해서 이거 가짜 증거 만든 거 아니냐. 이런 소리 들을 때는 어떠세요?

    ◆ 노광일> 그 사람들은 저는 인간 같지가 않아요. 뭐랄까. 억지를 써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안하무인격으로 억지를 쓰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저히 그분들을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 김현정> 너무 억지를 쓰니까. 명백한 증거를 자꾸 내보여도 또 아니라고 하고 또 아니라고 하고 답답하시죠?

    ◆ 노광일> 그리고 또 항고를 했잖아요, 그 사람들이.

    ◇ 김현정> 그렇죠. 그런 것도 보면 속 터지고. 오늘 이제 2시 10분부터 재판 결과가 딱 나오고 나면 일단락이 나는 겁니다, 어쨌든 일단은. 그러면 그때부터는 좀 두 다리 뻗고 주무실 수 있을까요?

    ◆ 노광일> 지금도 항상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 김현정>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우리 국민들께, 듣고 계신 국민들께. 사실은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 노광일> 그렇죠.

    ◇ 김현정> 국민들께 한 말씀해 주신다면?

    ◆ 노광일> 정말 저는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 어려운 시기에 묵묵히 이겨내면서 연대의 힘으로 우리 세상을 바꿨다는 게 정말 감개무량하고 계속 좋은 세상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소감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저는 힘이 되고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한테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한형 기자, 자료사진)

     



    ◆ 노광일> 옛날에는 뉴스도 안 봤잖아요. 지금은 뉴스 보면 신나고 얼마나 행복해요. 그래서 혼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렇죠.

    ◇ 김현정> 그러세요?

    ◆ 노광일> 네.

    ◇ 김현정> 저는 사실은 그 태블릿PC를 보고 그렇게 용기를 내신 분이 어떤 분일까 되게 궁금했는데 지금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이런 분이니까 그게 가능했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 노광일> 제가 좀 언론에 대해서 제가 관심이 좀 많았어요. 언론이 바로 섰으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겠습니까?

    ◇ 김현정> 그럼요.

    ◆ 노광일> 그런데 언론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대안언론에 제가 조금씩 후원을 해요.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러면 선생님, 처음 태블릿PC 딱 서랍에서 보셨을 때...

    ◆ 노광일> 제가 본 게 아니고요, JTBC 김필준 기자가...저는 그런 게 있는 지도 몰랐죠.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고 저는. 빈 책상인 줄 알았죠. 그런데 진실을 규명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나 싶어서 그냥 협조한 것 뿐이에요.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그게 협조를 했는데, 안 해도 되는 거거든요. 괜히 송사 휘말릴 필요가 없는 건데도 그걸 하셨단 말이에요.

    ◆ 노광일> 제가 공적인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한 거죠. 그리고 다 처음에는 거짓말한 거잖아요. 건물주한테도 거짓말했지 최순실 측에도 거짓말했지. 검찰에 가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다 사실대로 얘기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 노광일> 그렇게 했죠.

    ◇ 김현정> 그것 때문에 지금 조금 어려움도 당하고 그러시지만 후회는 없으십니까? 다시 똑같은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하시겠습니까?

    ◆ 노광일> 그럼요.

    ◇ 김현정> 망설임이 없으시네요.

    ◆ 노광일> 그럼요. 제가 어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바뀌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그러면 과감히 해야죠.

    ◇ 김현정> 감사합니다. 세상 바꾸는 데 정말 일조 이상의 일을 하셨고요. 그 용기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겠습니다.

    ◆ 노광일> 누구나 그러지 않겠어요? 그런 위치에 있다 그러면.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 노광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K스포츠 사무실. K스포츠가 있었던 사무실의 건물관리인입니다. 노광일 씨라는 분이신데 우리는 흔히 경비원이라고 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죠. 이 분이 기자가 찾아왔을 때 보안키 누르고 사무실 문 따주지 않았다면 그 태블릿PC는 세상에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겁니다. 이분이 얼떨결에 따준 그런 게 아니에요. 여러분 지금 확인하셨겠지만 상당히 세상에 대해서 의식이 깨어 있는 분이었습니다. 올해 환갑이세요. 환갑이신데. 한 달에 봉급 140만 원 받는데 그중에 10만 원을 꾸준히 진보 언론에 기부를 했을 만큼, 후원을 했을 만큼 사회에 대해 깨어 있는 분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뉴스쇼의 오랜 애청자시랍니다. 뉴스쇼를 들으면서 암울한 시절 버텼다 이런 얘기도 해 주셨고 그래서 어디와도 인터뷰하지 않았지만 뉴스쇼에는 오늘만큼은 소회를 밝히고 싶다라고 하면서 어렵게 입을 떼주셨습니다. 노광일 씨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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