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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양승동 사장이 밝힌 '완전히 새로운 KBS' 약속 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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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양승동 사장이 밝힌 '완전히 새로운 KBS' 약속 2가지

    시청자 광장에서 모두에게 열린 취임식… 공사 창립 이래 처음

    KBS 양승동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 광장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사진=이한형 기자)

     

    KBS 양승동 사장이 구성원들의 환영 속에 취임식을 치렀다.

    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 광장에서 제13대 KBS 사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취임식의 콘셉트는 '봄'이었다. 취임식 배경에는 '당신이 주신 봄, 꽃 피우겠습니다 -KBS를 시민의 품으로'라고 쓰여 있었고, 참석자들은 '2018년 4월, 오래 기다린 봄'이라고 쓰인 컵을 선물 받기도 했다.

    참석자들의 긴 박수와 환호 속에 단상에 오른 양 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 사장은 지난여름부터 올해 1월까지 파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가 지난해 12월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한 '240시간 이어 말하기'를 언급하며 "그것은 한마디로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참으로 무거운 약속"이라면서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먼저 완전히 새로운 KBS 사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 △인적 쇄신 등 2가지를 제시했다. 양 사장은 이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국장 임면동의제 명문화 및 유명무실했던 편성위원회 정상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 방법으로는 지난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것, 유능한 직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 젊은 KBS를 만들기 위해 세대교체에 나설 것 등을 들었다.

    양 사장은 또한 새로운 KBS가 '상생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인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 차별적인 처우와 같은 비정규직과 외주제작사에 대한 부당한 관행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성평등 문제는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여 놓겠다. 절대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겠다. 파면을 포함하여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의 목소리 곳곳에 담긴 취임식

    양승동 KBS 신임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이백 PD, 정연욱 기자와 대국민 약속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KBS의 주인이자 시청자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자주 등장한 것도 이날 취임식의 특징이었다. 우선, 장소부터 특별했다. 시청자 광장에서 사장 취임식을 연 것은 공사 창립 이래 양승동 사장이 처음이다.

    MB 정부 이후 선임된 사장들이 대부분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을 맞닥뜨려, 문을 걸어 잠근 스튜디오 안에서 간부들 위주로 모여 취임식을 치른 것과 달리 이번 취임식은 모두에게 열린 자리였다. KBS 공식 페이스북으로도 생중계됐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자문단'이 처음으로 도입된 만큼, 당시 시민자문단에 참가했던 시민이 왜 양승동 후보를 뽑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시민자문단은 당시 3배수로 압축된 사장 후보들의 정책을 듣고 질의응답을 했고, 시민자문단의 평가는 사장 선임 때 40% 반영됐다.

    채효정 씨는 "2018년 KBS의 과제는 '변화'"라며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는 시점에,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KBS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양 후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교하고, 정부의 발표에 기대 정확한 취재를 하지 못해 KBS를 항의 방문했던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 씨도 '달라진 KBS'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유 씨는 "세월호 부모들은 언론이 얼마나 이 사회에서 중요한지를 매일 같이 느낀다"며 "정말 밉고 다시 보기 싫은 KBS이지만 그 안에서 힘겹게 싸워 온 여러분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싸워보자는 뜻을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이 모았고,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KBS이사회 김상근 이사장, 전영일·변석찬 이사, 이도경 전략기획실장, 황용호 방송본부장, 임병걸 미래사업본부장, 김의철 보도본부장, 김덕재 제작본부장, 박재홍 시청자본부장, 국은주 라디오센터장, 정성효 드라마센터장, 김병국 네트워크센터장 등 임원을 비롯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경호 KBS본부장, 각 직능단체 협회장들과 직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자발적으로 취임식에 방문한 KBS 직원들은 양 사장을 비롯한 내빈 소개 때 힘찬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다음은 양 사장의 취임사 전문.

    새로운 KBS, 함께 그려주십시오.

    이 자리에 서니 9년 전 어떤 날이 생각납니다. 제가 파면되었다고 수많은 선후배들이 여기에 모여 회사에 항의하고 저를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날 정말 많은 분들이 모여서 놀랍고 감격스러웠는데 오늘도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와주셨네요.

    안녕하십니까. KBS 사장 양승동입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난겨울 정말 추웠습니다. 분명 겨울은 끝난 거 같은 데 봄이 너무 더디게 오는 것 같아서, 조금은 지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리더십의 공백이 길었는데도 여러분은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해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단위에서 회사의 미래를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각종 혁신보고서도 만들어주셨습니다. 역시 KBS의 저력은 유능하고 건강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힘이라는 걸 저는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제가 감히 사장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여러분들의 저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양승동 KBS 신임사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새로운 KBS를 함께 그려주십시오. 지독히 추웠던 지난겨울, 우리는 광화문에 서 있었습니다. 540여명이 240시간 동안 참회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무거운 약속입니다.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약속입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먼저 완전히 새로운 KBS 사장이 되겠습니다.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보다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입니다. 지난 10년 우리의 실패는 취재·제작 자율성이 후퇴해서 생긴 일입니다.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저는 보도와 제작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여러분을 제약하려 든다면 앞장서서 막겠습니다. 혹시 간부 중 누군가가 부당하게 취재·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든다면 일벌백계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국장 임면동의제를 명문화해 취재·제작 자율성을 시스템으로 보장하겠습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편성위원회를 정상화하겠습니다.

    대신에, 여러분 스스로도 높은 기준을 가져주십시오. 보도와 제작에 임할 때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사적인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항상 경계해주십시오.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은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창의의 에너지를 폭발시킬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취재·제작 자율성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저와 여러분이 힘을 합해 가장 높은 수준의 취재·제작 자율성을 이룩합시다.

    돌이켜보면 KBS는 외부의 신뢰만 잃은 게 아닙니다. 내부 구성원 사이의 신뢰도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부적절하고 부당한 인사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인적 쇄신입니다. 그 핵심은 공정한 평가와 결과적 정의를 회복하는 일일 것입니다.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책임도 묻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유능한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습니다. 젊은 KBS 만들기 위한 세대교체도 과감하게 진행하겠습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부디 맹목적인 불신을 거둬주십시오. 억눌린 10년을 지내오면서 세대 간의 갈등, 보직자와 평직원 간의 갈등, 직종 간의 갈등, 노사 갈등이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과오에 대한 평가와 문책은 회사가 시스템에 따라 하겠습니다. 불필요한 미움으로 역량을 낭비하는 일을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가진 에너지를, 오직 새로운 KBS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주십시오. 저는 그것이, 우리가 가장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우리가 만들 새로운 KBS는 상생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극단적인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 차별적인 처우와 같은 비정규직과 외주제작사에 대한 부당한 관행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성평등 문제는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여 놓겠습니다. 절대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파면을 포함하여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입니다.

    KBS 양승동 사장이 취임식 후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금요일 임명을 받고나서 저녁에 혼자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많이 혼날 각오를 하고 갔는데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곧 철거되는 합동 분향소에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보며 다짐하고 약속했습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서, 다시는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다짐했습니다.

    유경근 위원장께서는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바심 내지 말고 뚜벅뚜벅 가시라'고 응원까지 해 주셨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 시간이 걸릴 겁니다. 중간에 더러, 덜컥거리는 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입니다.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가 우리 언론인이 아니라 국민이듯, 정상화된 언론의 수혜자는 우리 언론인이 아니라 국민이 될 것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유일한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을 이제, 시작해야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9월 파업에 돌입하면서, 아니 그 이전, 2014년 6월 권력에 굴복한 사장을 쫓아내면서, 아니 훨씬 더 전, 2008년 8월 이곳 민주광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구성원 여러분! 새로운 KBS를 함께 그려주십시오. 저와 경영진은 '새로운 KBS'라는 거대한 그림의 큰 구도만 잡아 놓겠습니다. 구석구석 스케치, 디테일한 질감, 알록달록한 색깔은 여러분들께서 채워주십시오. 그렇게 힘을 합쳐서 정말 멋진 KBS, 완전히 새로운 KBS를 그려봅시다. 그렇게 해서,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립시다. 저는 오직 구성원 여러분의 저력만 믿고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영광스럽게도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이 선출한 KBS 사장입니다. 그때 제가 시민자문단 앞에서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취임하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정연욱 기자와 이이백 피디가 좀 도와주시죠.

    1. (사원) KBS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입니다. 우리의 주인은 오직 시민 뿐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여 시민에게 제공하는 일입니다.

    2. (사원) 우리는 선의와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간섭에는 단호하게 대응합니다. 하지만 진실과 시청자의 평가는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3. (사장) KBS의 주권은 시민과 시청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옵니다.

    4. (다함께) 이 모든 정신을 담아 공영방송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립니다.

    2018년 4월 9일 KBS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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