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과 관련해 중앙선관위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받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김 원장에 대해 "김 원장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그의 해외출장이 일반 국회의원과 비교할 때 도덕성이 더 낮았는지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는 김 원장이 피감기관을 동원해 해외출장을 간 것이 '관행'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김 원장을 해임해야할 정도냐'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피감기관을 통한 해외출장과 국회의원 후원금을 보좌관 퇴직금으로 준 것 등 4가지 사항이 적법한지를 묻겠다고 했다.
결론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김 원장도 후원금 처리 과정에 대해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고 처리했다고 한만큼 선관위에서 불법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청와대가 16곳의 피감기관 해외 출장 건수(민주당 65건, 한국당 94건)까지 공개한 것이다. 수천개에 달하는 모든 곳에 대한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한국당의 피감기관 해외출장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는 김 원장의 출장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김 원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김기식 구하기'로 일관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야당 간의 강대강 정면 충돌이 격화될 공산이 커졌다 .
당장 한국당이 해외출장 건수 공개에 대해 "야당 말살 기도", "민주주의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피감기관 출장 내역이 공개되면 여야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7~19대 국회의원의 2/3정도 분들은 (김 원장과 같은) 이런 외유에 관련이 있을 거라 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김기식 전 의원 개인만의 문제로 보기엔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가 피감기관 해외출장 문제를 국회의 일반적인 문제로 돌린 후 김 원장의 거취문제를 정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선관위 해석을 바탕으로 김 원장의 불법 논란을 해결해 주고, 국민 여론을 고려한 퇴장으로 가르마를 타는 방식이다.
김 원장이 유독 도덕성에 흠결이 많아 밀려서 사퇴하는 것과 일반 관행을 넘지 않지만 물러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야당의 또다른 공세의 단초가 될수 있어서다. 한국당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검증하겠다고 국정조사까지 언급하고 있다. 김 원장을 향한 공세가 청와대로 옮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 원장의 거취 문제와 별개도 출장에 대한 시시비비를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 "그냥 야당 공세에 밀려 거취를 결정하면 청와대나 김 원장에게 모두 타격이 될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감기관 출장이 김 원장만의 문제가 아닌 사실이 확실해지면, 야당의 화력도 주춤해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계산일 수도 있다.
청와대가 여론을 감안한 판단을 할지, 이를 거스를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