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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경' 임현주 앵커 "앞으로는 고민 없이 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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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안경' 임현주 앵커 "앞으로는 고민 없이 쓰고파"

    "여자 앵커는 이래야 돼, 하는 전반적인 것들이 조금씩 자유로워지길"

    MBC '뉴스투데이' 임현주 앵커는 12일 방송에서 안경을 쓰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사진='뉴스투데이' 캡처)

     

    12일 오전, MBC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가 안경을 쓰고 나왔다. 방송 화면은 여러 장 캡처되어 삽시간에 퍼졌다. '새롭다', '신선하다', 'TV에 나오는 여자는 안경을 쓰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일반인이 아닌 방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여성이 안경을 쓴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가수 이선희, 방송인 박미선, 송은이 정도가 겨우 떠오를 정도로. 그런데 가장 보수적으로 보이는 '뉴스'에서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쓰고 나온 것이다. 안경 쓴 '남성 앵커'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데, 왜 안경 쓴 '여성 앵커'에는 이렇게 열광한 걸까.

    임현주 앵커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경 생각은 늘 했는데 요즘 잠을 못 자서 더 피로한 날이었다. 그래서 껴야겠다고 하고 나갔는데 이렇게 반응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렌즈를 오래 껴 왔는데, 이렇게 방송하다가 나중에 혹시 렌즈를 끼기 힘든 상황이 되면 어떡하지? 그때 방송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한 번 안경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임 앵커는 "전 아침 뉴스를 해서 2시 40분에 일어나서 3시 조금 넘어 회사에 온다. 일찍 일어나니 눈이 더 피로하더라. 잠을 하루에 5시간도 못 자고 메이크업을 받는데, (안경 때문에) 속눈썹을 안 붙이는 등 눈화장을 줄이니 시간도 단축되고 눈이 너무 편하더라"라고 말했다.

    임 앵커는 "허락 맡고 쓴 것인지 묻는 분들도 있었는데, 안경 끼지 말라고 아무도 말한 적이 없다. 안경 껴도 되겠죠 라고 말한 사람도 없었겠지만. 금기는 아니지만, 그냥 당연히 렌즈 끼고 뉴스 진행하는 게 흘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임 앵커는 "선배들이 절대 꽉 막힌 분들도 아니고 해서 일단 제 파트너인 박경추 아나운서에게도 물어보고 몇몇 선배들에게 물었다. '뭐 어때, 괜찮을 것 같아'는 의견을 주셨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들이 처음엔 '그게 뭐 어때서?'라고 하다가 '그러고 보니 (안경 낀 여성 앵커는) 없네' 라고 하더라.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보도국에 와서 '저 오늘은 안경 끼고 할게요'라고 했다. 다들 조금은 놀라시고 궁금해하셨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파업 때 유애리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나와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는 '파업으로 인한 대체'라는 특수 상황이었다. 그래서 임 앵커의 안경 착용은 더 이례적으로 다가온 면이 있다.

    임 앵커는 "남자는 끼는데 왜 여자는 안돼, 하는 식으로 남녀 문제로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럼 분명 '언제 끼지 말라고 했나?' 하는 얘기가 나오니까"라며 "전 이걸 낯설고 신선하게 느끼는 것 자체가 그런(여성은 안경을 끼지 않는다는) 게 암묵적으로 있었다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하는 사람들 중 안경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분들은 많을 거다. 정말 별 것 아닌 작은 시도였지만, 어떤 틀을 깨서 비단 안경과 렌즈뿐 아니라 '여자 앵커는 이래야 돼' 하는 전반적인 것들이 조금씩 자유로워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임현주 앵커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안경이 필요한 날 안경을 쓰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투데이' 캡처)

     

    앞으로도 안경을 착용할지 묻자 임 앵커는 "그렇다. 이벤트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내가 안경을 (방송에서)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거였다. 저도 편하고 시청자도 좋다면 더 자주 안경을 껴서 시청자들도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는 안경이 필요한 날 고민 안 하고 편하게 쓰고 싶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임 앵커는 "MBC뉴스가 다시 시작한 지가 4개월 정도 됐다. 진짜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은 MBC뉴스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아신다"며 "저도 이렇게 자부심을 느끼고 열정을 가지고 뉴스를 했던 게 입사 이래 처음이다. 저도 항상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다시 한번 MBC를 믿고 시청해주시고 애정을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미연 MBC 아나운서협회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예전에는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머리는 커트, 재킷은 꼭 입어야 한다 등.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너무 뭐라고 하니까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차 협회장은 "제가 회사에 들어온 지 19년이 됐는데 입사 초반에 제가 뉴스 할 때도 (그런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묶는 머리, 늘어뜨린 머리도 하고 재킷 없이 민소매도 입었다. 사실 뉴스에서 뭘 입어라 안경을 써라 말라 이런 건 없다. 아나운서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알아서 단정한 모습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 앵커의 안경 착용에 대해서는 "(방송) 하고 나서 보여주더라. 괜찮았다. 전 좋은 것 같다. 저희는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 전달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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