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코트라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들의 수장 자리에 퇴임 관료들이 줄줄이 임명되면서 이른바 '산피아'(산업부 마피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10일 새 대표이사 사장에 김종갑(행시 17회) 전 산업부 차관을 선출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정재훈(행시 33회)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산업경제실장이 임명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코트라 사장에 권평오(행시 27회) 전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이 임명됐고,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정승일(행시 33회)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무역협회 회장에는 김영주(행시 17회) 회장이 최근 재선출됐고, 표준협회 회장도 이상진(행시 32회) 전 통상교섭실장이 임명됐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인사이긴 하지만 산업기술문화재단(오영교. 행시 12회), 무역보험공사(문재도. 행시 25회), 지역난방공사(김경원. 행시 23회), 산업단지공단(황규연. 행시 30회), 한국에너지공단(강남훈. 행시 26회) 등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현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전 자회사로서 내부 승진 케이스이던 '발전 5사' 가운데 하나인 동서발전 사장에도 박일준(행시 31회)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월 임명됐다.
대표 공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전 사장에 그나마 민간인(김쌍수 전 LG 부회장. 2008~2011년,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2011~2012년)이 임명됐던 것과도 달라진 점이다.
올해 67세로 '올드 보이' 격인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하이닉스 사장과 효성그룹 사외이사, 한국지멘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임 조환익 한전 사장은 산업부 1차관으로 공직에서 퇴직한 뒤 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 한전 사장을 거치는 등 오히려 퇴임 이후 '인생 2막'이 더욱 화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등 개별 사업체별 내부 반발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국전력 노조(한전 노조) 관계자는 김종갑 신임 사장에 대해 "크게 나쁜 평가는 하지 않는다"면서 "아직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공기업 내부에서는 현 정부 들어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로 절차적 투명성은 지켜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전 사장의 경우 청와대의 사실상 낙점으로 단수 추천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막판까지 복수의 후보자가 올라 내부에서도 최종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권력 측근이나 실세가 임명돼 해외자원개발 같은 것에 총대를 멘 반면에 지금은 관료 그룹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산피아'라고 비판하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