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외력설…세월호 침몰 원인, 4년째 오리무중
-검찰 수사 결과,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와 맞지 않아
-대법원도 '조타미숙' 원인 부인…"국민들 세뇌당해"
-자료제공 거부, 선체 인양반대‧훼손에 미궁 빠질 수도
-"침몰 원인 규명은 우리의 안전, 아이들 생명의 문제"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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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이죠. 훅!뉴스. 오늘 훅뉴스, 무슨 얘기를 다뤄볼까요?
◆ 김정훈> 다음주 월요일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무렵 떠오르는 과거 인터뷰가 있는데요, 기억나실까요? 들어보시죠.
[녹취: 네티즌 '자로'의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결론적으로 자로 씨가 찾아낸 세월호 침몰의 원인, 진실은 뭐라고 결론 내리신 겁니까?"
"제가 찾아낸 모든 정황들은 딱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그것은 외력입니다. 잠수함 충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침몰한 세월호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이 인터뷰 기억나네요. 2016년 12월이었어요. 네티즌 자로가 외력에 의해서,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걸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리면서 저희와 먼저 인터뷰했던 그 부분인 거죠?
◆ 김정훈> 그 동영상이 '세월X'라는 동영상인데,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그런 주장을 했던 거죠.
◇ 김현정> 그 주장 대단한 화제였습니다만,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고 나서는 '외부 충돌 흔적은 없었다' 이런 결론이 나온 것 아닌가요?
◆ 김정훈> 그런 상황이 되니 자로는 '섣부른 단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한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는데, 최근 다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네요. 외부 충돌이 확인됐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고요. 오늘 훅뉴스에서는 논란의 전모, 그 이면을 짚어보려 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사고가 나고 오래지 않아 수사 결과는 나왔잖아요.
조은석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세월호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김정훈> 참사가 있고 나서 6개월만에 검찰은 수사 결과를 통해 침몰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의 말로 들어보실까요?
[녹취: 조은석 前대검찰청 형사부장]
"세월호는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하던 중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 동안 제기되어왔던 다른 선박이나 암초와의 충돌설, 좌초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 국정원 개입설 등은 모두 사실 무근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김정훈> 원인으로 지목된 게 크게 다섯 가지였는데요, 사고 전에 이미 세월호를 수리 증축하면서 무게가 늘고 좌우 불균형이 됐다는 게 첫번재 원인입니다. 사고 당일에 국한해서 보면 과적, 평형수 부족, 화물 고박 불량 그리고 조타 미숙 등의 네 가지가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 김현정> 이런 게 종합적으로 섞이면서 침몰됐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그런데 최근 이를 부인하는 조사 결과 나오고 있거든요. 국회와 유가족 등에 의해 구성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있습니다. 그 선조위가 올해 초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를 찾아 실험을 해봤다고 해요. 25분의 1로 축소한 세월호 모형에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조건들을 적용해 실제 운행을 시켜봤는데, 이 상태로는 배가 급회전하거나 전복되지 않더라는 겁니다.
◇ 김현정> 수사로 밝혀진 상황을 똑같이 재현했는데, 배가 침몰하지 않더라? 그럼 수사가 잘못된 것 아니냐, 이런 의심을 하는 겁니까?
침몰한 세월호 (사진=자료사진)
◆ 김정훈> 실험 결과를 받아든 선조위 측은 그동안 국민이 세뇌돼 왔다고까지 말하는데, 선조위의 권영빈 1소위원장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1소위원장]
"화물을 과적한다고 배가 자빠지지 않고요, 고박 불량이라고 해서 그렇게 침몰하지 않고요, 대각도 조타? 크게 돌렸다고 해서 배가 자빠지지 않아요. 국민들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니까. 복원성이 나쁘고 뭐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 것이죠. 침몰 원인을 왜곡시켜온 건 심하게 말하면 국민을 세뇌한 것이죠."
◇ 김현정> 검찰이 국민을 세뇌한 거다?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한 거 아닙니까?
◆ 김정훈> 이 점도 함께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검찰은 2014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기소 내용에 부합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때도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소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관계자]
"세월호가 내려오다가 빙 돌아서 올라오잖아요. 우리가, 빙 돌아 올라가는 것까지 같이 안 가요. 그 궤적은 잘 못 따라가더라, 현재 우리가 한 거로는 이렇게 보고서에 쓰여 있는 거죠."
◇ 김현정> 이게 무슨 말인가요? 실험을 해보니 궤적을 못 따라가더라?
◆ 김정훈> 참사 직전 세월호가 바다 위에서 실제 운항한 항적 기록이 있거든요. 그런데 검찰이 제공한 데이터를 적용해 시뮬레이션 실험해보니 그 항적대로 배가 가지 않더라는 겁니다.
◇ 김현정> 새로 밝혀진 의혹들을 종합해보면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건데, 근데 다 맞다고 생각하고 수사 결과대로 처벌을 착착 진행해 온 것 아닙니까?
◆ 김정훈> 그렇게 알고 계셨죠? 2015년 11월 대법원은 세월호 조타수에게 무죄를 확정하면서 '조타수가 큰 각도로 변침한 게 침몰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원인 중 하나로 꼽은 조타미숙이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제 한 언론은 선체 스크래치 자국을 통해 외부 충돌이 드러났다는 보도까지 했는데, 이에 대해 선체조사위 측은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곤 있네요.
[녹취: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
"명백한 오보고… 스크래치나 이런 부분은 인양 과정에서 벌어진 거예요. 배가 좌현쪽으로 침몰했잖아요. 침몰하면서 협착된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요. 외형 변형도 굉장히 많고 좌현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요. 그런 걸 확인 하려면 세밀하게 점검을 해야하는 거잖아요."
◇ 김현정> 지금 보면, 4년이 지나도록 세월호가 왜 침몰했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100%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는 거예요.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왜 희생자들을 못 구했나, 대통령은 뭐했나 이런 의혹들은 그나마 하나하나 규명해나가고 있었는데, 정작 첫 단추인 침몰 원인은 뚜렷하게 규명이 되지 못하는 상태…
◆ 김정훈> 2016년 세월호 특조위 회의장에서 나온 발언의 한 토막을 들으면 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2기 특조위 위원장까지 맡게 된 장완익 특조위원의 말입니다.
[녹취: 장완익 세월호 1기 특조위원, 現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화주들은 화물피해배상 신청을 하면서 피해업체 명칭 연락처 피해 화물의 종류와 수량 중량 등에 관한 정보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화주들을 조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사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해수부는 국회의원실의 자료의 협조요청에 대해서는 업체 또 개인화주들의 실명이 그대로 담긴 자료를 제출하는 양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 김현정> 말이 좀 어려운데. 과적이 세월호 침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잖아요.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해수부가 특조위에 알려주지 않았다?
◆ 김정훈> 그 자료, 주지 못하겠다는 그 자료를 국회의원실은 툭 건네받았다는 거죠. 이렇게 핵심 정보조차 공유받지 못했던 거고요. 또 침몰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선체를 직접 조사해서 조타기나 기계 장치에 문제가 있지 않았는지, 외부에 충돌 흔적이 있지는 않은지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래서 드러내야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이거 아니었어요?
◆ 김정훈> 그런데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대놓고 인양을 반대하던 목소리가 적지 않았죠. 2014년 11월, CBS라디오에 출연했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목소리에 이어 정미홍 전 아나운서와 박완석 어버이연합 사무부총장의 발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정미홍 前아나운서, 박완석 어버이연합 사무부총장]
"인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말하기 죄송스럽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닷물에 쓸려갔을지도 모르는 그 몇명을 위해서 수천억의 혈세를 써야 겠습니까?"
"당신들이 인양하고 싶으면 국민성금 천 2백억 모은 거 그거로 인양하세요. 나는 인양 반대한다! 늬들 돈으로 해, 늬들 돈으로…"
◇ 김현정> 인양하려면, 늬들 돈으로 해라... 유족들을 상대로 저렇게 말해서 큰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 김정훈> 실제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거침없이 터져나왔죠. 세월호는 침몰 1년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인양이 결정되긴 했지만, 그후 계획된 인양 완료시점을 9개월이나 넘긴 지난해 4월에야 육상에 옮겨졌습니다.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그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잖아요.
◆ 김정훈> 맞습니다. 정부 당국의 일방적 결정과 집행들이 유족과 특조위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는데, 1기 특조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종운 변호사는 이렇게 떠올립니다.
[녹취: 박종운 세월호 1기 특조위원]
"전면적인 방해 내지 은닉, 은폐 그런 게 있었으니까요. 닻도 자르고 방향 결정하는 것도 잘라버리고 다 잘라버렸잖아요. 우리랑 협의한 적도 없고, 가족들한테 확인한 적도 없고. 어느 날 보니까 뭘 싣고 나가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양하기 전 단계에서 뭘 빼돌렸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 김현정> 인양하는 당시에도 상의도 안 하고 닻도 자르고 방향타도 잘랐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데는 선체가 보존되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도 훼손이 돼서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는 거잖아요. 지금 보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을 규명하려는 시도들이 번번히 이렇게 저렇게 막혀왔었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침몰 원인뿐만이 아니었죠. 해수부에 대한 감사를 해봤더니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라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실제 구 여권 출신 특조위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관련 수사에 항의해 일괄 사퇴하기도 했고요. 또 조윤선 전 장관이 이끌던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보수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유족 비난 집회를 열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침몰 원인이라는 건 사고 났을 당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밝히기 어려운 거 아닙니까? 그 당시 총력을 다해서 모든 정보 인력을 동원해 밝혔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방해 작전들로 인해 번번히 막혀오다 보니까, 아직까지도 이 얘기 저 얘기가 나왔다 들어갔다 이런 것 아닙니까?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 김정훈> 오죽하면 '침몰 원인을 왜곡시키고 국민을 세뇌해왔다' 이런 비판까지 터져나올까요.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침몰 원인을 가려내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죠.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말로 들어보시죠.
'예은 아빠'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녹취: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우리 유가족, 특히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내 자식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구요. 그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했을 때 비로소 그런 일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침몰 원일을 정확히 규명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죠?
◆ 김정훈> 그래야 책임 소재도 분명히 가려낼 수 있고요. 이렇게 남겨진 숙제들은 현재 운영중인 선체조사위원회, 그리고 새롭게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게 맡겨지게 됐습니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가운데 세워호 참사진상규명 소위원회 문호승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문호승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소위원장]
"4년이 되도록 정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저도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2기를 운영하면서는 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수사권하고 기소권이 없어서 한계는 있지만, 국가기관과 협력해서 밝혀낸다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것이 4월 16일 날 일어났던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 우리 안전의 문제이고 내일 우리 아이들 생명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 김정훈> 문호승 위원장은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낮아지는 점에 대해 우려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4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물고 늘어지느냐'라고 하시는 분이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까 위원장 말처럼 '오늘 우리 안전의 문제고 내일 우리 생명의 문제'라는 걸 생각하면 '이제 그냥 가자'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와닿네요.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겠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세월호 4주기를 앞둔 훅뉴스, 김정훈 기자였습니다.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