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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수사당국의 '드루킹 사건' 눈치보기

칼럼

    [논평] 수사당국의 '드루킹 사건' 눈치보기

    (사진=자료사진)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16일 기자들 앞에 섰다.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관련 수사 브리핑이었다.

    그는 먼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수사상황을 언론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사안이 사안인지라 취재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어폐(語弊)가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경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수사했다면 언론에 취재의 어려움을 주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 초기부터 관련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쉬쉬'로 일관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난달 22일 관련자 긴급체포, 사흘 뒤 구속, 닷새 뒤 검찰 송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동안 모든 건 비밀에 부쳐졌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나서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피의자들이
    민주당 소속 당원이라는 충격적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마지못해 언론 보도가 난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의 이름을
    먼저 발설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실명도 역시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대되자 '경찰 2인자'인 이 청장이 이날 기자브리핑에 나서게 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철저한 수사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피의자가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것 이외에 특별한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걸린다"라거나 "관련 사실을 확인 중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범죄 피의자들을 체포한 지 26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압수물 분석과 사실 확인중이라니 경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26일 동안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얼마나 파헤쳤는지 궁금하다.

    검·경의 미온적 태도와 비공개 수사방침은 진실에 대한 은폐 의혹으로 오해를 받게 되면서 결국 특검과 국정조사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만다.

    더욱이 민주당이 규정한 '개인적 일탈'은 마치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당원 제명 의결은 '꼬리 자르기'로 국민들의 눈에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을 나흘 앞두고 '드루킹' 김모씨 등이 불법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은 선관위가 이들을 수사의뢰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이날 서울경찰청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드루킹' 김모씨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대선 때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려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모씨는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유명한 파워 블로거이자 온라인 진보 논객이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거짓과 조작은 열린 민주주의의 공적(公敵)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사실이 촛불 혁명 이후 만천하에 드러났던 점을 수사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짜 배후'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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