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김남주 "이 나이에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 각인시켜 뿌듯"



방송

    김남주 "이 나이에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 각인시켜 뿌듯"

    [노컷 인터뷰] '미스티' 고혜란 역 김남주 ①

    지난달 24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고혜란 역을 맡은 배우 김남주 (사진=더퀸AMC 제공)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방송사 PD 차윤희 역을 맡아 그해 연기대상까지 받은 김남주는 6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정작 본인은 쉰 기간이 그렇게 긴 줄 몰랐다. '미스티' 방송을 앞두고 '6년 만의 복귀'라는 기사가 쏟아질 때, 숫자가 틀린 줄 알았다고 고백할 만큼.

    많은 여성 배우들이 '아줌마' 혹은 '엄마'로 변신하기 시작하는 30~40대에 김남주 역시 '내조의 여왕' 천지애, '역전의 여왕' 황태희 등 좋은 캐릭터를 만나 활약했다. 하지만 이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줌마'가 아니라,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차가운 커리어우먼'이란 이미지가 선명해졌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덕이다.

    '미스티'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이 보여주는 격정미스터리 멜로였다. '미스티'는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전작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로 변신한 김남주가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미스티' 종영 기념 배우 김남주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많을 때는 십수 개의 매체가 몰렸을 만큼, 김남주를 향한 관심은 높았다. 당장 앵커석에 앉아도 될 만큼 깔끔한 정장을 입고 나타난 김남주는 "이 나이가 됐는데도 3일 동안 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기자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너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봤을 만큼 매료됐던 대본

    김남주는 '미스티'의 시놉시스와 1~4회를 보고 작품에 들어갔다. 초반에 모든 것을 쏟아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작품도 적지 않지만, 김남주는 이후 나오는 대본을 보고 오히려 더 기대하게 됐다. 5~6회가 좋았고, 7~8회가 재밌었고 다음 회도 마찬가지였다. 6년 만의 복귀작으로 '미스티'를 택한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대본'이었다.

    김남주는 "대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감독 작품이라면 드라마는 작가 작품이기 때문에 대본이 재미없으면 그 뒤에 어떤 연출이 잘 만들어도 될 수가 없다"며 "이 작품이라면 6년 만에 복귀했을 때 최소한 창피는 안 당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가 원체 멋있었고 시나리오만으로도 잘 안 되지 않을 것 같다. 기본 이상은 되겠구나 했다"며 "대본을 보며 '잘 쓰는 작가구나' 했다. 철저한 계산 하에 쓴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쓰기가 쉽지가 않다"고 제인 작가를 극찬했다.

    이어, "저도 연기를 24년 동안 했지만 이렇게 미스터리와 멜로를 섞어 쓰는 미드(미국 드라마) 같은 느낌의 드라마는 잘 못 봤다. 아주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미스티'에서)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진짜 대본이 '세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보자마자 딱 '재밌다!'는 느낌이 오는 대본이 있다는 그는 '미스티'에 대해 "캐릭터가 확실하고 연출도 너무 좋았다. 음악도 긴장감 주는 데 한몫을 했지 않나. 이 나이에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는 것, 그게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 강태욱 자살 암시 장면, 김남주는 어떻게 봤을까

    고혜란의 남편인 강태욱(지진희 분)은 마지막 회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미스티' 캡처)

     

    매회 쫄깃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을 듣는 '미스티'도 후반부에 가서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케빈 리(고준 분)의 살인사건 진범이 강태욱이라는 점, 마지막 회에서 그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 점이 특히 질타를 받았다.

    김남주는 "대본을 읽을 때는 그냥 터널 안으로 들어가 콰콰쾅 소리가 난다고만 해석했는데 방송을 보니 자살 느낌으로 찍혔더라. 작가에게 물어보니 원래 자살 쪽이었다고 한다. 전 그렇게까진 안 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그래도 장르물에 적합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고 답했다.

    그 역시 '미스티' 대본을 읽으며 궁금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숨진 케빈 리가 있던 차에 왜 고혜란의 브로치가 있었는지 등을 언급하며 "저도 너무 할 말이 많다. 너무 궁금하다"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기자로서, 앵커로서 굳게 간직한 신념이 '정의 사회 구현'이라고 강조하는 고혜란이 덫을 놓기 위해 몰래 후배 기자의 사진을 찍는 장면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무척 어려웠다고.

    김남주는 "인물 설정 자체가 내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돼 있었지만, 대본만 받았을 때 김남주로서는 이해가 안 됐다. 고혜란에 몰입하니까 찍을 때는 어렵지 않았지만"이라고 말했다. 연기할 때만큼은 고혜란이 이해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을 만들기까지

    '미스티'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작품의 줄기는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그래서 고혜란이 어떻게 되는가'였다. 고혜란 없는 '미스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대단했다.

    JBC 사회부 법조팀 말단 기자로 시작해 메인뉴스의 앵커를 맡은 지 7년, 5년 연속 '올해의 언론인상'을 받은 전설의 앵커 고혜란. 평소에는 여느 아이 엄마처럼 편한 복장을 하고 편하게 있다는 그는 바늘 하나 들어가지 못할 만큼 완벽해 보이는 고혜란을 소화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무엇보다 베테랑 앵커로서의 모습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려는 후배 기자들에게 위협을 느끼지만,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연륜 있는 이미지를 목표로 삼았다. 여러 인물을 참고해 자신의 캐릭터로 만든 결과가 지금의 고혜란이었다. JTBC 안나경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았으나, 무조건 따라 하는 식은 아니었다. 전체적인 톤과 어떤 단어를 강조해야 하는지에 신경 썼다.

    김남주가 연기한 고혜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실력파 앵커이자,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직진형 인간이었다. (사진='미스티' 캡처)

     

    김남주는 "손석희 사장님(JTBC 보도 담당 사장, '뉴스룸' 앵커)을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는데 (제가 '뉴스룸') 애청자이다 보니 은연중에 어떻게 말하는지를 따라 하게 된 것 같다"며 "(톤이) 완성된 건 촬영 이후"라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인데 저(의 톤)를 따라 한 분들도 있고, 머리 스타일을 고민 중인 분도 있다고 들었다. 아나운서분들한테 좋은 얘기 들어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기자로서의 고충을 다시 한번 실감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남주는 과거에 리포터 활동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상대방을 취재하면서 원하는 답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하지 않나. 말을 한다는 것이 어렵고, '잘한다'는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 '완벽한 여자' 고혜란을 위해 들인 노력

    앵커로서의 능숙한 말투,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김남주는 몸을 만드는 데에 공을 들였다. 대본에서부터 '오랜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해 보이는 혜란', '완벽한 여자'로 나와 있는 고혜란을 위해 7㎏을 뺐다.

    "혜란이는 둥실둥실하면 안 될 것 같았다"는 김남주는 정공법을 썼다. 안 먹고 운동했다. 나트륨 끊고, 닭가슴살을 주로 먹고 최소한의 식사만 했다. 한 입 먹으면 두 입, 세 입으로 가는 게 너무 쉽다는 걸 알았기에 아예 군것질거리를 멀리하려고 노력했단다. 쉬는 날은 운동하느라 더 바빴다. 좀 더 늘씬해 보이고자 태닝도 했다.

    '고혜란 패션', '고혜란 헤어' 등의 연관 검색어를 탄생시킬 만큼 그가 착용한 것들은 금세 화제에 올랐다. 김남주는 극 안에서 어떤 차림을 하느냐가 메시지 전달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었고, 그에 맞게 옷을 골랐다.

    "씬에 맞게 결정할 때가 많아요. 뉴스 할 때는 커리어우먼처럼 좀 세 보이는 수트를 많이 입고요. 멜로 장면에서는 여성스러운 것을 많이 입었어요. 파워숄더를 입고 키스를 한다든지, 여성스러운 걸 입고 한지원(진기주 분)을 혼낸다든지 그러진 않았어요. 분위기에 맞게 의상 설정을 했죠. 의상은 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사람의 자세나 행동을 많이 바꿔놓잖아요. 한지원을 혼낼 때는 각진 수트를 입었는데,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하는 것보다 더 무서워 보이니까요."

    검은 레이스 장식이 돋보이는 흰 블라우스에 아래 위 검은 정장을 받쳐 입은 오늘 인터뷰 의상의 의미를 묻자 "이건 격식이다. 저를 만나러 온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말 그대로 '온갖 멋진 옷은 다 입어 본' 고혜란을 보고 가장 기뻐한 건 큰딸이었다. 유명인임에도 워낙 편하게 하고 다녀 딸이 창피해할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고혜란처럼 입고 나와달라'고 한단다.

    ◇ 모두가 좋았던 즐거운 촬영장

    배우 김남주 (사진=더퀸AMC 제공)

     

    '미스티'에는 고혜란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캐릭터가 많았다. 잘나가지 못해 차였다고 생각해 성공한 후 혜란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케빈 리(고준)라든가, 보도국 남자 선배들의 총애를 받으며 '9시 뉴스'의 앵커를 꿰차고자 하는 신예기자 한지원(진기주 분), 혜란의 실력과 인품을 믿고 묵묵히 조력자가 되는 곽 기자(구자성 분) 등. 자기가 사랑하면 된다며 바다 같이 넓은 사랑을 보인 혜란의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언급을 부탁하자 김남주는 자신에 대해 한두 줄 언급한 게 제목으로 나간 신인 배우들 이야기를 하며 "좀 미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국장(이경영 분)님하고의 호흡은 '미스티'에서 보이는 호흡과 똑같았어요. 큰오빠처럼. 전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국장님 연기가 너무 좋으니까 케미도 좋았죠. 곽 기자야 너무 애송이라 달달 떨어가지고 (촬영장에서) 제가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 것밖에 없어요. 근데 저한테 배운 게 많다고 했더라고요. (웃음) 기주는 처음에 많이 떨고 힘들어했는데 영리하고 똑똑한 친구라서 잘 찾아가더라고요.

    고준 씨는 마음이 굉장히 여린 친구여서 케빈 리라는 역할을 잘 다독여 연기하게 하는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애정씬 찍기 전까지 특히 신경 썼어요. '오늘 기분은 어때?', '누나랑 밥 먹을까?' 하면서 현장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고요. 결국은 이것도 저를 위한 거예요. 잘 맞아야 저한테도 좋은 거니까요. 지진희 씨야 뭐,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고 (같이) 하신다고 해서 당연히 너무 좋아했지만, 그 이상으로 강태욱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현장에서 여자 스태프들이 특히 좋아했어요. (웃음)

    강기준(안내상 분) 선배님은 멋있는 역인 줄 알고 들어오셨다가 '조강지처 클럽' 때보다 욕 더 먹는다고 하소연하셨어요. 그래도 행복해하며 즐기셨어요. (웃음) 요즘도 통화할 때 '고혜란입니다' 하면, '저는 아직도 강력하고 유력한 용의자가 고혜란 씨라고 생각합니다' 이러세요. 다들 너무 잘 맞았어요."

    (노컷 인터뷰 ② 김남주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으로 열정 다 쏟았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