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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 제주 할망은 스스로를 '폭도'라 말했다

사회 일반

    [씨리얼] 제주 할망은 스스로를 '폭도'라 말했다

    어느 '무식쟁이' 할망에게서 들은 4.3 그 이후의 이야기

    지난 3월, 씨리얼은 제주 구좌읍 동복리를 찾았습니다. 동복리는 제주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해안 마을입니다. 지금은 신선한 회국수를 먹을 수 있는 해녀촌으로 유명한 곳이죠. 실은 4.3 당시 가장 비극적인 피해를 본 북촌리와 같은 날에 수많은 남성이 한꺼번에 희생당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보통 언론에서 4.3을 취재한다고 할 때 열이면 여덟은 북촌리를 찾아가는데요. 사실 제주 어느 마을을 다녀도 4.3의 피해를 찾을 수 없는 곳은 없습니다.

    "제가 주로 인터뷰하게 되는 사람은 자기를 무식쟁이 할망이라고 하는 사람이에요. 무식쟁이 할망의 증언은 증언 가치도 인정 못 받을 때가 많았어요. '하이고 자식새끼 기르느라 바빠서 기억이 안 난다. 다 그랬다' (이러시는데) 사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게 있겠어요. 우리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4.3 이야기를) 물어보면, 되게 무서운 행위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할머니들한테 보약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은 노인회 일자리 받아서 잡초 캐는 할머니도 다 할 수 있는 얘기인 거예요."
    - 제주 할망 인터뷰 전문가 정신지

    4.3이라는 비극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 동복리에서 이틀을 머물렀습니다. 길을 오가며 만난 80 넘은 할망들은 '4.3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이제 다 죽었다'면서도,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기구한 인생을 조곤조곤 말해주었습니다.

    "(그때 4.3을 겪은) 할머니들이 지금 80이 넘고 90이 넘었잖아요. 근데 지금도 정신이 건재하셔요. 그런 엄청난 고통을 겪어 왔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자식들을 잘 키우고 당당한가 그 힘은 과연 무엇인가. 제주도도 슬픔과 찬란함의 두 개의 얼굴이라고 했잖아요 할머니들도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고 우리도 다 그렇습니다."
    - 제주 4.3연구소장 허영선

    이념 갈등으로 인해 젊은 남성이 사라지고, 뒷감당을 해야 했던 작은 마을의 후유증은 어땠을까요.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먼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나이 86세. 무장대의 연락병이라는 누명을 쓰고 열다섯의 나이에 교도소에 갔다 후유장애를 얻은 신춘도 할망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폭도'라 부르는 그의 인생을 한번 가만히 들어보세요.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남겨진 이들에게 4.3은 비극의 절정이자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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