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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AIS·정우성…'그날, 바다'의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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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만·AIS·정우성…'그날, 바다'의 결정적 순간들

    "세월호의 많은 의혹들, 영화 통해 풀렸다고 생각"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세월호가 너무 의혹이 많았죠. 그게 풀렸다고 봅니다." (김지영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는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상당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영화는 세월호의 이후를 다루지 않는다. 인천항 출항부터 진도 앞바다에서의 침몰까지. 세월호의 항적이 말하는 진실을 뒤쫓는다. 그 진실을 뒤쫓을 도구로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이용·분석한다.

    17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에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지영 감독과 영화 제작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개봉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갔다.

    김지영 감독은 세월호의 AIS 기록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3년 반에 걸쳐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접 자신이 기계어인 AIS 원본 코드를 분석까지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탄생해 관객들 앞에 선보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AIS에 얽힌 베일을 벗겨나간 김지영 감독의 발언을 중심으로 '그날, 바다'가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 정리해봤다.

    ◇ 20만 돌파, 눈물 호소 벗어난 객관적 증거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인 '그날, 바다'는 16일 기준으로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뜨거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영 감독에게 이런 관객들의 반응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김지영 감독은 "영화를 보기 겁난다고 했던 분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더라. 그런데 막상 의무감, 혹은 누군가의 권유로 봤더니 전혀 달랐다는 평이 많았다.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모두가 궁금해했던 세월호의 호기심들을 우리 영화가 퍼즐 조각 맞추듯 맞춰갔다는 이야기를 봤다"고 직접 자신이 접한 관객 반응을 이야기했다.

    현재 지방으로 무대 인사를 다니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최근 전주에서도 어린 관객들을 만나고 다시 한 번 영화의 의미를 느꼈다.

    김 감독은 "전주에 내려갔는데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봤더라. 이해가 가느냐고 했더니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세월호 영화를 재미있다고 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학생들이 그렇게 표현하는 걸 보면서 이 영화가 과학적으로, 제대로 핵심에 다가갔다고 생각했다"면서 "세월호는 너무 의혹이 많았는데 그 의혹들이 화가 나지만 풀렸다고 생각한다. 의혹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그날, 바다' 속 김지영 감독.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 AIS 분석 결과,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의 시작

    제작자들이 생각한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려는 새로운 시작'이다.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과 관련된 인사들은 영화를 본 이후에 김 감독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지영 감독은 "특조위 위원으로 활동한 분, 세월호에 관련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이 말하는 게 정부가 단순 교통사고라고 주장했던 AIS 데이터 조작 의혹에 대해 확실히 밝힌 것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면서 "특조위 출발 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명쾌하게 조작 여부가 밝혀진 토대 위에서 현 정부가 내민 AIS 항적으로 새롭게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니까. 전 정부의 증거가 거짓이라고 정확히 전달한 게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작은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뿌듯한 심경을 내비쳤다.

    영화가 제기한 논거에 대한 반론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반박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지영 감독은 "닻을 내릴 때 과정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은 소형배의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험만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배는 원래 출렁거린다', 'GPS는 원래 오차가 많다' 등의 반론들도 있는데 이 사고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진상규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 있다고 해도 마음을 열고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악의적이거나 시간 소모적인 반론에 대해서는 기초지식을 쌓아주셨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 정우성 내레이션, 2초 만에 수락

    노개런티로 내레이션에 참여한 정우성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지영 감독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따르면 정우성은 전화 통화로 내레이션 제의를 받자마자 2초 만에 망설임없이 '하겠다'고 답했다고.

    녹음 과정에서 정우성은 마치 자신이 연기를 하는 영화를 촬영하듯 끊임없이 내레이션을 점검했다. 한 부분을 세 번이나 녹음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영화에 참여해 내용을 전하는 것에 그가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지영 감독은 "처음 녹음 이후, 영화를 다시 보고 정우성이 어떤 부분 녹음을 다시 하고 싶다고 해서 급히 재녹음을 했다. 처음에는 12시간 정도 했는데 그 다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재녹음 했을 때는 7~8시간을 했다"면서 "수고했다며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또 영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우성이 뉘앙스를 잘못 표현한 것 같다면서 또 재녹음을 요청했다. 먼저 일어나서 녹음을 하러 가버리니까 우리도 같이 녹음실에 갔다. 특정 부분을 그렇게 총 세 번 녹음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정우성의 내레이션이 분명 마음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녹음을 마치고 나오는데 너무 좋았다. 정우성의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효과를 느꼈다. 그건 정우성이 세월호에 관심이 있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항해였다. 끝까지 그랬어야 했다'는 부분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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