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본사 전경. (사진=자료사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석연찮은 중도 하차를 계기로 마련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과감한 인사 혁신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와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가 발제자로, 권동일 서울대 교수와 이창희 한양대 교수, 이지만 연세대 교수, 허문구 경북대 교수, 이원재 LAB2050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상인 교수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현황과 진단'이란 주제의 첫 번째 발제를 통해, 포스코가 지배구조적 측면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긴 하지만 1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통한 정부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외풍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치적 임명이 쉬운 환경"이라면서 "(정권 눈치를 봐야 하는) 국민연금 등이 주주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지고, 따라서 (포스코 회장은) 재벌이 아닌데도 황제 경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적 청산'이 요구된다면서도 "다만 '자기 사람 심기'식의 임명은 또다른 인적 청산이 되풀이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의 뒷배가 없는 사람이라는 게 알려져야 국민연금 등이 주주권 행사도 가능하다"며 CEO 인선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어 '철강산업의 미래와 포스코 개혁과제'라는 주제로 이어 발제에 나선 손영욱 대표는 민영화된 포스코의 보수화와 폐쇄성을 문제로 지적한 뒤, 창업 정신인 '제철보국' 같은 초기의 사명감으로 재무장하고 과감한 인사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회장 등 CEO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도 필요하며, SK그룹의 수펙스협의회 같은 경영협의회를 신설해 CEO에 대한 경영자문을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후 종합토론 과정에서 이지만 교수는 포스코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주주 중심형 모델과 유럽식 이해관계자(stakeholder) 모델 간의 개념 구분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대표는 포스코 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책임감 있는 주인'의 부재를 거론한 뒤, 이사회 강화가 현실적 대안이라면서 후임 회장 인선 과정에 정부가 '불개입 선언'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문구 교수는 포스코가 '오너 리스크'가 큰 그룹이고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도 미흡하다면서 후임 회장 인선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후보자 인선 단계별로 과정을 공개하고 후보자 개별 면접 외에 집단토론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사의를 밝힌 권오준 회장의 경우는 차기 인선에서 아예 제외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