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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하고 '정상국가화' 시동 걸었나

통일/북한

    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 폐기하고 '정상국가화' 시동 걸었나

    (사진=노동신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한다"

    "핵시험장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한 번 국제사회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그동안 핵심 정책이었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사실상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20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결정서에는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며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검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며 "이에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됐던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언급하면서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며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마무리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당의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이 결정서의 다른 부분에서 밝힌 것처럼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전원회의 결정사항은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처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실 발사 중단과 함께 핵실험장 폐기까지 천명하고 나서면서 임박한 남북정상회담과 5월말~6월초에 열릴 북미정상회담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과연 진짜로 핵을 포기할 것이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과감한 선제조치를 취하고 나섬에 따라 비핵화 담판을 둘러싼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두가지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핵실험과 제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국면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실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핵 병진노선을 수정한 것은 향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에 대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풀어내고 '정상국가'로 가기위한 경제 발전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건설'은 대북 제재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핵화를 고리로 체제안전과 함께 대북 차관이나 대규모 경제 협력 지원 등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연철 원장은 "북한이 앞으로 경제건설에 집중한다고 천명한 것은 대북 제재의 명분과 근거가 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 실려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경제건설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개발과 대북 제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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