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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슬픔을 한작품에 담아낸 '붉은 산수' 작가 이세현



공연/전시

    아름다움과 슬픔을 한작품에 담아낸 '붉은 산수' 작가 이세현

    세상을 말하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

    - 붉은색 산수화안에 사회·세계에 대한 사유 담아
    - 부산 센텀시티 개인전· 제주4.3 특별전 동시 개최

    (사진=노컷TV 우경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에 주목한 작가 이세현(JK 아트커뮤니케이션)의 ‘붉은 산수’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를 대표하는 ‘붉은 산수’는 군복무시절 비무장지대(DMZ)에서 적외선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붉은색 산하의 아름다움과 적과의 대치라는 이중성을 표현한 초현실적 풍경이다.

    때마침 그가 부산에서의 개인전(RED SANSU : The Moments)과 <4.3 70주년 특별 기념전>을 통해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 오랜만의 개인전이다. 풍경속에 놓여진 해골이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

    해골이 담겨진 작품은 세월호 이후 그린 것이다. 영국 유학 시절에는 한국의 풍경이나 자연, 인간의 문제, 상반된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이후 세월호를 비롯해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과 사회적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회화화 된 것 같다.

    ◇ 작품에서 유명인의 어린 시절을 그린 이유는?

    작품 속 유명인들의 어린시절 모습은 세월호 아이들도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랐을지 알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수를 그리지만 결과적으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분단의 비극과 고향의 변화하는 모습,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도 하나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풍경들이 많고, 인간의 삶이나 사회적인 일들도 없었다가 사라진다. 지구에서 보면 크지만 우주에서 보면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내 작품에는 100년이 압축되어 지난 세월의 풍경과 인물이 다 들어있다.

    ◇ 작품을 보고 정치적 성향에 대한 오해도 받았을 것 같은데?

    작가가 너무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처음왔을 때부터 ‘레드 컴플렉스’ 때문인지 붉은색 자체에 대해 ‘빨갱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나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그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뿐이다.

    Between Red-018FEB01, Oil on Linene, 200cm x 200cm, (사진=JK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 ‘4.3 특별전’에 참여해서 인지 동백 배지를 달고 있는데 평소 관심이 있었나?

    특정한 사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작품을 하지는 않는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정치적 발언은 하지만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다. 존재자로서의 무고한 양민이 학살당한 것은 어떤 이유라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당시 정치적으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 이후 용서를 구해야 할 부분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3전시 요청을 받은 후 사건 자체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제주도의 현장을 직접 그리고, 유골도 직접 보고 그렸다. 구름이 가지고 있는 상징을 통해 정치적 발언 보다는 아름다움과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된다.

    ◇ 사회적 현상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내가 살아온 시대적인 이유인 것 같다. 80년대 학번이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실상을 듣고 6.29를 목격하면서 집회에도 참여하고 사회과학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당시가 민중미술이 태동하게 된 시기였는데 나는 무조건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하는 민중미술도, 표현을 최대한 억제하는 미니멀이나 단색화도 맞지 않았다. 항상 중간지점에서 헤맸던 것 같다. 지금 작품 제목도 ‘Between Red'인데, 나는 항상 사이에 있다. 개인적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더라도 다양한 미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싫다.

    ◇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고, 사회가 변해가면 작품안의 이야기도 변할까?

    변할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 조금 더 회화적인 표현을 하고 싶다. 남북 정상회담도 곧 이뤄진다고 하니 이제는 다른 것을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긴다. 영국에 살때는 분단의 비극이 너무 크게 와 닿았고 한국사람으로서 표현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통일이 된다면 더 아름다운 풍경과 삶의 본질적인 풍경들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노컷TV 우경오)

     

    ◇ 이세현 작가는 유럽과 중국 등 외국에서 더 유명한데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나이 마흔에 영국을 갈 때 다들 만류했었고 영국에서 작가로 자리를 잡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미쳤다고 했다. 솔직히 외로웠다. 원 없이 작업을 해보자고 왔지만 그림 외에는 개인의 삶이 없었다. 매일 작업만 하다보니 영국에서 유명한 파티나 전시초대를 가도 인사만 나눌 뿐 그 문화안에서 함께 어울려 지낸다는 건 한계가 있었다.
    백남준 선생님을 생각해봤다. 그분은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작가는 아니다. 미국의 작가였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그 당시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한국작가로서 알려지기 위해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해 더 깊이 알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 ‘붉은 산수’는 계속되나?

    붉은색 외에도 그려보고 싶은데 ‘붉은 산수’ 작가로서 알려져서 딜레마가 있다. 한동안 고민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적 카테고리를 만들 때는 단 하나의 낱말로 정의 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그 하나를 만들기가 대단히 중요하고도 어렵다. 나는 ‘역사’를 쓰고 싶지 ‘일기’를 쓰고 싶지 않다. 붉은색이라는 나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화법을 만들었는데, ‘언제 바꾸냐’ 묻는 것은 너무 짧은 템포인 것 같다. 이 작업을 위해 30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압감이 컸는데 생각을 바꿨다. 나중에 깜짝 놀랄 걸 보여줄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작업이 더 많이 쌓여야 할 것 같다.

    (사진=노컷TV 우경오)

     

    ◇ 앞으로 계획은?

    7월에 멕시코에서 그룹전이 있다.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더 좋은 작업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조각도 하고 싶다. 다양한 작업으로 준비를 하려면 2년 정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평양에 가서 개인전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족으로서 함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그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전시일정>
    *RED SANSU : The Moments
    -장소: 신세계 갤러리 센텀시티
    -전시기간 : 2018.4.5(목) - 5.2(수)

    *제주 4.3 70주년 특별기념전 :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장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기간 : 2018.3.30.(금) - 6.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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