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국회 법안 발의, 기본료 폐지까지 고개…통신비 인하 '채찍질'전 세계 5G 경쟁 치열한데, 5G 주파수 비용 3조?…엎친 데 덮친 이통3사
내년 초 5G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이동통신 시장이 격변을 맞았다.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통신비 원가 공개를 제도적으로 정착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케이블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내세우며 제4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선언, 기존 통신 3사 독과점 구조를 깨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당장 6월 실시될 5G 주파수 경매대가가 최소 3조 원을 넘어섰다. 중국 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5G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이같은 국내 통신시장 흐름은 5G 조기 상용화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 통신비 원가 공개, LTE 확대될까…"기업 영업비밀 압박, 세계적 전례 없어"지난 12일 대법원의 통신요금 원가 자료 공개 판결이 전방위적인 통신비 인하로 확대될 조짐이다. 이날 대법원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성과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개 대상이 되는 휴대전화 요금 원가 산정 자료의 기간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 5월 5일까지다. 이는 2·3세대 통신 서비스에 해당돼 현재 사용 중인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LTE 통신요금의 원가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이통3사가 통신비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통신비 인하 압력이 재차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 3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민간 기업의 영업 비밀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통신사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LTE 원가 자료 공개 요구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대법원의 2G·3G 정보 공개 판결은 상당 기간이 지나 참가인들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라면서 "현재 이통사가 운영 중인 LTE가 이같은 취지에 부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국회 법안 발의 기본료 폐지까지…통신비 인하 '채찍질'
(사진=자료사진)
국회에서도 법률에 통신비 원가를 명시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이통사들을 더 조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통신요금 산정 근거자료(원가 등)를 정부가 공개하도록 하고 통신요금 변경(인상 등) 시 통신소비자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인가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4일 발의했다.
김 의원은 "대법원이 통신요금 원가공개를 결정한 만큼 통신요금 원가 문제는 통신소비자와 통신사 양자가 아닌 국가의 감독·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폐기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월 1만 1000원의 '기본료 폐지' 주장까지 다시 커지면서 이통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과기정통부를 압박하며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을 강행했지만, 무산됐다. 현재 가입자 대부분이 이용하는 4G LTE의 경우, 2G나 3G와 달리 기본료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있지도 않은 기본료를 어떻게 폐지하란 말이냐"고 강하게 맞섰다. 이에 정부는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공약 파기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통신사들은 "LTE 기본료 폐지는 개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3G 정액형 요금제가 생긴 이후로 기본료 개념이 사라졌다"며 "LTE 요금제는 기본료에 플러스알파 되는 식으로 설계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개념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케이블협회, 통신 3사 극구 반대중인 '보편요금제' 내세워 '4이통' 선언그동안 잠잠했던 제4 이동통신 움직임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통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4이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3사로 굳혀진 통신 시장에 '메기'를 투입해 갈수록 심화하는 기존 3사의 시장 독과점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그간 7번이나 시도됐다. 그러나 4이통 참여사의 자금 동원력에 입증이 안 되면서 모두 실패했다.
김선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지난 13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훌륭한 지역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4 이동통신에 참여, 실제 가계 통신비 인하에 일조하는 동시에 케이블TV 성장기회로 삼겠다"며 선언했다.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본격 등장하게 되면, 5G 이동통신 시장이 기존 이통 3사 독과점 구조에서 벗어나 4개 사업자가 맞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바뀔지 주목된다.
특히 케이블사업자들은 4이통 진출을 선언하면서 '보편요금제'를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이통사는 극구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 개선안과 각종 할인 상품 등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4이통사가 생기면 그동안의 구축했던 시장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이통사들은 그간 비슷한 폭으로 서비스들을 개편해 시장 균형을 맞춰왔는데, 사실상 똑같은 필수설비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들어오면, 무조건적인 통신비 추가 인하에만 몰두하게 돼 5G 투자 여력과 고객 혜택을 축소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5G 주파수 비용 최소 3조, 이통사 "너무 높다" 하소연…"5G 선점 빼앗길 수도"
이런 가운데 5G 이동통신 주파수 비용이 최소 3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신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지난 19일 과기정통부가 밝힌 최저 경쟁가격은 3.5㎓ 대역 2조 6544억원, 28㎓ 대역 6216억원이다. 2개 대역의 경매 최저경쟁가격을 합치면 3조 2760억원에 이른다. 이통3사는 이미 4G (LTE) 주파수 할당대가 등으로 매년 1조 3000억원을 정부에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한국이 중국과 미국 등 경쟁국가에게 5G 조기 상용화 선점을 통한 ICT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5G 준비 시점은 경쟁국보다 늦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5G 준비에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G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낮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높은 경매 시작가는 정부의 통신비 경감 정책 방향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통신비 인하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제도 실행을 강행하기보단 현 시장에 맞는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이통사 수익이 떨어지면 5G 기술력도 뒤처지고 고객에게 돌아가는 요금제 혜택 등 지원 범위가 줄어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