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3일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30%가 되지 않으면 여론조사 결과를 폐기한다"며 "우리나라는 1~2%, 2~3% 등 형편없는 여론조사 응답률로 국민여론으로 포장해서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답률이 최소한 10%가 되지 않으면 이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의 말대로 '미국에서 응답률 30% 미만 여론조사는 폐기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여론조사 공표를 제한하는 응답률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30% 미만이면 자료는 공표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시 응답률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세종연구소 우정엽 연구위원이 지난 2016년 작성한 '한국의 여론조사, 문제점과 대책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응답률이 30% 이하일 경우에 공표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응답률이 여론조사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신력 있는 기관인 미국 여론조사 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Public Opinion Research·AAPOR) 홈페이지에서도 응답률은 여론조사 공표시 권고하는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AAPOR은 여론조사 공표항목(Survey Disclosure Checklist)에서 ▲여론조사 발주처 ▲여론조사 수행기관 ▲여론조사 문항 ▲모집단 ▲표집틀 ▲표본선택방법 ▲표본 크기 ▲여론조사 수행 방법 ▲여론조사 수행기간 및 장소 ▲가중치 적용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우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에서는 여론조사 발표시 응답률 공개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며 "응답률 30% 미만시 폐기 등 규정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응답률이 마치 중요한 척도인 것처럼 여기지만 오히려 미국에서는 샘플의 표집방식을 중요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도 "미국에서 응답률 30% 미만인 여론조사 결과를 미공표한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간간이 주장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실제 조사방법론 전문 서적에서는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출처는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교수가 2007년 대한통계협회지 '여론조사 방법론: 과제와 전망'에서 "미국의 경우에는 응답률이 30% 미만인 여론조사 결과는 미공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마땅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그러나 허 교수는 2007년 12월 당시 17대 대선 두고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응답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한 표본설계방법을 쓰고 있긴 하지만 꼭 그런(30% 미만시 미공표) 건 아니다"라고 답해 추가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론조사 신뢰도와 응답률이 큰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낮아지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전 세계 여론조사 기관들의 고민거리인 점은 사실이다. 여론조사는 일정 인원 이상에게 무조건 답변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휴대폰 스팸전화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응답률이 낮다고 해서 신뢰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비용이 더 드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미국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응답률에 해당하는 협조율은 ▲1997년 43% ▲2000년 40% ▲2003년 34% ▲2006년 31% ▲2009년 21% ▲2012년 14% 등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홍 대표가 문제 삼은 해당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5.2%를 기록해, 미국 평균 여론조사 응답률로 알려진 9~11%에 비해 낮은 부분도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고민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