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직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가 정작 내부 정규직 전환 과정은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방 강행처리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각종 직업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취업 관련 정보를 전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다.
다음달 15일 개관 6주년을 앞두고 경기 분당에 있는 본사는 각종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는 지난 27일 노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한국잡월드에서 일하는 약 400명 직원 가운데 정규직은 고작 50명뿐, 나머지 338명은 모두 7개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져있는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안내하고 각자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직업체험관 강사 275명조차 정작 본인들은 2년마다 바뀌는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맺어 번번이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잡월드도 정규직 전환에 나서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했고, 이달초 자회사를 세워 기존 비정규직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체험관 강사 등 노동자들은 "사실상 당사자 의견을 묵살한 채 사측이 자회사 전환 방식을 일방 강행 처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정규직 전환 과정을 결정한 노사전문가 협의회 구성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측은 "협의회 대표단 20명 가운데 275명에 달하는 체험관 강사 대표는 고작 3명 뿐"이라며 "기관 간부급 대표 7명과 정규직 노조 대표 2명이 사측을 대표해 '머릿수'부터 밀렸다"고 주장한다.
또 10차례에 걸쳐 열린 협의회 회의 가운데 첫 5회까지는 타 기관 전환사례나 한국잡월드의 특수성 등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사측 의견을 일방적으로 홍보했고, 3차 회의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는 아예 참석하지도 못했다.
반면 실질적으로 노사 협의가 시작된 6차 회의(3월 15일)부터 자회사 전환을 결정한 10차 회의(4월 3일)까지는 3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 대표 의견이 묵살되거나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가 하면, 자회사 고용 방식의 장점과 직접고용 단점만 부각시킨 왜곡된 정보만 제공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노사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비밀 투표도 아닌 '거수 합의' 방식으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은 사실상 강행 처리됐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부로부터 예산과 정원 통제를 받아야 하는 공공부문의 특성상 자회사 전환 방식이야말로 지속 발전가능한 전환 모델"이란 입장이다.
본사가 직접고용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에서 인건비로 편성돼 총액인건비 제한을 받기 때문에 고용 규모에 한계가 있지만, 자회사로 고용할 경우 사업비로 편성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박영희 한국잡월드분회장은 "협의회 석상에서 노조 대표를 무시는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노조 대표가 말할 때 한숨을 쉬거나 혀를 차는 식으로 토론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생명·안전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했다"며 "강사들은 매일 3천명, 연 누적 490만명이 넘는 초중고 학생이 찾는 체험관에서 학생들을 직접 통제하고 있는데, 사측은 생명·안전 업무를 맡지 않는다고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형태만 다를 뿐 용역업체 소속과 다름없는 자회사를 만들어 그동안 불법파견 논란 등 누적돼온 문제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