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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후폭풍 "김정은 입술 읽어라"…구화학교 전화통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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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후폭풍 "김정은 입술 읽어라"…구화학교 전화통 '불'

    남북정상 도보다리 대화, 독순술·AI 이용한 해독 가능성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 둘이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여러차례 포착됐다. 무엇보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면은 이날 오후 수행원 배석 없이 가진 두 정상간 '도보다리 대화'였다. 오직 바람소리와 새소리, 수풀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 전해질뿐 두 정상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 속에서 해석은 분분했다.

    특히 30여분간 이어진 도보다리 끝 티테이블 대화는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ASMR처럼 전세계인의 뇌와 오감을 자극했다는 극찬을 받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언론들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대화내용을 말해주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문 대통령의 얼굴은 잘 잡히지 않았지만 김 국무위원장의 표정과 입술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 일부에서 청각장애인들이 활용하는 구화법(독순술)을 이용하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내 청각장애인 단체와 교육기관 등에 문의가 쇄도했다.


    한국구화학교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간 도보다리 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구화법 전문가를 찾는 문의가 여러차례 있었다"며 "상대방의 입술모양을 읽는 구화법은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의사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적 수단일뿐 상대방의 대화를 완전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각장애인협회 관계자도 "구화법은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 보조적 수단으로 단어와 조사, 관형사, 부사, 형용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화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일부 청각장애인들이 구화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입술모양만으로는 대화내용을 이해하는데 10~20%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국무위원장이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북측 판문각 밖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계단을 내려오던 중 경호원들에게 "고만 비키라"고 말하자 김 국무위원장을 마름모꼴로 에워싸고 있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 국무위원장의 음성은 실제 들리지 않았지만 비교적 단순한 지시어로 주변 상황과 함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외의 경우 구화법 전문가가 범죄사실에 대한 법정 증인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테러용의자 두 명이 공원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입수한 영국경찰이 청각장애인 구화법(독순술) 전문가를 활용해 해석한 대화내용이 법정 증거로 채택된 바 있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2011년 구화법(독순술) 전문가를 섭외해 영상을 분석한 결과 맨체스터 시티 소속이었던 카를로스 테베스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자 팀 동료인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멍청이(Idiot)'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는 2007년 국제학술지 ‘뇌(Brain)’에 게재한 논문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청각을 잃은 사람들은 입술모양을 보고 말을 하는 구화법(독순술)을 서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청각상실 후 뇌가 즉각 이에 적응하면서 바로 습득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식수 및 친교산책을 마친 후 평화의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컴퓨터비전 기술 발달로 이같은 영상속 대화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딥마인드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연구팀은 2016년 AI 입술 판독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앞서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립넷(LipNet)'은 참가자가 지정된 문구를 읽은 동영상을 바탕으로 93.3%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인간 전문가는 52.3%였다. 이와 달리 딥마인드는 자연스럽고 긴 대화에 도전했다.

    딥마인드와 옥스퍼드대 다른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왓치, 리슨, 어탠드, 앤드 스팰(Watch, Listen, Attend, and Spell)' 소프트웨어는 BBC 등 영국 지상파 방송사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방영한 유명 TV 프로그램 6개 5000시간 분량을 학습해 46.8%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인간 전문가의 정확도가 12.4%에 그친 것에 비하면 4배 가량 더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이 소프트웨어가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CCTV 등 보안 시스템, 음성이 아닌 입모양만으로 명령제어가 가능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으로 파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도보다리 대화'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해주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화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2013년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녹취한 대화록을 공개한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며 "적어도 문 대통령이 초소형 녹음기나 고성능 무선 마이크를 휴대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외교속성상 내용이 공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 정상들도 회담이나 국제회의에서 사사로이든 외교적인 대화이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도·감청과 다른 성격으로 외교가나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종종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윤영찬 홍보수석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양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시작으로, 양측인사들과 함께 환영식, 전통의장대 경호행렬, 3군 의장대 사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들어설 때까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대화체'로 설명한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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