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불신? 신뢰는 만들어가는 것
- 北 마음바뀐 이유? 협상조건 갖춰져
- 선언문에 비핵화 없다? 읽어보고 말해야
- 북미정상 욱하는 성격? 합의 도달 쉬울수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연철(통일연구원 원장)
남북 정상회담을 치른 지 이제 닷새째입니다. 참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이런 얘기하는 분들 계세요. '아니, 김정은이 어떻게 한순간에 180도가 바뀔 수 있는 거야? 믿어도 되는 거야? 비핵화 한다는데 그거 어떻게 입증할 거야?' 사실 성공 무드에 물음표를 던지기로 하자면 궁금한 게 참 많죠. 그래서 오늘 첫 인터뷰는 물음표를 던지는 인터뷰. 일종의 딴지 인터뷰를 준비를 했습니다. 비판과 우려에 대해서 시원하게 답해 주실 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이자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전문가 자문위원이세요. 통일연구원 김연철 원장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연철>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원장님도 정상회담 그 만찬장에 다녀오셨었죠?
◆ 김연철> 네.
◇ 김현정>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길래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길어졌어요?
◆ 김연철> 정상분들도 분위기가 좋았고요. 또 중간중간에 공연을 했습니다. 저는 조용필과 현송월 이런 남북한의 가수들이 즉석에서 이렇게 박자를 맞추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 김현정> 미리 맞춰본 게 아니었어요, 그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환영식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취재단)
◆ 김연철> 아무런 연습 없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어떻게 그렇게 딱딱 맞게 노래를 할 수 있는지. '역시 가수는 가수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것도 그냥 가수가 아니라 북한 최고 가수랑 남한 최고 가수가 만난 거잖아요.
◆ 김연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그날의 회담은 분위기도 좋았고 성공적으로 보입니다만,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만, 청취자 문자 저희가 받다 보면 사실은 부정적인 질문들도 좀 들어와요.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부정적인 얘기들도 좀 나오죠. 분위기 좋은데 딴지거는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만 한번 모아서 답을 들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저희가 딴지 인터뷰를 준비를 했습니다. 제일 기본적인 딴지 질문 첫 번째. '김정은 위원장을 어떻게 믿느냐.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 여태 속지 않았느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김연철> 신뢰라는 게 꼭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협상하는 게 아닙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하고는 사실 협상이 필요가 없죠. 그래서 신뢰는 협상의 '조건'이 아니고 우리가 협상을 통해서 또 이행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내야 될 '결과'입니다. 하여튼 두 분 정상이 합의만큼 이행이 중요하다라고 굉장히 강조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 김현정> '우리 쪽만 강조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더 강조했다.' 이런 얘기도 들리더라고요.
◆ 김연철> 맞습니다. 과거에 보면 중요한 합의들이 굉장히 많았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이행을 하는 것이고 그 이행도 좀 신속하게 해 보자. 지금부터 비핵화라는 목표까지 가능하면 압축적으로 진행해 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과거와 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북한이 그렇게 '이번에는 반드시 이행합시다'라고 다짐을 하게 됐는가, 연장선상에서 이 질문 드릴 수 있어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사일 쏘고 핵실험 하고 그래서 트럼프로부터 '로켓맨'이니 '미치광이'이니 이런 소리를 들었던 김정은 위원장인데. 어떻게 이렇게 극적으로 '이행이 중요합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바뀌었는가?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이 됩니까?
◆ 김연철> '북한은 핵무기를 일단 완성해야지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겠다.' 이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몇 년 동안 사실은 다른 변수 고려하지 않고 핵무기 완성에 진력을 한 것 같고요. 그 시점에 핵무기를 갖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던 것 같고. 마침 평창이라는 무대가 만들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평창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이끌어낸 건데요. 북한이 나름대로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그 의지를 드러내고 미국과 연결시키고 이 과정에서는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아니겠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핵이라는 게 만들어져야만 북한이라는 작고 힘없는 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강대국들 상대로 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될 때까지는 뒤도 옆도 안 돌아보고 줄기차게 밀고 나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걸 카드로 딜을 하는 것이다,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런 말씀.
◆ 김연철> 네,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김정은이 시원하고 호탕하게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선언문 자체가 알맹이가 없기 때문 아니냐. 이런 딴지도 나옵니다. 이런 비판도 나옵니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거기 하나도 안 담겨 있지 않느냐' 이건 어떻습니까?
◆ 김연철>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그 선언문을 안 읽어본 것 같아요.
◇ 김현정> 안 읽어본 거라고요?
◆ 김연철> 왜냐하면 선언문에는 비핵화 관련돼서는 네 줄이나 됩니다. 결코 짧지 않습니다. 대체로 보면 완전한 비핵화란 일종의 비핵화 얘기도 기본 원칙이죠. 많은 분들이 북한이 얘기하는 비핵화와 미국과 한국이 얘기하는 비핵화가 과연 같은가 다른가 의문이 있는데요, 같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건 그야말로 미국이 얘기하는 'CVID'와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고.
◇ 김현정>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비핵화, 싹 다 버리는 비핵화요?
◆ 김연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비핵화를 위해서 남과 북이 책임과 역할을 다하자. 지금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다는 선제적 조치를 취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노력들도 있었고. '그다음에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서 적극 노력하자.' 이 얘기는 무슨 얘기냐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진전된 조치를 취해 줬으면 좋겠다는 어떤 요구사항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관계 차원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원칙와 포함돼야 될 대부분의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평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거기서 더 나가서 비핵화의 단계는 이렇게 밟고, 폐쇄는 이런 식으로 여기를 봉쇄하고... 이런 것까지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던 거예요?
◆ 김연철> 비핵화의 과정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합니다. 사찰과 검증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나면 실무회담이 열릴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라든가 관련 기구들도 참여를 하겠죠. 그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비핵화의 방법이나 과정들을 협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 김현정> 원칙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합의한 것. 이것만으로도 중요하단 말씀. 그럼 말입니다, 원장님. 지금 비핵화라 함은 완전한 비핵화, 불가역적인 비핵화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비핵화 약속해 놓고도 핵무기를 몰래 숨겨놓거나 이럴 가능성은 없겠는가' 이런 딴지를 걸어 본다면요?
◆ 김연철>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도 핵무기 감축 협상을 할 때 레이건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 이게 사실 알고 보면 러시아 속담이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믿어라. 하지만 검증해라.'
◆ 김연철> 1986년에 레이캬비크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레이건 대통령은 이걸 러시아 말로 얘기했어요. 그런 것처럼 이 비핵화의 과정은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사찰과 검증에 대해서는 아마 그야말로 국제기구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준비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사찰과 검증을 국제기구들이 꼼꼼하게 하면 어디 숨기기는 어려운 거예요. 다 찾아낼 수 있는 겁니까?
◆ 김연철> 북한은 구소련 지역의 우크라이나나 이런 지역과 비교해 보면 작잖아요.
◆ 김연철> 작죠, 땅덩어리가.
◆ 김연철> 면적 자체가 작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서 충분히 좀 확실할 수 있도록 사찰과 검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질문인데 '선언문에 명시된, 판문점 선언문에 명시된 민족 자주의 원칙이 주사파의 논리다. 주사파의 논리를 따랐다'라는 지적. 이건 어떻습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취재단)
◆ 김연철> 한국전쟁 이후에 남북한이 최초로 합의한 게 7.4남북공동성명입니다. 그 72년에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의 첫 번째가 '3대 통일 원칙'이고 그 첫 번째 원칙이 바로 '자주'입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박정희 대통령을 주사파로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 김현정> 박정희 대통령이 7.4에 서명했는데, 그럼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 얘기했으니 주사파냐?
◆ 김연철> 그렇죠. 이 내용은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한 거고요. 우리가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차지할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그러니까 남북 관계의 성격이 달라지면 남북 관계가 상호 스스로 노력해서 그 성격을 바꾸면 비핵화의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항에 대해서는 전제에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가는 의미도 있다라는 부분들도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문재인 대통령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가 잘 통했어요. 굉장히 잘 통하는 걸 우리가 실시간으로 봤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둘 다 성격도 급하고 좀 다혈질적인 면도 있는 걸 우리가 그동안 봐왔기 때문에, 혹시 대화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 욱할 가능성. 그래서 합의를 도출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연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로 보면 형식보다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한다 할까요? 트럼프 대통령도 비즈니스맨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말 과거의 대통령하고 확실히 다를 것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아주 실리주의자죠.
◆ 김연철> 그리고 저는 주목해서 보고 있는 게 두 사람 다 모두 둘러가기보다는 핵심에 바로 접근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마 두 사람이 만나서 얘기하면 일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전된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다. 저는 그 부분을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이 얘기했던 것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김연철> 또 한미 간에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을 많이 해야겠죠.
◇ 김현정> 이게 지금 우려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반대로 놓으면 그게 또 말이 돼요. 성격이 급해서 둘이 부딪치는 것 아니냐, 합의가 안 되는 것 아니냐 걱정하시지만 그걸 달리 말하면 둘 다 급하기 때문에 더 빠른 진척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 김연철> 그렇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장점도 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딴지 인터뷰. 좀 까다로운 질문만 다 모아서 드렸는데 말씀을 잘해 주셨어요. 여러분 듣고 나서도 혹시나 이런 궁금증 또 생긴다 있으시면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2차, 3차 계속 준비하겠습니다. 원장님, 고맙습니다.
◆ 김연철> 고맙습니다.
◇ 김현정>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이셨고요.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입니다. 통일연구원 김연철 원장이었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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