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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더 커지고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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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더 커지고 풍성해졌다

    8일간 147편 상영… 올해의 쟁점 키워드는 디지털 성폭력·미투·낙태

    오는 31일 개막하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지난 1997년 첫선을 보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가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한때 재정 문제로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았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세계 최고·최대 국제여성영화제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목표로 올해를 준비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혜경 조직위원장, 김선아 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 조혜영 프로그래머, 배주연 프로그래머, 박현선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혜경 조직위원장은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는 여성 주체로부터 시작되는, 자기의 관점을 갖자는 얘기였다"며 "한국 사회 공적 영역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의 시각과 문화를 가시화하고 존재케 하는 데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여성혐오 문제와 올해 큰 화두가 되었던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를 언급하며 "성폭력 방지 교육은 매뉴얼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구체적, 개별적, 특수한 상황을 함께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성장할 때 우리 사회의 젠더감수성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여성영화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무 돌을 맞은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은 만큼,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더 풍성해졌다. 우선, 마포구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개막식을 한다. 야외 개막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이 상영되는 관수(메가박스 신촌)도 기존 4개 관에서 6개 관으로 늘었다. 영화제 일수는 지난해 7일에서 하루 늘어난 8일이 됐다.

    61개국 총 957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그중 36개국 147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출품작과 상영작 수 모두 영화제 개최 이래 최고치다. 페미니즘 영화 비평과 영화 산업에서의 성평등을 다루는 국제 포럼도 2개나 마련됐다.

    국제·국내로 나누어 장편 경쟁 부문을 신설한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국제·국내로 나누어 장편 경쟁 부문을 신설한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국제 장편 경쟁 본선 진출작은 엘렌 나베리아니의 '나는 태양의 한 방울', 클라리사 나바스의 '오후 세 시 축구경기', 양밍밍의 '행복하길 바라', '마리 가렐 바이스의 '파티는 끝났다', 히라야나기 아츠코의 '오 루시!', 가브리엘라 피츨러의 '아마추어', 카타리나 뮉슈타인의 '애니멀', 크리스틴 레폰드의 '텅 빈 여자' 8개다. 한국 장편 본선 진출작은 정가영의 '밤치기', 박소현의 '구르는 돌처럼', 장혜영의 '어른이 되면', 문창현의 '기프실', 모현신의 '국광교회' 5개다.

    한 가지 키워드로 진행했던 '쟁점'은 '쟁점들'로 이름을 바꿔 복수의 키워드를 다루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디지털 성폭력, 미투, 낙태 등 3가지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라고 생각해 (이를 주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한국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1년 안에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계속 부상해 영화제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주제와 관련해 맥락이나 담론을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는 영화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의 깊게 봐 주었으면 하는 영화로 '녹이 슨'(2018, 브라질),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2017, 미국)를 추천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배주연 프로그래머, 조혜영 프로그래머, 이혜경 조직위원장, 김선아 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 박현선 프로그래머 (사진=김수정 기자)

     

    조 프로그래머는 "'녹이 슨'은 영화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인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여성을 향한 성폭력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그게 10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를 두고는 "(미국의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토마토 지수 100%를 기록한 영화로 낙태(임신 중절) 이슈를 굉장히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소개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가장 역사와 전통이 긴 아시아 단편 경쟁에는 작년보다 10% 많은 총 516편의 작품이 출품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주연 프로그래머는 "전통적으로 많이 다뤄졌던 섹슈얼리티 문제, 연령과 세대 갈등, 퀴어 문제, 특히 젊은 여성이 겪는 빈곤이 많이 얘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 프로그래머는 "촛불 정국과 여성혐오 아카이브, 미투 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인지 한국의 여성영화들이 영화적인 상상력을 갖고 현실의 고통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희망적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아이틴즈(10대 여성 감독 작품 경쟁 부문) △새로운 물결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모니카 트로이트 회고전:대담한 욕망 △퀴어 레인보우 △아이콘, 그녀의 영향력 등의 섹션을 마련했다.

    영화제 20주년을 기념한 앵콜전으로는 △월드 시네마 △코리안 시네마 △옥랑 다큐멘터리 3가지가 준비돼 있고,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배리어프리 △최은희 추모전: 카메라를 든 최은희 3가지가 특별상영된다.

    국제 컨퍼런스와 라운드 테이블 등 알찬 부대행사도 눈에 띈다. 박현선 프로그래머는 "뜨거운 쟁점이 되는 페미니즘에 화답하는 내용으로 야심 차게 준비했다. 자유로운 감각으로 여성 영화를 생산했던 분들이 참석한다"고 귀띔했다.

    제3대 페미니스타로 선정된 배우 이영진 (사진=김수정 기자)

     

    국제 컨퍼런스의 첫 번째 주제는 '필름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전: 응시에서 몸으로, 그리고 차이의 즐거움을 향해'다. 프랑스, 캐나다, 대만, 한국 등 여러 지역의 필름 페미니스트들이 이론과 현장, 일상에 걸친 필름 페미니즘의 새 관점을 모색한다. 저명한 여성 영화학자인 로라 마크스가 기조연설을 맡는다.

    두 번째 주제는 '영화산업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이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한국의 성평등 정책과 전략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한다.

    쟁점 토크는 여성가족부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WITH YOU', 성과재생산포럼이 공동주최하는 '낙태죄가 폐지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후원하는 '페미니스트 게임 비평가 아니타 사키시안 특별강연'이 있다.

    이밖에 최근 작고한 故 최은희 감독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스페셜 토크,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대화 나누는 감독 대 감독, 역대 페미니스타 배우와 영화제 화제작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 토크 등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홍보대사인 '페미니스타'로는 배우 이영진이 선정됐다. 영화제와 같이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영진은 "나름의 용기를 갖고 배우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제로부터) 더없는 지지와 용기를 받았다"면서 "더 많은 분들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8일 동안 열린다. 개막작은 프랑스의 노장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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