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111억원에 달하는 뇌물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스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혐의 전부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다스 자금으로 비서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승용차를 구입한 사실은 다투지 않는다"면서도 "횡령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개인 돈으로 지원됐다고 알았다는 입장이라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다스 비자금 140억원 회수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혐의에 대해 "김백준‧김재수 등은 공무원이 되기 이전에 소송 당사자거나 변호사였다"며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는 법률적으로 다툰다"고 말했다.
또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는 "소송비 대납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이를 허용했거나 묵인했다는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며 "삼성그룹이 (미국 로펌인)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것이 다스 소송비인지, 삼성의 다른 업무 대가인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받은 뇌물 혐의에 대해선 "김백준 당시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자금 2억원을 수수했지만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뇌물수수 자체를 부인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에 숨겨둔 혐의도 "대통령기록물은 은닉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이라며 "검찰이 과연 적법하게 확보했는지 다투겠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또 일주일에 4차례 재판을 진행하는 검찰의 요구를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신속성을 제1모토로 삼아 실체적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가능한 신문할 증인을 줄여서 재판을 충실하게 하고자 주2회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 비교적 쟁점이 적은 사건부터 재판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다스의 실소유 논란에서 시작되는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증거 기록은 방대하고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자금을 누가 관리했는지 여부 등 연결된 사안이 많아 앞에서부터 풀어야 정리가 된다"며 "시간 순이나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입증돼야 하는 사건의 성격을 이해해 달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1심에서 피고인의 구속기한이 최대 6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재판 준비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0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이날은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를 인정할지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