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사진=합참제공)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송영무 국방·조명균 통일·강경화 외교·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합동으로 백령도와 연평도를 방문,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다.
앞서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 이외에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함께 연평도를 찾는 것은 군사적 측면 이외에도 유연성 있는 NLL 평화지대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백령도와 연평도 주민 소통을 위해 외교·안보·해수부 장관이 함께 가서 긴장상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남북 어민들이 평화롭게 어로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소통을 위한 답사"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소통 답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기본적인 구상을 주민들에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구상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공동어로수역 설정 방안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정상은 10·4 선언에서 서해 NLL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평화수역'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4 선언의 합의도 평화수역 지정을 위한 기준선을 둘러싼 남북간 견해 차이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남측은 서해에서 남북을 가르는 기준선은 1953년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NLL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7년 11월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 측은 NLL을 기준선으로 하고, 그 기준선에서 남북으로 등거리·등면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북측은 NLL 남쪽으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경비계선'을 기준선으로 제시하며 서해 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자고 고집했던 것이다.
국방부는 이달 중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NLL의 평화지대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지만 회담에서 북측이 NLL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측이 지난달 28일 관영 매체를 통해 판문점 선언 전문을 보도하면서 우리 측이 발표한 문구대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그대로 표기해 NLL을 인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현수 대변인은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기준선에 대한 남측의 종전 입장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논의, 검토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해 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 측 해·공군의 해상초계 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설정했다.
정전협상 당시 해상군사분계선은 영해에 대한 입장차로 합의에 실패하자 유엔군사령관이 해상에서의 남북 충돌을 막고자 유엔군 측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자 설정한 것이다.
남북이 합의로 설정한 경계선은 아니었지만, 현재까지 남북 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국방부는 그동안 "북한은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NLL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NLL 이남해역에 새로운 해상불가침경계선 설정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면서 "그러나 NLL은 국제법적으로도 '실효지배의 원칙', '묵인의 원칙', '응고의 원칙'에 의해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