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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고사해 온 변영주 감독, '방구석 1열' 합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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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고사해 온 변영주 감독, '방구석 1열' 합류한 이유

    [현장] '6시 내 고향'을 잡고 싶은 JTBC '방구석 1열' 제작발표회

    오늘(4일) 오후 6시 30분에 첫 방송되는 JTBC 새 영화 예능 '방구석 1열' (사진=JTBC 제공)

     

    JTBC는 지난해 10월, 첫 영화 예능 '전체관람가'를 선보였다. 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보여줌으로써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살피는 재미와, 수익금을 독립영화 진흥을 위해 쓴다는 의미 두 가지를 잡고자 한 프로그램이었다.

    '전체관람가'를 연출했던 김미연 PD가 약 반년 만에 새로운 영화 예능을 들고 나왔다.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재미는 물론 시청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방구석 1열'이다. 가수 윤종신과 장성규 아나운서가 MC를 맡고, 유시민 작가, 변영주 감독, 정윤철 감독 등이 패널로 나온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점 북바이북에서 JTBC 새 예능 '방구석 1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미연 PD는 '전체관람가' 때부터 변영주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 1년 동안 쫓아다녔지만 실패했고, 이번 프로그램에 와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감독은 "카메라 뒤에 있어야 마땅한데 카메라 앞에 나오는 게 나와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방송을) 잘 피해왔다. '전체관람가' 때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평소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한 것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는데 그걸 받아주셨다. 프로그램 마지막 30초에 개봉 예정인 한국 독립영화 소개하는 코너를 요청하고는 '오케이, 멋있게 끝냈어(거절했어)!' 생각했는데 그걸 받아들여 주신 거다. 갑자기 (프로그램 출연이) 공익사업 같아져 버렸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간 TV 속 영화 프로그램에서 주로 상업영화만을 다뤘기에, '개봉 예정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나름대로 신선한 도전이기도 하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변 감독조차 저 제안을 '거절 의사 표명'이라 이해했으니.

    변 감독은 "사실 되게 감사드린다. 한국 독립영화가 소개되는 자리가 잘 없지 않나. 흔쾌히 받아주신 PD님에게서 한국영화에 대해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부족한 게 많지만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PD는 "마지막에 해 주신 제안도 너무너무 기쁘게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화답했다.

    김 PD는 "변 감독님은 출연료는 아무 상관 없고, 독립영화 소개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영화 2개씩 받아서 하는데 선정 과정에 도움도 주시고, 배급사와도 연결해 주셨다"고 밝혔다. 한국 독립영화 소개 부분 반응이 좋다면 현재보다 분량이 더 늘어날 수 있을지 묻자 "반응이 좋다면 언제든지 코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문학과 영화의 조합을 상상한 '방구석 1열'의 코너는 크게 2가지다. 화제가 됐던 두 작품을 선정해 해시태그를 활용해 공통점, 차이점을 알아보는 '띵작 매치', 영화·연극·콘서트·뮤지컬·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 정보를 전하는 '머글랭 밥차'가 그것이다. 띵작은 명작이란 뜻이다. 띵과 명의 글자 모양이 비슷해 인터넷에서 신조어로 쓰인다.

    '전체관람가'에 이어 다시 한번 김 PD와 함께한 윤종신은 "다른 영화 프로그램이 영화 보러 오세요가 포커스라면, 저희는 영화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한다. 마냥 영화 마케팅에 대한 게 아니라 프로그램 제의에 응했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균형 있게 조율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진행자라고 자평했다. 그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만드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저는 성향을 확실히 드러내는 MC다. 첨예한 이슈가 있으면 한편에 서서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게 방구석 1열의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변영주 감독은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또한 '한국 독립영화 개봉 예정작 소개'라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JTBC '방구석 1열'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JTBC 제공)

     

    정윤철 감독 역시 '전체관람가'에서의 인연으로 '방구석 1열'도 출연하게 됐다. 김 PD는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시고, 그러면서도 냉철한 분석을 하시는 분"이라며 "'전체관람가'로 연을 맺은 임필성 감독, 장항준 감독 등 여러분들을 모셔서 다양한 토크를 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입사 만 7년 만에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가 된 장성규 아나운서는 "저는 최근 어벤져스를 개봉일에 보고 다음 날 또 봤다. 그 정도로 영화에 얼리어댑터 같은 성향도 있는데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눈치도 많이 보고, 이런 질문 하면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주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분들의 (영화적) 수준이 높아지셨지만 저와 같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지만 영화 얘기를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분들을 위해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다'는 걸 수면 위로 드러내고 싶다. (그분들이) 용기 낼 수 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변 감독은 "이렇게 말하지만 (성규 씨는) 정말 영화에 대해 많이 안다. 성규 씨가 하는 말에 깜짝 놀라 감탄할 때가 많았다. 또 윤종신 씨는 제가 월간 윤종신의 팬이기도 하고, 만드는 곡의 가사가 이야기적으로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고 있다고 봐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게 정말 싫었다. 지난 7년 동안 어떤 카메라 앞에도 나서지 않는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다"면서도 "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저보다 잘 만드는 대부분 감독들을 질투하기엔 영화를 사랑하는 팬으로서의 '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광팬으로, 좋은 영화들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피해 왔다지만, 변 감독은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본인의 예능감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변 감독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걸 소재로 얘기하면 말이 많아지는데, 말을 해도 (PD님이) 편집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제 영화의 배우도 (지금) 저처럼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변 감독은 또한 "PD님이 시청률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고전영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공포영화를 다룬다면 외국 고전영화도 소개하면서 '어, 저 영화 구해서 보고 싶어'라고 만들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하는 갤러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럼 영화 하는 사람으로 되게 즐거울 것 같다"고 부연했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점 북바이북에서 JTBC 새 영화 예능 '방구석 1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MC를 맡은 장성규 아나운서, 가수 윤종신, 김미연 PD, 변영주 감독 (사진=JTBC 제공)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유시민 작가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윤종신은 "순간적으로 드리는 주제나 소재에도 정말 1, 2초도 안 돼 정보와 자료가 머릿속에서 나오시더라. 정말 감탄했다. 관점과 여러 가지 담론이 나오는 걸 보고 평소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공부하시는 분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성규 아나운서는 "유시민 작가님 이야기 들으면서 '아, 나는 편안하게 배우면 되는구나' 느꼈다. 어떤 이성적, 논리적인 말씀을 하셔도 계속 따뜻함이 느껴져서 속으로 감탄했다"며 "하이라이트에도 나왔지만 개인기도 꽤 많으시다"라고 귀띔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될 정도로, 금요일 저녁은 왠지 신나게 밖에서 보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방구석 1열'은 바로 그때 편성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김 PD는 "심야 시간대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포화상태이기도 하고 왁자지껄한 예능도 많이 있어서 오히려 다른 시간대를 공략해 보자 하는 데서 편성팀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종신은 이내 "꼭 잘 돼서 '6시 내 고향'을 잡도록 하겠다"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영화 말고 모르는 영화를 발굴할 수 있는"(변영주 감독), "두 시간 영화에 담는 창작자들의 노력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은"(윤종신) 프로그램을 꿈꾸는 JTBC 새 영화 예능 '방구석 1열'은 오늘(4일) 오후 6시 30분 첫 회가 방송된다. 첫 회에서는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남북 관련 명작 '공동경비구역 JSA'와 '강철비'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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