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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 지내야 하나…"모기, 갈증나면 흡혈 공격성↑"



IT/과학

    기우제 지내야 하나…"모기, 갈증나면 흡혈 공격성↑"

    지구온난화 등 가물고 건조한 상태가 혈액 찾는 구실 제공

     

    평소 식물즙이나 과일즙을 먹는 모기가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먹는 이유로 교미 후 암모기가 알을 낳기 위해 부족한 단백질과 철분 등을 섭취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물고 건조한 상태가 되면 갈증 때문에 피를 찾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UC) 연구팀은 1일(현지시간)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틱 리포트(Scientific Reports)와 미국 통합비교생물학회(SICB)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아프리카와 같은 건조한 기후나 가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모기가 습성을 바꿔 사람을 더 자주 공격한다고 밝혔다.

    ◇ 덥고 습윤한 지역서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생각 틀려

    모기는 주로 고인 물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비가 내리거나 습한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사람을 성가시게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오히려 가물고 건조한 환경이 모기의 공격성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흡혈을 하는 암모기는 평소 사람을 공격하는 비율이 5~10%에 그쳤지만 건조하고 갈증이 나면 공격성이 30% 이상 증가했다.

    UC 생물학과 학생이자 논문 공동저자인 엘리스 디디온은 "가물고 건조한 환경에서 탈수상태에 이른 모기가 혈액으로 갈증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을 전파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조슈아 베노트 UC 생물학과 교수는 "가물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모기가 한정된 물이나 과즙을 찾기보다 숙주를 찾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며 "모기로 인한 질병 발생 시기를 찾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노트 교수 연구팀은 6종의 모기를 물과 꿀, 실험 표본을 채집하기 위한 알을 낳는 장소가 있는 약 28도의 온화한 온도가 유지되는 커다란 그물상자에 각각 격리시킨 뒤 탈수상태의 모기를 연구했다.

    주로 도심에서 쉽게 발견되는 집모기(Culex pipiens)를 상대로 연구했지만, 이 연구실에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도 사육하고 있었다.

    ◇ 물·과즙·온도 적절하면 혈액 찾는 비율 낮아져

    실험에서 연구팀은 알을 낳기 위해 혈액내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암모기에게 피부와 비슷한 얇은 막을 씌운 따뜻한 닭피를 공급했다. 이때 동물들의 호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모기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충분한 물과 과즙을 섭취한 모기들은 혈액을 찾는 빈도가 눈에 띄게 적었다. 상자당 1000여 마리의 모기 중 불과 몇 마리만이 혈액에 반응한 것에 그쳤다.

    반대로 서식조건이 열악한 탈수상태의 암모기를 상대로 동일한 실험을 한 결과 약 30%가 혈액을 찾았다.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암모기 5~10%만이 혈액을 찾은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탈수 상태에 빠진 집모기가 대사저하, 활동감소, 형액공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는데, 모기의 탈수증상이 숙주의 피를 먹이로 삼는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래픽=노컷뉴스)

     

    자연환경을 모방한 메소코즘(mesocosm) 실험실에서 조류와 다른 육상동물을 모방한 인공피부로 덮힌 혈액을 준비한 뒤 각각 비가내린 환경과 가물고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 등을 섭취한 모기와 탈수상태의 모기들을 각각 투입해 실험했다. 그 결과 두 환경에서 탈수상태의 모기가 그렇지 않은 모기에 비해 혈액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같은 대학 수리학 교수인 얀유 샤오와 협력해 다양한 기상 조건 하에서 모기에 물릴 확률과 그에 따른 질병 전파 속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샤오 교수는 "예측 모델에 따르면 모기에 의한 질병 감염은 여름철이 아니라 수위가 줄어들고 꽃이 마르는 건조한 기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베노트 교수는 "모기들이 피를 찾을정도로 탈수상황이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낮은 습도와 고온 상태에서 2~3시간이면 평소와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 온난화·엘니뇨 현상 가중되면 모기에 의한 질병 전파 가능성 높아

    연구팀은 모기가 가물고 건조한 상태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한다면, 언제 질병이 발생할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나 엘니뇨현상과 같은 지구환경 변화가 모기에게 영향을 미치고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연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인간에게 그 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인 셈이다.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황열병, 일본 뇌염 등 모기에 의한 전염병 사망자는 매년 72만5000여명으로, 그중 말라리아 사망자는 연간 4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같은 질병의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전 세계 3500여종, 국내 50여종의 모기가 서식하는데, 미국에서는 주로 동부형마 뇌막염, 웨스타 나일,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4월과 같은 따뜻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며, 국내의 경우 흰줄숲모기가 지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보고된 바는 없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모기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7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률은 약 30%다. 회복되어도 3명 중 1명은 신경계 합병증을 남겨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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