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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중국과 미국



칼럼

    [논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중국과 미국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다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CCTV화면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40여일 만에 다시 중국을 찾았을 때 그를 맞이한 시진핑 주석은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이자 변함없는 순치(脣齒)관계"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입술과 이' 같은 사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은 손자병법에 나온다. 춘추시대 진나라는 우나라에게 "곽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니 길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다. 우나라는 길을 내줬고,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복하자 곧장 우나라를 공격한다. 우나라와 괵나라는 '입술과 이'와 같은 혈맹이었다. 그러나 한쪽이 무너지자 다른 쪽도 무너지고 말았다. '순망치한'의 고사성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북한과 중국 사이는 한국전쟁 이후 혈맹관계로 재정립됐다. 전후 남한과 미국이 혈맹이 된 것과 같다. 북한은 중국이 아니었으면 1950년 겨울 압록강에서 패망했을 것이고, 남한은 미국이 아니었으면 1950년 여름 낙동강에서 패망했다. 남한이나 미국, 북한이나 중국은 서로가 운명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순망치한의 관계다.

    중국은 남과 북이 미국과 함께 역사와 시대적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논의하자 '이가 없으면 이사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고사성어를 떠올린 것 같다. 중국은 북한이 무너지면 곧바로 미국과 일본을 막아낼 방어선을 잃게 된다. 압록강 접경지역에서 대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고 다를 게 없다. 남한이 무너지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막대한 방위전력으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의 패권에 맞설 미국의 동아시아 최전선이 대한해협 이남의 일본으로 밀려난다.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와 종전 그리고 평화정착의 로드맵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더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문제는 힘의 균형과 질서의 틀을 깨는 역사적 변환점이기도 해 미국이나 중국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남과 북이 합의한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비핵화 같은 사안들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다.

    남과 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 역시 '순망치한'의 비유를 상기하며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분위기다. 목전에 다가온 북미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다시 시진핑을 찾아 간 것처럼 문 대통령은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22일 미국으로 간다.

    중요한 것은 남한과 북한이 67년 전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하던 약소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과 북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다루려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원하는 것과 남한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셉 윤은 지난 7일(현지시각)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은 25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가격이 올라간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 교역 순위 9위인 경제 강국이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논의에서 남과 북이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남과 북이 독자적이고 자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핵화와 종전 그리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 뿐이다. 그것만이 한반도가 순망치한의 운명을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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