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본사 (사진=박종민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사주일가의 갑질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조씨 일가가 진정성없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사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갑질파동으로 비난여론이 들끓고 사내 반발이 계속 확산되자 조양호 회장은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진에어는 10일 '조양호-최정호 대표이사체제에서 조양호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권혁민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양호 대표의 사내이사직은 유지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료사진)
◇조양호 회장 진에어 대표직 사퇴진에어 측은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사퇴는 집안 전체가 갑질파문에 휩싸여 있고 거의 대부분의 가족들이 경찰과 관세청의 수사 또는 조사선상에 올라 있어 여론이 악화되고 있으며 사내에서 사주일가의 영이 서지 않아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진에어 대표직'을 우선 사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은 사법당국의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이 더 확산될 경우 추가로 경영권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현재 대한항공과 한진 정석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다.
조양호 회장일가에 대한 사내 반발기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사태의 발단이 됐던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블라인드를 통해 폭로된데 이어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이나 폭로는 모두 대한항공과 계열사 직원들의 내부자 고발에 의한 것이었다.
갑질의 직접 당사자였던 조현민씨가 물러나고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의 갑질행태도 나올 만큼 나왔지만 대한항공과 진에어 직원제보방은 여전히 활발히 가동되고 있으며 하루 수백건의 제보들이 쇄도하고 있다.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촉구 촛불집회’ 에 참석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대한항공 '내부고발' 여전히 쇄도.. 촛불도 '활활'아울러 직원들이 회사개혁의 염원을 담아 대국민 홍보를 펼치고 사주일가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의미의 촛불도 계속 타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는 10일 저녁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SNS 채팅방 주도로 열린 촛불집회에 이어 두번째다. 사주일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촛불은 계속 타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진에어 그외 다수의 계열사 직원들이 바라는 바의 그동안 벌어진 수 없는 갑질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벌과 함께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조씨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이다.
대한항공 한 조종사는 11일 "대한항공의 갑질 파문은 알려진 것 처럼 한 두번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며 "모처럼 분위기가 조성된 이번 기회에 조양호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손떼도록 하는게 직원 다수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된 갑질과 밀수의혹, 탈세의혹, 이로인한 회사 이미지 실추와 손실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사주일가에서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내부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위기모면식 대응에 뿔난 대한항공 직원들
조양호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사주일가가 여전히 대한항공과 주요계열사 경영의 전면에 버티고 서있고 직원 폭로로 알려지게된 각종 문제에 대해 형식적 사과, 위기모면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껏 조양호 회장이나 조씨 일가가 내놓은 해명이나 사과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유투브 영상 캡쳐)
가까운 예로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는 9일 한진그룹을 통해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씨는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분들께 사죄한다고 밝히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밀수, 폭언, 갑질 등 18가지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조현민씨의 혐의에 대한 급변한 태도나 이명희씨의 혐의부인은 이후 전개될 법정투쟁에서 유무죄 여부를 다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진정성 있는 대응과 해결책 제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회사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직원의 지지를 잃고는 사주가 발디딜 틈이 없고 여론이 등돌린 회사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