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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CVID로…단계별·동시적 북핵폐기 밑그림 그려졌나

통일/북한

    다시 CVID로…단계별·동시적 북핵폐기 밑그림 그려졌나

    - 미국, 억류자 송환 이후 PVID 대신 다시 CVID로 전환
    - 김정은-폼페이오 만남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관측
    - 단계별 핵폐기와 상응한 군사적 위협 해소·체제안전 보장 조치 큰 틀 합의 이뤄진 듯
    - 미국이 요구한 북핵폐기 선제적 조치 수위 둘러싸고 다시 기싸움 가능성도

    좌측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취재단)

     

    세기의 협상으로 기록될 '6·12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핵폐기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 2차 평양 방문 직전까지만 해도 CVID(완전한 비핵화)보다 강도가 높은 PVID(영구적 비핵화)를 언급했고, "잘게 세분화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미국인 억류자 3명과 함께 돌아온 이후 백악관의 기류가 변했다.

    일단 PVID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백악관은 현지시간으로 10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 "미북 회담의 목표는 CVID 비핵화"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송환자 3명 환영식에서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억류자 석방과 더불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이 사용하지 않던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4·27 판문점선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핵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공세의 수위가 낮아진 분위기다.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을 바탕으로 북핵폐기와 체제안전보장을 놓고 큰 틀의 사전 합의를 이뤘고, 핵심 의제 조율이 이뤄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족한 합의'를 이뤘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으로 미뤄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미국의 '일괄타결' 사이에서 접점이 찾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평화협력 실장은 "북한이 내줄 수 있는 것은 핵무기이고, 미국이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체제안전인데 그 둘 사이의 교환이 상당부분 마무리된 것 같다"며 "특히 폼페이오와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을 때 합의문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이 얘기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0년까지 핵을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동결 ▲사찰 ▲폐기 등의 단계를 밟고, 미국은 그에 상응해 ▲대북제재의 부분적 해소 ▲남북미 종전선언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 조치를 실행한다는 선에서 물밑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CVID 단계와 내용에 합의하고 그 대가로 단계별 제재완화와 경제 지원 원칙을 합의하되 세부 내용은 추후 실무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할 것"이라며 "특히 양 정상이 각각 평양과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제안을 하고 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핵문제 해결 방식은 '일괄타결·일괄이행'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 절충 방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며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이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이 1차적으로 핵물질의 전면적 생산 중단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20~30개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생산 중단 여부를 확인하려면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을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현재 핵을 동결하고 미래 핵을 포기'하는 성의있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미국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어느정도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뛰어넘는 결정적인 선제적 조치를 북한에 요구할 수 있다.

    선제적 조치의 수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실시하는 타이밍 등을 둘러싸고 다시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 의지나 실행의지를 강력히 증명할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선제적인 중대조치를 먼저 취한 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해소나 관계정상화 조치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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