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메타물질과 그래핀(graphene)을 접합한 소자에 전기를 가해 빛의 속도를 마음대로 늦췄다 올렸다 조절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김튼튼 연구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민범기 교수팀은 메타물질과 그래핀(graphene)을 접합한 소자를 이용해 빛의 속도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물질은 빛이다. 정보를 전달하는데 빛보다 더 유용한 물질은 없다.
그러나 빛을 정보로 처리하려면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이 때 신호를 처리하는 전자소자의 한계와 발열 문제 때문에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병목 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전력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빛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건 운전 시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비슷하다. 빛이 전기신호로 바뀔 때 전자소자의 신호 처리 속도 한계 때문에 빛의 속도가 느려져야만 원활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연구진은 물리적 현상인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중심으로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물질의 굴절 변화율이 커지면서 빛의 속도가 느려지는 원리다.
연구진은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구현하기 위해 메타물질을 설계, 소자를 제작했다.
메타물질 구조도 ※메타물질(Meta materials)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하여 빛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원자로 구성된 물질이다. 다양한 구조의 인공원자를 구현함으로서 음의 굴절률, 투명망토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금으로 만들어진 뚫린 고리형 구조와 막대 구조의 인공 원자를 고분자 형태의 기판에 두 층으로 나눠 메타물질을 설계했다. 두 구조 사이의 위치를 조절해 물질의 굴절률을 급격히 변화시키자 빛의 속도가 느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자는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매우 얇은 두께에도 상온에서도 작동하며 강한 세기의 제어빛이 없어도 전자기 유도 투과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느려진 빛을 다시 빠르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구현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을 메타물질과 이온젤 사이에 껴 넣고 전압을 걸자 물질의 굴절률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핀에 걸어주는 전압의 세기가 커질수록 메타물질의 특성이 약화되며 급격히 변했던 물질의 굴절률이 완만해지고, 빛의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이다.
연구진이 구현한 소자는 메타물질로 빛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가 느려진 빛을 그래핀으로 빠르게 바꿀 수 있다. 한 번 제작된 후 정해진 속도만큼만 빛을 느리게 할 수 있었던 기존 메타물질과 비교하면 훨씬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빛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빛의 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래핀에 걸어주는 전압에 따라 느려지는 빛의 속도그래핀에 1.7V의 전압을 걸어주지 않으면 빛의 속도가 1초에 0.93㎜ 느려졌다 전압을 걸어주면 느려졌던 빛의 속도가 정상으로 빨라진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이 연구가 차세대 광통신이나 광컴퓨터 등을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광통신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지가 발행하는 광학 분야 전문학술지 'ACS 포토닉스'(ACS Photonics) 3월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5월 16일 자에 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