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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담화'에 백악관 신중모드…볼턴 갈라치기 절묘했나

통일/북한

    '김계관 담화'에 백악관 신중모드…볼턴 갈라치기 절묘했나

    김계관 "트럼프 대통령, 적대관계 청산 의지 긍정적으로 평가"
    볼턴만 집중 성토…트럼프와 초강경파 분리 나섰나
    트럼프 "지켜보자"…백악관 "리비아식 해법 강요아니다" 신중 모드
    우리 정부에도 '적극적인 중재 요청' 간접 메시지?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사진=자료사진)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앞세워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고려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은 정상회담의 판 자체는 깨지 않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변에 있는 강경파들을 '갈라치기' 하는 절묘한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이 김계관 담화 이후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은 결정된 적이 없으며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계관 카드'가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76살인 김계관 부상은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는 등 대미 핵 협상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이나 북중정상회담 과정에서는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처럼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을 것으로 추측됐던 김 부상이 갑자기 개인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면에 등장했다.

    북한은 왜 '노장'을 앞세웠을까.

    일단 형식면에서 공화국 성명이나 외무성 대변인 공식 성명이 아니라 개인 담화로 수위를 낮췄다. 북한도 북미정상회담의 판 자체는 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북핵 협상의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고, 국제무대에도 잘 알려진 김계관 부상을 내세움으로써 미국이 마냥 무시할 수 없도록 무게감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정말 정상회담 결렬까지 염두에 두었다면 공식 성명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노동신문 개인 필명 형식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김계관이라는 무게감있는 개인의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도 김계관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을 알기 때문에 마냥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강경파와 트럼프 대통령을 분리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담화의 앞 부분을 보자.

    김계관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뿌리가 깊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미(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다가올 조미수뇌회담이 조선반도의 정세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 걸음으로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제를 깔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한 격한 비난은 그 다음부터 이어졌다.

    김 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였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핵포기방식이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볼턴 같은 강경파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면 북미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초심'을 잊지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마디로 볼턴을 자중시키라는 것.

    그러면서도 김계관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참모답게 북한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했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이라고 수차례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항복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비핵화는 결코 경제적 보상과 등치될 수 없으며 반드시 체제안전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같은 김계관 담화에 대해 백악관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응하고 나설 경우에는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됐는데, 일단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볼턴이 주장해온 리비아식 해법이 미국의 공식 방침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견해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리비아 해법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을 자극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미국발로 연일 '백기투항'식 보도가 잇따랐던 것과 비교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김계관 담화가 어느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받아들일 여지가 생겼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전히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적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며, 핵 포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계관 부상에 대해 '문제있는 인간(problematic figure)'이라고 지칭하면서 맞받아쳤지만 "(북한의 담화는)그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는 반면에 회담 준비가 계속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우회적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맥스 선더' 훈련을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통보한 직후 다시 김계관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재고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22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누그러뜨려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보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삼아 남북회담을 연기한 것은 현 시기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남북관계도 다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우리 정부도 볼턴의 발언이 너무 많이 나가고 수위조절이 되지 않아 불안 불안해 하던 차에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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