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천으로 뒤덮인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호국로 기념비. 기념비 앞으로 '학살자 전두환, 죄악 증거비'라고 적혀있다.(사진=고태현 기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와 포천시 경계인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
우산을 쓴 1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축석고개 입구에 세워진 호국로 기념비 앞으로 모여들었다.
1987년 세워진 해당 기념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로 호국로(護國路)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와 민중당 당원 등은 해당 기념비를 '전두환 공덕비'라고 명명하고 "당장이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석에 전두환이 호국로라는 명칭을 새겼는데 전두환은 호국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는 헌정 질서 파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이 비석은 관리 주체가 모호하고, 포천시와 국토교통부, 국방부에서도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며 "철거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높이 5m, 둘레 5m의 호국로 기념비를 하얀 천으로 뒤덮었다. 또 비석 정면에 '학살자 전두환, 죄악 증거비'라고 적힌 현수막을 달아 호국로를 오가는 차량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이들은 호국로 기념비 철거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에 세워진 호국로 기념비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고태현 기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기념비를 철거하는 것은 단순히 돌덩어리 하난 없애자는 것이 아닌 학살 범죄자 전두환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애국자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다짐이다"라고 설명했다.
호국로 기념비가 세워진 국도 43호선(25.8㎞)은 건설부와 국방부 6공병여단이 1985년 2월 착공해 1987년 12월 완공됐다.
기념비 아래 현판에는 "개국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거룩한 얼이 깃든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써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