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날 서울시 내 지하철 역. 물기를 닦아낸 바닥에도 습기가 가득하다. (사진=오수정 수습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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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역에서 환경과 비용 문제로 우산용 비닐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은 이해와 불편을 동시에 경험했다.
◇ 우산 따라 지하철 올라탄 빗물…"접기라도 해달라"
비가 내린 17일 오전 출근길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자리에 앉아있던 여성은 참기 힘들다는 듯 앞에 선 남성에게 "우산 좀 접어달라"며 불만 섞인 말을 건넸다.
승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만원 지하철에서 물기가 떨어지는 우산을 그대로 든 채 서 있던 이 남성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우산을 말아 접었다.
지하철 곳곳엔 손바닥 크기의 물웅덩이까지 생겨 있었다.
지하철에 오르기 전에 승강장에서 우산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빗물을 털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지난 1일부터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가 사라진 뒤 생긴 풍경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는 520만장에 달한다.
그로 인한 환경 문제 자체는 물론, 최근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가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까지 일어난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비닐 커버 대신 빗물제거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 등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 "환경 생각하면 괜찮아"…예산 문제로 불편은 당분간 계속시민들은 불편하지만 환경 문제 등을 생각하면 감수할만하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한혜진(29) 씨는 "비닐 커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걸 자주 봤는데 잘 된 결정인 것 같다"며 "처음에 일회용 봉투 대신 쇼핑백을 들고 다니기가 어려웠지만 적응된 것처럼 점차 익숙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침에 지하철 입구에 붙은 안내방을 보고 나서야 비닐 커버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는 하철종(45) 씨는 "이해는 하지만 다른 개선점을 얼른 찾아야지 지금은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경철(54) 씨도 "옆에 사람들과 부딪치는데 물은 계속 떨어지니 옷도 젖고 지저분해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꼭 전에 쓰던 방법이 아니어도 해결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로 이 같은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비닐을 대체하겠다고 내놓은 빗물제거기와 빗물 흡수용 카펫 등에 대해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편성해둔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는 가능한 예산 안에서 카펫을 구매하고 수시로 바닥 물기를 제거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산 빗물제거기의 효용성 자체도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 비가 많이 내린 16일과 17일 시청역 등에서 시범적으로 이용 중인 우산 빗물제거기는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물기를 머금어 내부 흡수 패드의 기능이 점점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빗물제거기 업체 측에 개선을 요구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문제는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시민분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