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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잡초'같은 5.18 북한군 개입설



사회 일반

    [팩트체크]'잡초'같은 5.18 북한군 개입설

     


    5.18 광주민중항쟁 38주년이 다가오면서 또 다시 5.18을 폄훼하려는 시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는 5.18에 북한이 배후조종했다거나 북한 특수군이 개입했다는 류의 동영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영상들은 과연 사실일까?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은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 북한군 개입설의 근거는 무엇인가?

    지만원씨가 홍씨를 리선권으로 지목한 근거(왼쪽). 오른쪽 사진은 홍씨가 노컷뉴스에 보내온 1980년 당시 자신의 모습.

     


    5.18 당시에 찍힌 사진들이 근거다. 사진 속 인물들이 북한군이라는 주장이다.

    극우논객 지만원씨 등이 이런 주장을 해오고 있다. 지씨는 당시 600명의 북한군인이 내려왔는데, 각종 사진속 얼굴과 북한군 얼굴을 비교해 그들이 북한군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작년 4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진실 전국 알리기 단합대회'에서도 "5.18 아침 08시에 20사단 지휘부 차량이 통과된다는 극비 정보를 가지고 600명이 매복했다가 털었다"며 "5.18 영상에서 촬영된 사진 속 478명이 북한 사람 얼굴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씨는 별도의 유튜브 영상(5.18에 온 북한특수군 총정리)과 출판물을 통해 이런 내용을 지속적으로 유포시켜오고 있다.

    지씨는 특히 이 가운데 150명을 추려 '광수+숫자'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 가운데 '광수 75'에 해당하는 인물을 CBS 노컷뉴스가 찾아냈다.

    서울에 사는 홍모씨다. 홍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 친구가 정문을 지키고 있고 저는 무장한 버스로 광주시내 외곽을 순찰하고 다녔어요. 그날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 도청에 들어가 잠깐 얘기한 순간이 사진에 찍혔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북한군으로 몰린 광주 시민들 서너명이 확인된 바 있다.

    북한군으로 몰린 사진 속 주인공 13명은 현재 지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 지만원씨 외에 어떤 사람들이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고 있나?

     


    중앙일보 기자, KBS 이사를 지낸 조우석씨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다. 작년 유튜브 영상에서 99년 5월 18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사진 기사(위 사진)를 예로 들었다.

    당시 기사는 '이들은 지금 어디에...'라는 제목처럼 사진속 인물 4명의 신원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99년 그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를 근거로 이들이 북한군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유튜브 영상(북한특수군 5.18 때 정말 왔었나?)에서 "(저 사람들을) 민주화의 영웅이라고 떠들었는데 안 나타났다, 진실은 저 사람들은 없었다는 것이다. 저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니거나 행방불명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럴까?

    5.18재단에는 왜곡대응 담당자(차종수)가 있다. 이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사와 조씨의 주장을 들어봤다고 했다.

    그는 이어 4명 가운데 1명의 신원은 확인됐다며 이미 고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명의 신원이 파악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황당한 주장의 존재 자체를 몰라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에서만 떠도는 이야기여서인지 5.18 피해자들 가운데 이런 주장을 의외로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는 탈북자들은 또 누구인가?

     


    탈북자 이주성, 임천용씨가 2013년 일부 종편에서 "무기고가 4시간 만에 탈취된 것은 (북한) 특수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다른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특히 임천용씨는 탈북 당시 '하전사'로 매우 낮은 계급의 인민군이었으므로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자 단체 회장은 "탈북한 인민군 가운데 대령급의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냐고 오히려 제게 물어왔다"며 "5.18 북한군 개입설은 탈북한 이후 처음 들어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사람이야 말로 북측 GOP를 관할하는 사람으로 간첩 남파 문제에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런 허무맹랑한 내용을 방송한 종편은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고, 문제의 내용을 방송한 종편들은 사과방송까지 했다.(위 사진)

    ◇ 5.18 당시 버스 질주도 북한군 소행이었다?

    지난해 12월에 게시된 유튜브 영상(조선중앙방송 5.18 영상 방영!)도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고 있다.

    30만 명이 넘게 시청한 것으로 돼 있는 이 영상은 버스가 진압경찰에 돌진하는 장면을 근거로, 당시 저런 행위를 시민들이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5.18 수사결과 문건을 보면 버스에 깔려 경찰관 4명이 사망한 기록이 실제로 있기는 하다.

    하지만 5.18재단측은 "최루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며 "경찰이 불가피하게 다쳤지만 시민들이 위협적이진 않았다"고 했다.

    재단측은 "경찰과 광주시민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 서로 협력했고 계엄군이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전만 해도 시민들이 폭력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북한군의 총에 맞아 죽은 사람도 있다?

    카빈 소총에 맞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빈 소총은 북한군만 쓰는 총이 아니고 우리 군인도 사용하는 무기다.

    실제 '5.18 관련 수사결과'에 따르면 시민군은 무기고에서 카빈, m1, AR, LMG 등의 소총을 탈취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계엄군도 카빈 소총으로 무장을 한 기록도 있다.

    결국 계엄군과 시민군 양측 모두 카빈 소총을 쓴 것이다.

    따라서 카빈 소총에 맞아 사망한 사람을 간첩에게 희생당한 사람이란 해석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북한군이 쓰는 소총은 AK소총이다.

    지난해 5월 17일 JTBC도 당시 북한군이 쓰는 AK소총이 다량 발견됐다는 주장, 당시 장갑차를 운전한 것은 북한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했었다.

    우선 AK소총이 발견된 것은 공식조사 어디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낭설이라는 점, 당시 광주에서 운행된 장갑차는 KM900라는 모델인데, 이는 일반 트럭과 운전석이 비슷해서 아무나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 우리 국방부와 미국은 왜 북한군 개입을 부인하나?

     


    지난 2013년 5월 국방부는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에서 "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5·18 당시 북한군 특수 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국방부는 5·18과 관련한 법률 제정의 목적과 취지,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5.18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1980년 당시 CIA기밀문서에도 5.18과 북한에 대한 보고가 있다.

    CIA는 1980년 5월 9일 보고에서 "북한은 현재 남측의 정치상황 악화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 6월 23일 작성된 CIA 문건에서도 "분석가들은 북한에서 어떤 특이한 군사적 지표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5.18 관련 사건 수사결과'와 'CIA 보고서' 등을 봤을 때 영상에서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소설이라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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