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채용시장에도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서는 사람 대신 AI가 서류를 심사하고 면접을 보는 일이 늘었다.
AI는 효율적인 서류검토와 사람의 주관을 최소화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AI가 채용시장에서 역할을 계속 확대하면서 채용문화를 전반적으로 바꿔놓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기소개서 분석과 평가, AI가 단 3초 만에현재 AI의 역할은 서류 검토에 집중되고 있다. 서류전형은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AI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효율적인 검토는 물론, 채용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롯데그룹이다. 백화점, 마트, 정보통신 등 일부 계열사에서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하면 AI가 자기소개서 등을 분석해 인재 부합도, 직무 적합도, 표절 여부 등을 가렸다.
SK C&C는 AI플랫폼 '에이브릴'을 이번 상반기 SK하이닉스 신입사원 서류평가에 시범 활용했다.
에이브릴은 인사 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7일간 살펴야 할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8시간 정도면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 하나를 평가하는 데 평균 3초가 걸린 셈이다.
◇ 면접도 'AI 면접관'이건설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는 최근 AI 면접관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마이다스아이티의 AI면접관 '인 에어'는 센서와 질문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한다. 먼저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의 얼굴과 실시간 표정을 분석하고 오디오를 통해 목소리의 톤 등을 판단한다. 심장 박동과 뇌파를 체크해 지원자의 긴장정도까지 구별한다.
AI면접관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지원자를 관찰해 입력된 자료들을 기초로 지원자의 얼굴 표정, 얼굴색의 변화, 음성의 높낮이나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지원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업무 능력은 어떠한지 평가가 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AI면접은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면접관의 개인적인 의견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공정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도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AI를 활용해 인·적성 검사, 직무역량 평가 등을 진행했다.
◇ 적합한 일자리정보도 AI가 찾아줘취업포털 업계에서는 사람인이 처음 AI를 도입했다. 사람인에 접속한 이용자의 검색, 공고조회 등 행동 패턴과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적합한 공고를 선별해 전달해주고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공고를 찾는데 들이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자칫 놓치기 쉬운 공고도 놓치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사람인 관계자는 말했다.
◇ AI채용, 찬반의견 팽팽해…'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AI 기반의 채용 솔루션은 장점이 있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AI 알고리즘이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인재를 추천하고 선발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기계학습 기반의 AI 알고리즘도 완벽하지는 않다. 데이터와 학습 내용에 따라 인간처럼 편견을 갖거나 옳지 못한 기준으로 지원자를 선별할 수도 있다.
AI 채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2천20명, 구직자 628명을 대상으로 AI 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50.9%는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49.1%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인 이들은 AI가 채용 비리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정적인 이들은 AI가 지원자의 인성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AI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지원자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방대해질 수밖에 없는 서류 검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점수 조작, 끼워 넣기 등의 부정을 막아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AI 채용이 이미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의 구글과 IBM을 비롯해 영국 유니레버, 일본 소프트뱅크, 삿포로맥주 등 세계적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AI의 역할이 서류 검토나 면접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AI가 채용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면서 채용문화를 전반적으로 바꿔놓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