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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스티븐 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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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스티븐 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

    • 2018-05-19 09:51

     

    배우 스티븐 연(35·연상엽)은 영화 '버닝'에 캐스팅된 뒤 철학책부터 찾았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부터 쇼펜하우어 등 평소 좋아하던 철학자의 고전을 다시 읽었다.

    18일(현지시간) 칸에서 마주한 그는 "제가 맡은 벤이 정확하게 어떤 인물인지 말이 없었다"면서 "대신에 이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주인공 벤은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고급 수입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며 상대를 배려해주는 듯한 인물이다. 그러나 두 달에 한 번꼴로 남의 비닐하우스를 몰래 태우는 이상한 취미가 있다.

    "세상에는 가짜처럼 보이는 분들이 있잖아요. 돈이 많아 너무 쉽게 살며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은 분들요. 그래서 벤의 미묘한 캐릭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에게 캐릭터 해석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우리말 연기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다.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에 출연해 한국에도 팬이 많지만, 우리말은 서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때는 영어로 연기했다. 이날 인터뷰도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진행됐다.

    "감독님이 저를 불러줬을 때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제가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벤이라는 캐릭터를 더 이해하면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친구에게 부탁해 우리말 대본을 녹음한 뒤 듣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오랜 노력 덕분에 극 중 우리말 대사는 물론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 자신도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고 뿌듯해했다.

    "미국에서 동양인 배우 역할은 스테레오타입이 있어요. 예전보다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아주 착한 사람, 얌전하고 예민한 사람 등을 연기하죠. 또 제가 교포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교포 역할'로 한정돼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이번에 완전한 한국인을 연기하면서 제 한계를 넘어섰더니 마음이 넓어지고 한층 여유도 생겼어요."

    그는 "여기에서도 저를 안 받고, 저기에서도 저를 안 받아 혼자만 남았을 때 처음에는 슬프지만, 그 슬픔을 넘어가면 힘이 생긴다"면서 "이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어떤 역할을 받아도 전보다 폭넓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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