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부, 21일 오전 다시 통지문 발송 예정
- 남측 취재진 8명, 일단 베이징으로 출국해 北 승인 여부 기다리기로
- 전문가 "北, 비핵화와 체제보장 교환 전략 변화없어…핵실험장 폐쇄 예정대로 될 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최근 한미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예정대로 실시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주춤하고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북한의 대화 의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는 23일~25일 사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며 외신과 남측 기자단의 취재를 허용했다.
그런데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검토까지 경고하면서 지난 18일 통신사와 방송사 8명으로 구성된 우리 취재진의 방북 명단 접수를 거부했고, 그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변동 상황은 없는 상태다.
북한은 폐기 현장 상황과 취재 절차, 안전 문제 등에 대한 모든 문의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내일(21일) 오전 판문점 연락사무소 업무가 시작되는 대로 북한이 접수를 거부한 남측 취재진의 명단을 다시 전달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내일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 8명의 명단을 다시 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측 언론의 풍계리 취재와 관련해서는 "내일 오전까지 상황을 봐야한다. 북한이 (취재진 명단을) 억셉트(수용)안 해주면 못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행사를 위한 준비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북한은 남측을 제외한 다른 외신들의 방북 취재 신청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부 외신들의 경우 방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통신사 기자 8명으로 구성된 남측 공동취재진도 일단 21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북한의 방북 승인과 비자 발급을 기다릴 예정이다.
이와함께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기자단을 수송하기 위해 노후한 원산~길주간 철로를 보수하고 열차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또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핵실험장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갱도 폭파 장면을 관측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기명기사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는 "판문점 선언 정신에 따라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미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각시켰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무산될 경우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회담의 판 자체를 깨지 않는 인상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는 예정대로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선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대한 행사"라며 "우리측 기자단 수용 문제가 남아 있지만 행사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비핵화 방법론 등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다소 마찰이 빚어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 체제안전보장 및 북미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맞바꾸려는 북한의 전략 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방침을 번복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